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일하는 노동자들
명절에도 일하는 노동자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2.01 10:48
  • 수정 2023.02.01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쉬는 날에도 일하거나 출동을 준비해야 하는
돌봄·전화상담·도로보수·폐기물처리·보건의료 분야 종사자 이야기

[리포트] 설 연휴에도 일하는 노동자들

(왼쪽부터) ▲공공연대노조 유금자 아이돌보미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 ▲공공연맹 충북도청공무직노동조합 박준호 도로보수원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이성종 조합원 ▲의료노련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이순애·김근영 간호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공공연대노조 유금자 아이돌보미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 ▲공공연맹 충북도청공무직노동조합 박준호 도로보수원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이성종 조합원 ▲의료노련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이순애·김근영 간호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명절이 되면 누군가는 가족·친지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쉬는 명절 연휴지만 쉬지 않고 일하거나 긴급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휴에도 출근하는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돌봄 공백을 메우는 ‘아이돌보미’

남양주시에서 8년째 아이돌보미로 근무 중인 공공연대노조 조합원 유금자 씨는 설 연휴에도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에 파견 나갈 곳은 최근 3년간 돌봄을 제공했던 가정으로 보육이 힘든 부모의 사정을 잘 알아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혼을 겪은 한부모 가정이 있어요.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이제 가족 같은데요. 그분이 이혼하고 나서는 명절에 친정도 잘 못 가는 거예요. 또 애가 둘인데 연년생 남매이다 보니 엄마 혼자 양육이 힘들어요. 저는 이제 애들도 다 크고 명절도 예배만 드리면 되니까 그 집으로 3~4시간 아이 돌봐주러 가는 거죠.”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은 양육 공백 발생 시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일정한 심사를 거쳐 돌봄 지원이 필요한 가정을 선정하는데, 이때 각 가정으로 파견되는 돌봄노동자가 아이돌보미다.

지난 1월 17일 여성가족부는 설 연휴 기간(1월 21~24일)에도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시 휴일 가산요금이 아닌 평일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연휴에도 일해야 하는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고 시설보육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시간제로 근무하는 아이돌보미는 명절에 반드시 근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의사로 쉴 수 있다. 그런데 유금자 씨에 따르면 아이돌보미의 주나 월 단위 최소 노동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계속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이 많다. 유금자 씨도 주말 이틀 각각 4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 “현재 남양주시에는 아이돌보미가 260여 명 정도인데 대기 가정만 300곳으로 파악된다”며 “아이돌보미의 최소 1일 5시간 근무를 보장하고 돌봄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얘기했다. 

유금자 씨가 거의 일주일 내내 근무하는 건 단지 돈을 더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돌봄이 힘든 이용자 가정의 부탁을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돌봄 지원을 나갔던 가정 중에는 엄마가 유방암 투병을 하는 가정도 있고, 발달이 느린 아이가 있는 가정도 있다”며 “교사가 자주 바뀌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런 가정들이 돌봄을 부탁하면 마음이 쓰여 일을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는 연 960시간 이내에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게 시간당 기본요금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유금자 씨는 “960시간을 12개월로 나누면 10월 중부터 돌봄 지원을 못 받는 가정이 있다”며 “1,200시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용자 가정이 일방적으로 돌봄 신청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시간당 1만 원 정도 받는다. 하지만 대개 늦게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일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대체로 유아교육 전공이나 관련 일에 종사하신 분들이 아이돌보미를 하신다. 저를 포함한 이분들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처우가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시민의 민원 해결을 위해
24시간 전화 상담하는 ‘120다산콜센터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20다산콜센터는 교통, 수도, 25개 구청·보건소 등 서울시 행정업무 전반에 대한 상담과 민원 접수를 도맡고 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콜센터노동자들은 주간조(오전 7~9시부터 오후 4~6시까지), 저녁조(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심야조(오전 1시부터 오전 8시까지)로 나뉘어 근무한다.

시간대별 근무조 배정은 입사 시부터 결정되고, 자발적인 의사로 근무조를 변경할 수 있다. 휴일 근무도 콜센터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받는다. 최소 인원이 모자라면 회사가 전체 공지를 하고, 그에 따라 대부분 인원 충원이 돼 강제 근무 지시는 없다고 심명숙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은 설명했다.

올해로 다산콜센터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심명숙 지부장은 주로 명절 연휴에는 영업 중인 병원이나 약국 위치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부터 자료를 공유 받아 민원을 해결하고, 그 밖에 귀경길에 버스 전용차로가 언제 해제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단속은 언제 실시되는지 등을 상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심명숙 지부장은 주말이나 연휴에 이 같은 민원이 들어오면 문제를 해결할 공무원들이 부재해 상담하기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저는 평일보다 주말 등 휴일이 더 무서워요. 예컨대 불법 주정차나 불법 현수막 단속 등의 민원이 들어오면 휴일에는 공무원들이 근무를 안 하기 때문에 평일에 담당 부서가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해요. 하지만 민원인들은 ‘왜 공무원들은 쉴 때 다 쉬냐’, ‘일요일에는 사람 죽어도 된다는 거냐’는 등 저희한테 엄청 뭐라고 하시죠. 이미 굉장히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에서 전화하시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분들 목소리만 들어도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도 있어요.”

심명숙 지부장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발생 당시에도 다산콜센터로 관련 문의가 많이 왔지만 실종신고 안내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업무 매뉴얼이 부족해 상담 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상담사들은 ‘혹시라도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인데 그런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가 도움을 못 드리면 어떡하지’ 등의 불안감이 이태원 참사 이후로 많이 생겼다”면서 “콜센터 업무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콜센터노동자들은 상담업무를 수행하며 항상 긴장이나 불안을 느낀다. 심명숙 지부장은 “콜센터노동자들이 8시간 내내 긴장한 상태로 근무하다 보니 목디스크 질환 등을 자주 겪는다”며 “올해도 노조 활동을 통해 충분한 휴식시간이나 휴가 보장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천재지변이나 로드킬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상시 출동 준비하는 ‘도로보수원’

국토관리청 산하 국토관리사무소에는 도로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 노동자인 도로보수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보수원 업무는 도로 위 낙하물 제거, 로드킬 처리, 포트홀 정비, 제설·제초 작업, 안전시설물 설치 등이다.

도로보수원은 사무실로 출근해서 표지판 등 안전시설물 설치, 제설용 염화칼슘 상차 등을 수행하는 기동반, 현장으로 출근해 도로정비 등을 수행하는 구간반으로 나뉜다. 기동반과 구간반은 각각 4~5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충주에서 13년째 구간반에서 근무 중인 공공연맹 충북도청공무직노조 조합원 박준호 씨와 동료들은 1인당 약 25km 구간의 도로를 담당하고 있다. 

도로보수원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나 폭설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 또는 로드킬 발생 시 시간외근무수당을 받고 출동을 나간다고 박준호 씨는 밝혔다. 근무자는 체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도로보수가 필요한 구간 담당자가 주로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박준호 씨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출동 준비를 했다. 이전 명절 연휴에도 근무를 나간 경험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설 연휴에 눈이 왔을 때 출근한 적이 있다”면서 “여기(근무지)가 고향이 아니어서 출근이 불가능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출근을 해야 한다. 만약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출근을 못했다면 시말서를 쓰거나 징계 처분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 정비 업무 특성상 갑자기 출근하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일을 안 하면 어차피 누군가는 명절에 못 쉬고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데 개선을 한다고 해도 달리 특별한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도로보수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시에서는 도로보수원들이 도로 도색 작업을 하고 도구를 수거하다가 지나가는 화물차에 치여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박준호 씨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공사 구간에서의 감속 등을 법제화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30km로 속도 제한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사고가 아예 안 나는 건 아니지만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도로 공사나 정비 구간을 지날 때는 속도를 10~20%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법적으로 정하면 사고율이 좀 줄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박준호 씨는 시민들에게 쓰레기 무단 투기를 자제해 달라는 말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교량에서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배수구가 막힌다. 겨울에는 저희 도로보수원들이 염화칼슘 등을 뿌려 눈을 녹이고 이를 배수구로 빠지게 만든다. 그런데 배수구가 막혀 있으면 물이 안 빠져 교량이 그대로 얼어버린다”며 “한 달에 한 번 저희가 쓰레기 청소를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쓰레기 투기는 안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
폐기물을 매일 처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 노동자’

(왼쪽부터)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이성종 조합원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이성종 조합원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시에서 배출한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마포·강남·노원·양천 4곳에 있는 생활폐기물 소각장인 자원회수시설과 은평구가 직접 관리하는 자원회수시설인 은평환경플랜트로 간다. 자원회수시설이란 생활폐기물을 위생적으로 소각 처리하고 소각열을 회수해 대체에너지로 활용하는 시설을 뜻한다.

평일이든 휴일이든 관계없이 매일 폐기물이 발생하는 현재 자원회수시설은 24시간 가동된다.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마포자원회수시설에서 18년째 근무 중인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은 시설노동자들이 4조 2교대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2개 조는 주간과 야간 각각 12시간씩 4일을 연달아 일하고 나머지 2개 조는 4일을 쉬는 형태다. 3~4년 전 노조의 요구로 바뀐 지금의 근무형태는 누적된 피로를 몰아서 풀 수 있어 대체적으로 노동자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양우연 지부장은 전했다.

그러나 명절에 쉬지 못하는 건 불만으로 꼽힌다. 교대근무자들은 대개 1년 단위로 정해지는 근무 시간표에 따라 순서대로 휴가를 보낼 뿐 명절이라고 특별히 노동자들이 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성종 조합원은 “현장에서는 명절 때 쉬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대체 인원을 두는 방법 등이 고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우연 지부장은 자원회수시설 노동자들이 당면한 가장 큰 노동 문제는 자원회수시설의 민간위탁 운영 방식에 따른 노동조건 저하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은 서울시의 관리·책임 하에 운영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기업에 소속된 노동자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민간기업 간의 위·수탁계약 기간 3년이 도래할 때마다 퇴사와 재입사를 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고용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포자원회수시설의 위탁업체는 한종산업개발(주)로 계약기간은 2021년 6월 1일부터 2024년 5월 3일까지예요. 지금은 새로운 위탁업체가 들어오더라도 80% 이상의 인원을 고용승계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노동조건에 대한 승계는 없어요. 저 같은 경우 18년 근무했지만 3년마다 퇴직금을 정산받고 연차도 다시 처음부터 리셋되는 일을 반복해서 겪고 있죠.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 변함없는데 위탁 업체가 바뀐다는 이유로 노동자만 계속 손해 보는 상황입니다.”

다른 자원회수시설에서 근무하는 전국환경시설노조 조합원들도 대부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자원회수시설 직영 운영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양우연 지부장은 “지난 정권에서 우리를 필수노동자라고 칭하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격려 차원의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대우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노조 활동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성종 조합원은 “혐오시설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결국 없어서는 안 되는 시설이 바로 소각장”이라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도 필요하다는 걸 외부 사람들도 많이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입원환자 치료·간호 업무를 수행하는
‘세브란스병원 병동 간호사’

(왼쪽부터) 의료노련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이순애·김근영 간호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왼쪽부터) 의료노련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이순애·김근영 간호사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명절 연휴에도 병원 내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는 바쁘게 일하는 의료진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노동강도는 높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 4일제 도입을 의료계 최초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세브란스병원 병동 간호사 3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근무가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적용 대상자로는 신규 퇴사율이 높은 세브란스병원 171·172병동 간호사들이 선정됐다고 세브란스병원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이들의 퇴사율이 높은 이유로 중환자와 노인 환자 수가 많다는 점을 짚었다. 노조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중환자 케어는 중환자실에서 소화가 됐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라 노인 환자 수가 늘고 자연스레 중증 질환을 앓는 환자도 늘어나면서 일부 병동이 중환자를 케어해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일반 환자는 혈압이나 열 체크를 하루에 세 번 정도만 한다면 중환자는 1~2시간에 한 번씩 해야 해요. 호흡기나 소변줄 등 달리는 게 많아지고 투여할 약도 늘어나면 환자를 보러 더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합니다. 이렇게 1시간마다 살펴야 하는 환자 수가 늘어나다 보니 중환자가 많은 병동은 간호사가 환자 옆에만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세브란스병원 171병동에서 근무 중인 16년 차 간호사 이순애 씨와 4년 차 간호사 김근영 씨는 주 4일제 근무 적용 대상자들이다. 이순애 씨는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복지 부분이 많이 개선되는 것을 느낀다”며 “이번 제도도 실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휴일이 늘어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한편 명절 등 휴일이라 하더라도 응급 상황이 생기면 근무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도 말했다. 김근영 씨는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갑자기 쉬어야 하는 멤버가 있으면 누군가는 쉬다가도 다시 나와야 한다. 이 때문에 아픈 사람도 불편한 마음으로 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환자 한 분 한 분을 상대하다 보면 감정노동으로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아픈 그분들의 사정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한다”면서 “그래도 아픈 사람을 돌보는 우리가 정작 아플 때는 서러울 때가 많다. 아플 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대체 근무체제가 보완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취재원 : ▲공공연대노조 유금자 아이돌보미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 ▲공공연맹 충북도청공무직노동조합 박준호 도로보수원 ▲전국환경시설노동조합 마포지부 양우연 지부장·이성종 조합원 ▲의료노련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이순애·김근영 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