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로사 대책 요구 농성’ 택배노조 간부 구속영장 기각
법원, ‘과로사 대책 요구 농성’ 택배노조 간부 구속영장 기각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11.11 23:33
  • 수정 2022.11.14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택배노조, 노조법 2·3조 개정 필요성 강조
“노조 탄압이 아닌 노동자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임무”
(왼쪽부터)구속영장이 청구된 택배노조의 진경호 위원장, 김인봉 전 사무처장, 김경환 서울지부 사무국장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택배노조 지도부 구속시도! 노조탄압! 공안정국 조성!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을 벌였던 택배노조 간부 3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했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간부 3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심사 결과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들 간부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택배노조 간부는 진경호 위원장, 김인봉 전 사무처장, 김경환 서울지부 사무국장 등 3명이다. 적용 혐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법률 위반(건조물침입·재물손괴·상해)’, ‘업무방해’ 등으로, 지난 2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 과정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0일 오후 2시 30분경 택배노조 측 법률대리인에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했다. 구속영장은 서울남대문경찰서에서 신청했다. 경찰은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고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불법적이며 △회사와 국민에게 심각한 불편을 초래했고 △재범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 직전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공안탄압이라고 규탄했다. 본사 점거농성 마무리 이후 8개월 넘도록 도주는 물론 증거 인멸 없이 조사에 성실히 응했는데도 갑작스레 구속영장을 청구한 의도가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그동안 노동조합과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일관된 입장은 벌을 받게 된다면 당연히 응당하게 받겠다는 입장이었다”며 “두 차례 경찰 소환조사, 압수수색에 따른 핸드폰 제출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바 있다. 그런데 약 9개월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택배노조 지도부 구속시도! 노조탄압! 공안정국 조성!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오늘 이 현실이 노조법 2·3조 개정의 명백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광창 사무처장은 “CJ대한통운이 작년 6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수용하고 교섭에 나섰다면 우리는 본사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교섭을 거부했고,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20억 원을 청구했다. 진짜 구속하고 처벌받을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특고 노동자에 교섭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현 노동법 체계”라고 주장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구속영장 청구나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번을 계기로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적극 나서고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노동조합의 실질적 사용주가 원청인 택배사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며 “노사가 교섭을 통해서 원만한 대화와 타협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 직후 택배노조는 성명을 내고 “아직도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는데 자본과 정권은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내고자 투쟁하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에 철퇴를 내리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와 정치 본연의 임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 2월 10일 서울시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진입해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대화에 나서라’는 요구를 CJ대한통운이 거부하면서다. 지난해 6월 중노위에서 CJ대한통운을 택배노조의 사용자로 인정한 뒤였다. 그러나 당시 원청인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점거농성은 3월 2일 택배노조와 택배대리점연합이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마무리됐지만, 약 3개월 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본사 점거농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총 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