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통과 노조법 2·3조 개정안, 본회의 상정되나
환노위 통과 노조법 2·3조 개정안, 본회의 상정되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2.21 16:51
  • 수정 2023.02.2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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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3조 개정안, 21일 국회 환노위 문턱 넘어
법사위 논의 지연,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우려도 
노동시민단체 “개정안, 한계 있지만 국회통과 서둘러야”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환노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지금보다 폭넓은 노동권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경영계의 반대와 이에 동조하는 정부·여당의 반발로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오전 환노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개정안 처리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9명)과 정의당(1명)이 주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위원(6명)은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모두 퇴장했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대한민국의 경제활동에는 노동, 자본, 기업가 정신이 다 필요하다”며 “현재 노조법만으로도 충분히 노동조합 보호, 노동3권 보장이 다 된다. 계속 전투적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이 상황인데, 어느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 들어와서 투자를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법안을 논의하게 된 본질은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손해배상 소송을 근절하자, 한마디로 돈으로 겁박하지 말자, 노동자 한 사람에게 수백억 원의 손배소를 하는 게 과연 사리에 맞느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본질을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환노위 법안소위 위원으로서 충분한 과정과 절차를 거쳐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지연’, ‘尹의 거부’는 난관

이날 환노위에서 최종 의결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가결된다. 다만, 법사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만큼 법사위 논의가 60일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야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직회부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 심사가 60일 안에 끝나지 않을 경우, 해당 상임위(환노위) 위원 5분의 3이 동의하면 본회의에 법안을 직회부할 수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통과되면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가 해당 법률안을 재의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회 정당별 의석수에서 야당이 2/3를 점유하지 못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노조법 2·3조 개정은 어려워진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환노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형태의 의사결정인데, 쉽게 진행하기 어려우리라 판단한다”면서도 “대한민국에서 행사되지 않았던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영진 의원은 개정안의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 “헌법에서 제기하는 재산권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이란 이유로 ‘개별 손해배상을 금지’하거나 ‘손해배상 금액을 법률로 지정’하는 등의 내용을 이번 개정안에 넣지 않았다”며 “좀 더 많은 판례가 나오면 추가적으로 개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에 대한민국의 최고 법원인 대법원, 그리고 지방 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을 문구 그대로 넣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우려는 대법원과 행정법원이 헌법에 위반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과 동일한 얘기”라며 “정말 우려 있다면 헌법 소원을 제기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를 강조했던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극복을 그토록 강조하는 정부가, 이중구조 극복의 주요 방안 중 하나인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섭권 보장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며, 노동개혁의 진의를 의심케 할 뿐”이라며 “저임금 주변부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진짜라면, 이제라도 법안 통과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이 21일 오전 환노위 전체회의 직후 환노위 회의실 앞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교섭은 ‘진짜 사장’과, ‘손배 폭탄’은 방지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와 원청 사용자 간 단체교섭을 보장하고(노조법 2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자(노조법 3조)는 취지로 발의됐다. 노동·시민단체 등은 ‘손배 폭탄 방지법’, ‘진짜 사장법’으로 부른다.

개정안은 먼저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다면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이에 따라 원청 사용자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 그간 하청 노동자는 결정 권한도, 역량도 없는 ‘바지 사장’인 하청 사용자와 교섭으론 노동 조건·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며,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 보장을 요구해왔다.

합법적 노동쟁의’도 폭넓게 인정했다. 임금인상·단체협약 등에 한정한 현행 노동쟁의 범위를 해고자 복직, 정리해고 등으로 확대했다. 노동조합은 보다 다양한 사안에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법원이 인정했더라도, ‘연대 책임’은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이 파업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 위법 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뿐 아니라 노동조합 전체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다. 이 같은 ‘부진정 연대책임’은 사측의 노조 파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는데, 노동조합을 탈퇴한 조합원은 연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를 당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대거 탈퇴로 사라지기도 한다. 아울러 개정안은 신원보증인에 대한 연대책임도 중단토록 했다.

대우조선해양 470억 원, 현대제철 240억 원, 쌍용자동차 110억 원 등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를 지적한 김영진 의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며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고, 가정이 파산하는 문제 많았다”며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파괴·방해하는 수단으로 ‘손배 폭탄’이 이용된 부분을 정당하게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동계 “개정안 통과 촉구”
경영계 “개정안 논의 중단”

개정안 통과 직후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개정안의 모자란 내용을 채워가야 한다고 전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금지 등 당초 요구했던 내용이 빠진 것을 개정안의 한계로 지적했다.

환노위 전체회의 직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혜진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이법은 온전한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저희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긴 세월 소송을 통해서 자신이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가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부조리를 없애라고 요구했지만 아직은 온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며 “프리랜서·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노동자라는 이름을 갖지 못해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많은 이들에게 ‘괜찮다’, ‘함께 하자’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아직 거기에 온전히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운동본부는 “대통령이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려온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위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여당은 이날 회의에서 끝끝내 퇴장했다. 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에는 눈감고 사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했다”며 “통과된 법안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이 아니다. 법원 판결이 명확한 상황에서 파업권을 남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노총은 여당이 환노위 결과를 수용하여 신속한 상임위 의결과 본회의 처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 한뜻을 밝혀온 경영계는 유감을 표했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이미 정부와 여당이 수차례 반대 의견을 밝혔고, 경영계가 개정안 심의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번에도 다수의 힘을 앞세워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유감을 표하는바”라고 했다. 

경총은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국회는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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