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자료 안 낸 노조에 과태료··· 양대노총 “이정식 장관 고발”
회계자료 안 낸 노조에 과태료··· 양대노총 “이정식 장관 고발”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14 14:58
  • 수정 2023.03.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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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회계자료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15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이에 양대노총은 다음주 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도 이의신청 등 법률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4월 초까지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현장조사도 예고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보고하지 않은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7조(자료의 제출)를 위반했다 보고 있다. 노조법 제27조는 “노동조합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난달 1일 정부는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 노동조합과 연합단체 319개(민간 노동조합 240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79개)를 대상으로 재정에 대한 서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들에 요구한 기한인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120개(36.7%) 노동조합이 자료를 제출했고, 시정기간 14일 뒤인 13일 18시 기준 233개(73.1%) 노동조합이 자료를 제출했다. 86개(26.9%) 노동조합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구체적으로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37.1%, 23개)이, 조직형태별로는 연합단체(49.2%, 29개)의 제출비율이 낮았다”며 “정부가 서류 비치‧보존의무 확인이라는 점검 목적에 부합하게 노조법에 따라 표지와 민감 정보를 제외한 내지 1쪽만을 제출토록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대 노총이 지침을 통해 전면적으로 제출을 거부하도록 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달간의 자율점검기간 운영, 시정기간을 통해 여러 차례 시정기회를 부여하였음에도 노동조합이 정부의 최소한의 요구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회계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15일부터 4월 초까지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완료할 것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계획이다.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이후엔 10일간 의견제출 기간이 있을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총연맹 2곳의 경우 최종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1일부터 노조법 제27조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가 사전 통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4월 중순부터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한 현장조사도 본격화한다”며 “현장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고, 현장조사 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과태료 이외에도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현장조사의 근거로 제시하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22조(질서위반행위의 조사)는 “행정청은 질서위반행위가 발생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어 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그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당사자의 사무소 또는 영업소에 출입해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노조 사무실에 회계 관련 서류를 비치‧보존하는 것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의 기본 책무”라며 “법상 의무를 확인하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것은 조합원의 알권리를 약화시키고,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것으로 법 위반사항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자료제출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없어, 위법한 운영 개입 고발할 것

양대 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처사를 “노조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어 노동조합에 월권적이고 위법한 운영 개입을 자행”하는 것으로 판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 접수 시점은 다음주 중이 될 예정이다.

정부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선 이의신청 등 “전면적인 법률대응에 돌입”할 계획이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진 과태료 부과 처분 효력은 정지된다.

한국노총은 14일 성명을 내고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 검토보고서와 고용노동부 노조법 업무 매뉴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라며 “노조법 14조는 조합원에 대한 의무이지 정부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산하 노동조합은 이미 조합원 알권리 보장을 위해 서류보존·비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과 노조의 민주적·자주적 운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회계 등 내부 자료를 공개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노조를 사회부패 세력으로 매도하고 노조혐오를 조장하려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면 절대 응할 계획이 없음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노동조합 자료 내지 제출 요구는 그 자체로 자신들이 법적 근거로 들고 있는 현행 노조법을 넘어서는 월권행위”이고 “노동부의 시정지도 및 과태료 부과방침에 대해 응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 대응 및 다양한 형태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6일 “위법 월권적 노동부 요구는 따를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은 자주성 침해 위협이 있는 노동부의 자료제출 보완 요구는 거부할 것이며, 과태료 부과 등 부당한 행정조치를 거부한다”며 “법원은 조합원에게 노동조합 자료를 열람하게 할 경우에도 노동조합이 업무가 방해되지 않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논의하느라 바쁜 노동조합에 법적 근거 없이 노동부에 제출할 서류 작성을 주문하고 재촉하고 엄포를 놓는 노동부에 민주노총은 저항과 투쟁으로 노동조합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