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한판 붙자' 아니고 '대화하자'입니다
노란봉투법 '한판 붙자' 아니고 '대화하자'입니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3.07 17:51
  • 수정 2023.03.12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일 노란봉투법이 파업을 조장한단 경영계 의견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 열려
민주노총 등 "노란봉투법은 파업보장법이 아니라 교섭촉진법"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은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이하 공단)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강북구청 앞에서 농성 중인 공단 노동자들의 요구는 소박하다. "(구청장과) 대화 한 번"이다. 이들은 왜 공단이 아니라 강북구청 앞에서 파업하고 있을까? 노동자들은 "우리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이순희 강북구청장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정관은 정원, 급여, 인사 등에 관해선 구청장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순희 구청장은 "법적으로 교섭 의무가 없다"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농성장에서 겨울을 보낸 공단 노동자들은 "(대화 한 번 하지 못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공단 노동자처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에 영향을 행사하는 '진짜 사장'과 교섭이 필요한 하청노동자들에게 교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하지만 경영계는 교섭 상대방의 범위를 넓히는 노란봉투법이 노사 분쟁을 증가·장기화시켜 사업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노동계는 "진짜 사장이 '근로계약 상대방이 아니다'라고 하면 교섭조차 불가능"했던 현행법을 바꿔 "조속한 대화를 가능케 해 노사분쟁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반박했다. 또 "진짜 사장과 조기 교섭이 가능해지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장기 파업 등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은 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이 간담회는 파업과 노사 분규를 조장한다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경영계와 정부의 주장에 맞서 노란봉투법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혜진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변화에 따른 당연한 법·제도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혜진 공동집행위원장은 "플랫폼 노동, 간접고용 등이 많아져 사용자가 누군지 알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사용자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권한을 가진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법제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현장에서 조금만 일해보면 노동조건을 누가 결정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며 "원청이 노동조건 결정에 권한이 없다면 굳이 우리가 왜 원청에 탄압받아 가며 교섭을 요구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들도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며 "교섭을 통해 대화가 보장된다면 임금도 못 받아 가며 대화하자고 파업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이 법이 어떻게 '파업 조장법'인가. '교섭 촉진법'이 맞다"고 덧붙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불안 조장'이라며 여론을 호도하는 대신 제대로 된 이유를 근거로 들어 법 제정을 반대해야 한다고 경영계에 주문했다. 정흥준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가 교섭에 응해야 하므로 사용자 부담이 다소 증가한다. 이것이 경영계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라며 "경영계는 사용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할 순 있겠지만 지금처럼 법이 노동자에게 파업을 부추겨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등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정기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정기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란봉투법엔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 외에도 파업한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의 청구를 막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 후 사측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조합을 위축시키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비판이 다시금 제기됐고, 이 문제의식이 법 제정에 반영된 것이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은 "자신이 잘못한 만큼만 책임지는 '자기책임의 원칙'은 헌법과 민법의 기본원칙"이라며 "이 당연한 원칙이 이제야 노조법에 반영된 것인데 이를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건 옳지 않다"고 경영계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 위원장은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본회의 직회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분석 및 정부·재계 등의 왜곡 주장 반박'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