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환노위 소위 통과··· 노동계 “커다란 진전”
‘노란봉투법’ 환노위 소위 통과··· 노동계 “커다란 진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2.15 19:56
  • 수정 2023.02.15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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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안 환노위 법안 소위 문턱 넘어
경영계 “법안 폐기해야”, 노동계는 “커다란 진전”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환노위는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하라'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환노위는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하라'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조법 2·3조 즉각 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는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소위에선 위원 8명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김영진·윤건영·이수진·전용기)과 정의당 의원 1명(이은주)이 찬성표를, 국민의힘 의원 3명(임이자·김형동·박대수)이 반대표를 던졌다. 

사용자 정의 넓혀
간접고용 노동3권 확대 

이번 개정안에선 노조법 2조2항의 사용자 정의가 확대됐다. 현행 노조법 2조2항은 사용자를 근로계약의 상대방으로 제한하지만, 개정한 2조2항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 

이는 그간 사법부에 쌓인 판례를 반영한 개정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사용자는 노동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도 원청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근로계약상 원청 소속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도, 쟁의행위를 할 수도 없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돼왔다”며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 개정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수백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노조법 2조5항 노동쟁의 행위 정의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바꿔 임금 등 단체협상과 관련된 이익분쟁만 가능했던 쟁의행위의 범위를 권리분쟁으로까지 확대했다. 

손배 청구 악용 가능성 낮춘
노조법 3조 개정

노동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기준을 담은 노조법 3조의 악용을 막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그간 법원은 이른바 공동 불법 노동쟁의 행위를 한 이들에게 전체 손해발생액에 대한 ‘부진정 연대책임’을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개정안은 법원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한 조항도 만들어 배상 연대 책임 소지도 없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해배상 기준을 분명히 하고 과도한 손해배상 폭탄으로 노조를 말살하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없애는 형태로 손해배상 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이견 조정을 요구하며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각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사하기 위한 국회법상 절차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해철 위원장에게 요구한다. 안건조정위에서 논의를 공개 토론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어가 장기간 계류될 경우 본회의 직회부를 요구할 의지도 밝힌 바 있다. 다만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국회는 해당 법률안을 재의해야 한다. 이때 의결 조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이다. 현재 국회 정당별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이다. 

28일 민주노총이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일대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br>
지난해 12월 28일 민주노총이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일대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선전전을 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경영계 “법안 폐기해야” 
노동계 “커다란 진전”

노조법 개정안의 법안 소위 통과 직후 경영계는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와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법리에 반하고,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당한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가 더욱 늘어나 기업과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노사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국회는 지금이라도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고,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손배가압류 문제는 무려 20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과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사측의 보복성 손배가압류 폭탄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있어 왔다”며 “한참 늦었지만 이번 국회에서 부족하게나마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상 노동3권 보장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노조법상 일부 조항을 고치는 수준이 아닌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며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노조를 자유롭게 설립·가입할 수 있어야 하고, 노조 운영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남용을 최대한 배제해 노사 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조법 3조와 관련해 개인에 대한 손배 청구 제한과 단순파업이 제외된 부분과 2조1항 노동자 정의 확대 부분이 빠져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2조2항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노조법 체계 안에서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과 2조5항 권리분쟁까지 쟁의범위가 확대된 부분은 커다란 진전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남은 국회 처리 과정에 집중할 것이며 미흡한 부분이 채워지는 완전한 노조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물론 이번 대안에 대해 정의당으로선 아쉬운 점이 있다. 영국 등에서 입법례가 마련된 바 있는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배 청구 제한과 노동조합에 대한 손배 청구액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이번 대안에는 그것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또 3조 개정안은 노조의 활동을 봉쇄·위축시키기 위한 손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 정의당은 손배 남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추가적인 입법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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