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의 노후는 국가책임으로, 공적연금으로!
[기고] 국민의 노후는 국가책임으로, 공적연금으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1.03 13:16
  • 수정 2023.01.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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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종헌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
오종헌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
오종헌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정책위원장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바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노후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잘 보장되고 있는지, 그리고 국가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지금도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노후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이며, 노후소득보장 강화가 없다면 미래에도 이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연금개혁 국면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에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지만,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다운 노후생활을 위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이다. 누구나 인간다운 노후생활을 맞이할 수 있도록 국민의 기본적 노후는 국가책임으로, 공적연금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인간다운 노후생활을 위해서 사후적으로 노인 빈곤에 대응하는 노인 기초보장과 사전에 노인 빈곤을 예방하는 국민연금 강화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늦은 도입으로 인해 고령 노인들은 국민연금 무연금, 저연금에 처해 있다. 후기 노인은 전기 노인 대비 노인빈곤율이 높다. 이에 기초연금이 도입되었으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사후적 노인 빈곤 대응에 한계가 있다. 2011년 기초노령연금 금액 8만 원 수준에서 현재 기초연금은 30만 원으로 20만 원 이상 증액되었으나, 만 7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55.3%에서 2020년 52%로 3.3%p 감소에 불과했다. 공적 노후소득의 부재로 채워야 할 소득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이미 노인 빈곤에 처한 분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노후소득보장의 마지노선을 합의하여 그 수준에 도달하도록 노인기초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일하는 국민이 국민연금을 통해 스스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세에 기반한 노인기초보장과 기여기반에 의한 국민연금의 급여 안정성은 질적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으로 노인빈곤 예방이 되지 못한다면, 사후적 빈곤대응을 위한 노인기초보장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다. 그런데 당해 세대의 재정부담 여력에 따라 사후빈곤대응을 위한 보장 축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1990년대 경제위기 국면에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도 재정적 부담으로 보편적 기초연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기초보장과 별도로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차별 없는 가입 및 소득보장 강화가 필요하다. 미래 재정부담 운운하며 국가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노후에 생계급여를 받을 만큼 빈곤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존엄한 노후생활을 위한 적정 연금이 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2020년 기준 EU 국가 신규수급자 평균 가입기간은 35.9년1)이며 스웨덴의 경우 40.5년이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수급자 평균 가입기간은 18.6년으로 절반 수준이다. 제도 도입이 늦어 1988년 사업장가입자 적용 시점부터 계산하면 최대 32년, 1999년 전 국민 적용 시점부터 계산하면 최대 21년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와 근속기간이 짧은 국내 노동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늦은 제도 도입의 핑계를 댈 수 없는 2050년 신규수급자의 추정가입기간2) 역시 23.3년으로 2050년 EU 국가 평균 가입기간인 37.5년의 약 60% 선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국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연금 산정식상의 명목 소득대체율과 가입기간을 반영한 실질 소득대체율의 동시 상향이 추진되어야 한다.

마땅히 하기로 한 것부터 해야 한다.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 당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여야는 재정 절감분을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소득보장 강화, 노인빈곤율 감소를 위해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나 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출산, 군복무, 실업 등 소득 공백 기간에 대한 가입 기간 지원제도인 크레딧에 충분한 국고가 투입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아이 1명당 4년의 가입기간을 즉시 지원하나 우리나라는 둘째부터 12개월을 사후 지원하며, 지원 시점도 즉시 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이 발생하는 미래 시점으로 미루어 기금운용 효과를 볼 수 없다. 국고 지원의 비율도 30%에 불과하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첫째 아이에 대한 출산 크레딧을 지원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첫째 아이부터 아이 한 명당 3~4년의 출산 크레딧을 즉시 지원해야 하며, 군복무 기간 전체에 대한 군복무 크레딧도 즉시 지원해야 한다. 

실업 크레딧 역시 우리는 25%의 본인부담금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지원 기간도 생애 최대 12개월로 짧은 근속기간의 불안정한 우리 노동환경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액 국고지원 및 적어도 생애 36개월 지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 사업장도 10인 미만에서 30인 미만으로 확대하고 지원 기간도 확대하여 저소득 사업장 가입자가 충분한 가입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도 지원 대상, 기간, 금액을 확대하여 충분한 가입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가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이를 위한 선결 과제이다. 받지 못할 연금이라면 그 어떤 가입자도 부담 확대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불안정한 인구구조로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미래 가입자에만 보험료 인상 등 재정적 부담을 지워서는 안 된다. 국가도 크레딧, 보험료 지원 등 국고 부담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 국민연금 관리운영비도 1.8%에 불과한 100억 원만 부담할 것이 아니라 전액 국고 부담해야 한다. 장기간 기금 운용을 통한 수익효과를 감안하면 상당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빈부와 계층에 관계없이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존엄한 노후생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국가는 마땅히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를 국가책임으로, 공적연금으로 보장할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

1) Ageing Report(2018)
2) 2019년 경사노위 연금특위 보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