민주노총 10만 결집...정부·국회 압박 나선다
민주노총 10만 결집...정부·국회 압박 나선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1.08 08:46
  • 수정 2022.11.08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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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11.12 전국노동자대회...12월까지 투쟁 이어갈 예정
중점 요구안은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리포트] 민주노총 11.12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이 11월 12일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전노대)를 개최한다. 주요 의제는 ▲정부·여당의 노동개악(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등 3가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전노대의 취지를 한마디로 “정부·여당의 반노동 정책 저지와 야당을 통한 입법 관철”이라고 밝혔다.

목표 결집 규모는 10만 명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직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이를 통해 노동·민생 관련 정책과 입법 요구안을 알리고, 조직 결속력 강화와 사회적 연대를 구축해 정부·국회를 압박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축소를 지적하며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생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주장할 계획이다. 10만 전노대를 위해 민주노총은 위원장 현장 순회, 단위 사업장별 교육·선전 등을 벌이고 있다.

5월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이 개최한 2022년 세계노동절 서울대회 ⓒ 참여와혁신 DB
5월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민주노총이 개최한 2022년 세계노동절 서울대회 ⓒ 참여와혁신 DB

전노대 이후 민주노총은 12월 3일 대규모 집회를 한차례 추가 개최하는 등 2022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경까지 입법 투쟁을 이어간다. 총연맹은 11월 말부터 중앙집행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 앞 농성에 돌입한다. 지역본부는 지역구 의원 대상 입법 요구, 거대 양당 광역시도당 위원장 면담 등을 추진한다. 가맹·산별 조직은 의제별 입법 요구안 관철을 위해 파업과 집회 등을 벌일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안전한 나라 만들기를 주제로 시민과 함께하는 대정부 촛불대회도 기획한다.

2022년 정기국회,
입법 관철의 ‘골든타임’

민주노총은 올 연말을 국회에 입법 요구안을 관철할 최적기로 보고 집중 투쟁을 벌인다. 이 시기를 지나면 약 1년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발의와 입법 동력이 약해질 거란 전망으로, 2024년 4월로 예정된 22대 국회의원 선거 시즌 전까지 여야 간 정쟁 구도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노조법 2·3조 개정,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 민주노총의 입법 요구안 중 파급력이 크고 이견이 팽팽한 법률일수록 민주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전노대에 이어 11월 말, 12월 초에 시기 집중 총파업·총력투쟁을 배치한 이유 중 하나다.

정부의 ‘노동개악’에 관한 대응도 연말, 연초를 중요 기점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노동관련 정책을 본격 추진할 거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기 첫 해 부처별 인사와 개편이 마무리되고 정책 내용이 뚜렷해질 시기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노동개혁 권고안’을 도출하고, 고용노동부가 검토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발표될 시점이다. 이에 따라 내년 투쟁을 보다 빠르게 준비하자는 주장도 민주노총 안에서 나온다. 11월~12월 집중 투쟁의 끈을 이어갈 사업을 지금부터 꾸려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사실상 노동계와 거리두기 행보를 이어가는 상태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민주노총은 ‘노동·민생’을 내걸고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3월,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반노동·반민중·불통 행태를 보이면 5년 동안 중단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 저지
“중소업체 인력난 대책이 장시간 노동인가”

양대 노총은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등을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개악으로 꼽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밝혀온 공약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정식 출범하기 이전부터 ‘친기업 반노동’ 정책 기조를 비판해왔다.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을 통해 드러날 예정이다. 연구회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경우, 연장근로시간 단위 기간을 주(12시간)에서 월(52시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금체계는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을 정부에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한 주 최대 90시간가량의 장시간 노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반대한다. 또 직무·성과형 임금체계는 불분명한 평가 기준, 임금 삭감, 조직 내 줄서기 문화 등을 우려한다.

정부가 연이어 발표하는 여타 정책도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대표적이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경우’에 한 주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재해·재난, 생명·안전, 업무량 폭증, 국가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 등이 ‘특별한 경우’에 포함된다. 최근 정부는 조선업과 해외 건설현장은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연간 90일에서 180일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또 올해 말 종료될 30인 미만 사업장의 특별근로연장 기간을 2년 연장할 계획이다. 중소 영세업체 인력난이 그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를 역행해 장시간 노동의 길을 닦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중소사업장이 인력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철저하게 원청과 재벌 중심의 수직계열화 된 이윤 독식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는데, 왜 엄하게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담보로 잡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제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처벌 완화가 쟁점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10월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만간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로드맵과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연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내놓을 계획을 시사한 바 있다. 애초 노동부는 10월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키로 했으나 미뤄지고 있다. 이정식 장관이 ‘자율 예방’을 강조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SNS에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고 밝힌 만큼, 노동계에서 반대하는 경영책임자 처벌 완화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민영화·구조조정 저지도 노동계의 핵심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8월 발표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담긴 구체적 내용은 민간경합과 유사·중복 기능 축소, 조직·인력 감축, 복리후생 축소 등이다. 정부는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고 설명지만, 공공기관 기능을 축소하고 외부로 이관하는 과정은 민영화의 수순으로 볼 여지가 크다. 공공기관에는 정부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만큼,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양대 노총이 함께 전면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 소속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조합도 처우 개선, 인력 충원, 실질임금 보장 등을 정부·원청에 요구하며 11월 전면파업을 준비 중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등
10대 입법 과제 관철 투쟁

민주노총이 밝힌 하반기 입법 과제는 모두 10개다. 가장 집중하는 사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이다. 올해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가 파업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당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노란봉투법이 민주노총의 하반기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민주노총 하반기 10대 입법 과제

①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②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③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④ 손배·가압류 금지, 원청 사용자 교섭 의무 (노조법 2·3조 개정)
⑤ 공공부문 민영화 금지법 제정
⑥ 노동안전 보장(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화물차 안전운임제 제도화,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
⑦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철폐
⑧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권, 정치기본권 보장
⑨ 복수 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산별교섭 제도화
⑩ 법인세 인하 반대, 건강보험 정부 재정 지원

이전 노란봉투법과 달리, 노조법 3조(손배·가압류를 제안)뿐 아니라 노조법 2조 개정을 포함시켰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해 노조법 2조는 ‘합법’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혀 노동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임금·복지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벌이면 ‘불법’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원청이 ‘불법 쟁의행위’에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하며 노조 와해, 생계 파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법이 개정되면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이 확대되어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 등이 원청을 대상으로 한 단체교섭과 쟁의행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이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농성장을 설치한 뒤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천막농성은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 소속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사장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임금인상을 해 줄 수도, 원-하청 노동자 간 복지 차별을 해소할 수도, 원청 사업장의 유해 요인을 제거할 수도 없다”며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은 10월 19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화물노동자, 택배노동자, 병원과 대학의 미화노동자, 학습지노동자, 보험설계노동자,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 등이다.

그밖에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화물차 안전운임제 제도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교원·공무원 기본권 보장 등도 민주노총 가맹 조직에서 각각 요구하는 연내 입법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