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 숙고 국회 요청...노동계, “노동부 장관 사용자 대변인?”
노조법 개정 숙고 국회 요청...노동계, “노동부 장관 사용자 대변인?”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2.20 17:46
  • 수정 2023.02.20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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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법치주의 훼손, 파업 만능주의, 이중구조 심화”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회갈등과 기업현장 불확실성 키워 국가경제 위협”
노동계, “노동부 장관 기업 대변인인가...한국은 글로벌스탠다드에 역행”
20일 오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고용노동부 유튜브 갈무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국회에 노조법 개정을 숙고해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노조법 개정 사실상 반대 브리핑에 노동계는 “사용자단체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국회가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민해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개정 반대의견을 낸 것이나 다름없는데, 반대 주요 이유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파업 만능주의가 우려되는 입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불가 및 미래 세대 일자리 충격 등이다.

이정식 장관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사업주에게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로서 모든 의무를 부여했는데,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인지, 단체교섭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단체교섭 장기화, 교섭체계 대혼란,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 불안정 및 현장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이정식 장관의 설명이다.

또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동쟁의 및 적법한 파업의 범위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확대된다”며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등 권리분쟁이 법원이나 노동위의 법률적 판단이 아닌 노조가 파업 등 힘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노사 갈등 비용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노조법 2조 5호의 노동쟁의의 정의에 대해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말한 부분 중 ‘근로조건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개정하게 되면, 기존에 사법 판단을 받아왔던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단체협약 이행,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권리분쟁도 쟁의행위 범위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쟁의행위 대상 범위가 임금 조건, 단체협약 갱신·체결 등에 해당하는 이익분쟁으로 한정됐는데, 권리분쟁 영역까지 확장돼 파업 영역도 확장되고 노사 갈등도 확장된다는 게 이정식 장관의 풀이다.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며 “공동불법행위자 모두에게 배상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 배상을 우선하는 대법원 판례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정식 장관은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과의 형평에도 어긋나며 일부 노조의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에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기존 대기업·정규직 노조는 더욱 보호받게 되고, 노사갈등 비용이 커지면 기업 손실, 투자 위축 등으로 청년 일자리 기회를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20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헌법·민법 원칙에 위배되고, 노사갈등을 확산시킬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모두 발언했다. 이유는 이정식 장관이 브리핑한 바와 같다.

나아가 “무리한 국회 강행처리 시 사회갈등과 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국가경제 전반에 심대한 부정적 여파가 예견된다”며 “노사관계 근간을 흔들고,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 사실상 반대 입장에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정식 장관은 기업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연일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하는 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이미 판례에 확립돼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이라며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된다 한들 교섭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현실인데, 무슨 법치주의를 운운하냐”며 반문했다.

또한 “권리분쟁사항까지 적법한 쟁의행위의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역시 이미 구노조법상 규정대로 개정했을 뿐이고, 손해배상 청구 제한 역시 사측의 보복성 손배폭탄을 제한하는 아주 미흡하지만 최소한의 조치”라며 “도대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파업 한 번했다고 천억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냐”고 이정식 장관의 글로벌스탠다드 언급에 대해 되받아쳤다.

아울러 “이정식 장관이 2016년 8월 한국노총 사무처장 시절 국회 손배가압류 근절 촉구 기자회견에서, 작년 8월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의 발언과 다르게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재고를 촉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전했다.

민주노총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경총 등 사용자 단체의 대변인으로 이직을 권유한다”는 논평을 내고, “글로벌스탠다드를 언급했는데, 최근 EU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된 ‘플랫폼노동 입법지침’, 작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독립계약 분류에 대한 새로운 규칙’에 대해 공부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노조법 2조, 3조의 올바른 개정이고 전면개정”이라며 “노동자가 스스로의 임금과 고용, 사회·경제·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노동조합임은 주지의 사실이며 누구나 노조할 권리를 누리게끔 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이고 ILO핵심협약의 정신인데, 한국의 현실은 역행 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