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노조 회계 보고 결과 발표에 양대노총, “자주성 침해”
노동부 노조 회계 보고 결과 발표에 양대노총, “자주성 침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2.17 16:24
  • 수정 2023.02.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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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3%가 회계 관련 점검 결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양대노총, “노동조합 자주성 침해... 회계 이미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있어”
고용노동부 ⓒ 참여와혁신 포토DB
고용노동부 ⓒ 참여와혁신 포토DB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 회계 자율점검 보고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보고 대상 노동조합의 63.3%가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향후 시정 조치 및 과태료 부과를 할 계획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이에 양대노총은 노동조합의 자주성 침해라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의무 자율점검 결과 보고’ 현황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4조를 들어 노동조합에게 지난 12월 29일부터 1월 31일까지 한 달 동안 회계자료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하고, 노조법 27조를 근거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관할 노동관서에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보고 대상 노동조합은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단위노동조합, 초기업노동조합(산별·연맹노조), 총연맹 등 연합단체 334개이다. 민간 부문 노동조합 253개, 공무원·교원 부문 노동조합 81개이다.

고용노동부는 “제출 마감일인 15일 24시 기준 2021년 이후 해산 신고된 노동조합을 제외한 유효 점검 대상 327개 중 120개(36.7%)만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자율적으로 비치·보전 여부를 점검하고 겉표지와 내지 1쪽씩만을 첨부하도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했음에도 대다수 노동조합(207개, 63.3%)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7개 노동조합 중 점검 결과를 일체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이 54개(16.5%), 자율점검결과서나 표지는 제출했으나 내지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이 153개(46.8%)에 달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양대노총에서 정부의 정당한 요구에 조직적으로 불응하기 위해 내지 제출을 거부하는 현장 대응지침을 배포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향후 고용노동부는 미제출 노동조합에 대해 17일부터 14일 동안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고, 시정 기간 동안 노동관서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소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소명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장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조사를 거부 및 기피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회계 공시 제도 도입, 회계감사원의 전문성 강화, 조합원의 열람권 보장 등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생각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은 조합원이 조합운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한 기본전제로 노동조합의 민주성, 자주성과 직결된다”며 “노동조합이 스스로 시정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점검 결과 발견된 법 위반사항 조치는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발표에 양대노총은 ‘노동조합의 자주성 침해’라며 크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급단체 및 일정 규모 이상의 노조에 일률적으로 자료제출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법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부당한 정부의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이며 위법한 월권행위”라 비판했다.

오히려 “‘회계투명성 제고’라는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사유를 들어 일정규모 이상의 모든 노조는 문제가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일괄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자체가 명백한 노조의 자주성 침해이며 노동탄압”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부가 제출 불이행 및 제출한 서류의 미비 등을 들어 과도한 현장 점검를 실시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노조 때리기를 이어간다면, 정부의 부당한 행정개입에 불응하고 법률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부장관에 직권남용 책임을 묻고, ILO에 공식 제소하는 등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자주적 민주적 운영원칙에 따라 노동조합 규약, 재정, 총회 등을 운영하며 조합원에게 노동조합의 결산과 운영현황을 보고해왔다”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예산과 결산, 사업계획 설명을 위한 순회설명회, 안내 영상, 교육자료 등을 제작해왔으며, 대의원대회 현장은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해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동부는 노동조합 내부에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동조합이 비치한 자료를 제출받을 이유도, 조사할 권한도 없다”며 “지금은 폐기된 구 노동조합법 시절, 노동부가 노동조합 서류를 조사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도 △노동조합 운영 관련 진정이나 고발이 있을 때 △노동조합 조직 내 분규 발생으로 지도 필요가 있을 때 △1년간 노동조합 활동이 확인되지 않아 해산사유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로 한정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주성 침해 위협이 있는 노동부의 자료제출 보완 요구는 거부할 것이며, 과태료 부과 등 부당한 행정조치를 거부한다”며 “이미 밝혔듯 양노총은 폐기된 법률로 현행법을 해석하는 노동부의 월권을 법률투쟁으로 저지할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