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합노조, 항해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등대
민주연합노조, 항해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등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2.27 10:01
  • 수정 2023.02.2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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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위원회 일몰·직무급제·민간위탁···‘초기의’ 마음으로 싸울 때
[인터뷰]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제11대 집행부

[인터뷰] 김만석 민주연합노조 위원장·도명화 수석부위원장

김만석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왼쪽)과 도명화 수석부위원장(오른쪽)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끼가 니 문신이가?”라는 말도 들었다. 장을 보러 가는 길에도 노조 조끼를 벗지 않았다. 톨게이트 투쟁이 한창일 때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그만큼 간절했다. 조끼에 대한 애정도 컸다. 녹색 빛이 도는 민주연합노조 조끼를 입으면 싸울 힘이 생겼다고 했다.

김만석 민주연합노조 위원장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안산시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업체 사장은 노동자들에게 별 일을 다 시켰다. 사장의 개인 농장에서 일하고 이삿짐까지 날랐다. 8시간 노동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원래 그렇게 일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랬던 생활폐기물 노동자들이 녹색 조끼를 입고 업체와 시청을 흔들었다. 조끼를 입지 않았더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자랑스럽고 보람찬 기억들이다.

민주연합노조 제11대 집행부 선거에서 당선된 김만석 위원장은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맨 처음 노동조합 조끼를 입었던 마음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깨어있지 않으면 당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사용자와 정부는 꾸준하게도 이윤과 효율만 바라본다. 그들은 그대로인데, 노동자들은 차츰 적응하는 것만 같다는 게 김만석 위원장의 고민이다. 투쟁은 관성에 젖고 내 사업장과 지역의 일이 우선시된다. 오는 3월 공무직위원회가 일몰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부문 인원감축과 직무급제 도입을 벼르는 중이다. 정부가 간접고용 구조를 자발적으로 개선할 거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국면에서 노동조합은 더욱 전체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

처음 노동조합 했던
이유 다시 생각할 것

- 민주연합노조 제11대 집행부 선거에서 당선됐다.

김만석: 민간위탁 쪽 상황이 좋지 않다. 바뀌지 않고 고착화되고 있다. 사용자와 관공서는 20년, 25년 전과 다르지 않은데 노동자들은 거기에 길들여져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민주연합노조 자체도 마찬가지다. 조합이 오래되다 보니 관성에 젖은 모습이 보인다. 투쟁을 해서 뭔가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얼른 타협하고 수긍하고, 전체가 아닌 우리 지역과 본부만 따지는 상황이라고 나는 본다. 과연 이게 우리 민주연합노조만의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사실 하지만, 노동조합은 그래선 안 된다. 맨 처음 우리가 노동조합을 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하고, 조끼를 처음 입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 위원장의 대표공약 중 1번이 ‘비정규직 대표노조’다. 현장에서 민주연합노조는 어떤 존재였나?

김만석: 2018년 안산지부가 만들어지고 처음 지부장을 했다. 그 때는 어마어마했다. 시청은 8시간 근무로 정해놨는데 회사에서는 11시간씩 일을 했다. 새벽 4시 반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했는데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반발하면 바로 해고됐다. 회사 사장님 개인 농장에 가서 일도 하고 사장이 이사하면 이삿짐 날라주러 갔다. 직원보다는 머슴 정도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부당함을 느끼고 민주연합노조와 손을 잡은 후 안산이 바뀌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고, 정부가 책정한 인원수와 임금을 다 받았다. 그간은 사장이 직원을 유령으로 채용해 돈을 빼돌려왔다. 조합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역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야만 뭔가를 이룰 수 있다. 노동조합이 꼭 있어야 하고, 살아갈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걸 우리 노동자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올해 할 게 굉장히 많다. 공무직에 대한 직무급제와 인원 감축을 정부가 하겠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또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2019년에 했던 총파업의 마음을 다시 먹어야 한다.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수석부위원장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직된 비정규직들이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안아야

- 도명화 수석부위원장은 ‘모든 비정규직의 싸움’이라 불렸던 톨게이트 투쟁을 거쳤다. 지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나?

도명화: 살기 위해서 했던 투쟁이었다. 자부심도 있었고, 비정규직들한테 싸울 수 있는 희망을 줬다고 나름의 평가를 한다. 투쟁 후 민주연합노조나 연맹에서 할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업장 안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톨게이트 투쟁이 있었음에도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전체 비정규직들은 더 취약해지고 어려워졌다. 우리 사회는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좌지우지된다. 그걸 돌파하고 싸울 힘이 비정규직에 있을까 했을 때, 조직된 비정규직들이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까지 안고 투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자체가 없어져야만 모든 게 해결된다. 정규직이, 직접고용이 된다고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남은 것이 불안하다.

- 11대 집행부의 슬로건이 ‘우리가 옳다, 우리가 한다’다. 임기 중 무엇을 하고 싶은가?

도명화: ‘우리가 옳다’를 외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감정은 간절함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옳기 때문에 간절하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었다. ‘우리가 한다’는 이제 행동하자는 거다. 정말 노동조합다운 노동조합은 어떤 것일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 투쟁하는 노동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연합노조를 투쟁하는 노동조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민주연합노조는 비정규직 노조라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싸울 수 있다. 그 특성을 살려서 투쟁을 만들면 거침없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투쟁은 성별이나 지부의 크기를 뛰어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여성 사업을 하고 싶다. 민주연합노조에서 여성 사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우리의 의식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활성화될 수 없다고 본다.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건 교육이다. 민주연합노조에는 전체 조합원 연수 교육이 1년에 두 번 있다. 총연맹의 성평등 강사단 교육을 받고 20~30분이라도, 힘들면 영상이라도 틀고 싶다. 일단 중집 성원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위원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웃음).

- 민주연합노조는 왜 ‘비정규직의 희망’이 되고자 하나?

김만석: 나도, 우리 조합원들도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힘없이 정부에서 원하는 것처럼 직무급제 받아들이고, 옆 동료가 시간선택제나 기간제로 바뀌는 것을 두고 볼 것인지, 같이 살아가려 싸울 것인지의 문제다. 또 지금은 민간위탁으로 고용된 청소 노동자들도 원래는 정규직이었다. 그걸 다시 돌리자는 거다. 민간위탁을 직접고용하면 중간 비용이 들지 않아 세금을 최소한 몇 십억 원은 아낄 수 있다. 공무원들도 알고 있다. 굳이 먼저 손대서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떤 시에서 먼저 하면 우리 시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그 ‘어떤 시’는 어느 시가 돼야 하냐. 우리 시부터 할 수는 없냐는 거다.

도명화: 노동조합에 들어올 때 우리 노동조합이 어떤 노동조합인지 잘 몰랐다. 들어와서 김헌정 열사 책도 읽고 조합원들도 만나 보며 민주연합노조가 가장 취약하고 약한 곳을 조직해 투쟁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그렇다. 우리가 가장 취약하고 약한 곳을 조직하려고 보면 다 비정규직이었다.

김만석 민주연합노조 위원장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대외 투쟁과 더불어
내부도 정비할 것

- 22일 대대를 진행한다. 올해 중점으로 두는 현안과 계획은?

김만석: 2019년도에 투쟁해서 만들었던 공무직위원회가 3월 말로 일몰된다. 살리는 방향으로의 투쟁이 있어야 한다. 또 상반기에 최저임금위원회와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이어진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이 되고, 이걸 돌파하기가 너무 어렵다. 관련한 투쟁을 계획해야 한다. 직무급제의 부당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도 계획 중이고, 민간위탁으로 인한 폐해를 담은 백서도 만들고 있다. 아직도 노동자 밥값 떼먹고 유령인원 채용해 인건비 떼먹는 곳이 있다. 그런 부분을 지역적인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면 새로 큰 싸움을 할 수가 없다.

더불어 내부 재정비가 목표다. 아까 말한 구태나 나태에 쉽게 타협했던 모습을 정비해 새로 깨어나게끔 하고 싶다. 대외 투쟁은 대외 투쟁대로 하고, 대외 투쟁을 위한 내부 정비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 보고 있다. 외부적으로 투쟁한다고 하는데 안에서 안 따라가면 되겠나. 대대 이후 계속적인 총회와 지역지부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와 공공연대노조, 지역일반노조는 하나의 단일노조로 통합하려는 조직적 목표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 상황과 내부 고민이 있다면 듣고 싶다.

김만석: 몇 년 전부터 단일노조 건설을 기치로 준비했던 건 맞다. 그런데 현실적인 면에서 조금 융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게 고민이다. 예를 들면 조합원들의 성향도 많이 다르다. 민주연합노조는 통합은 방향성은 맞지만 차근차근 풀어가는 걸로 하고, 현재는 연맹을 강화해 대정부 투쟁을 하는 것이 맞다는 목표 설정을 하고 가는 상황이다. 차근차근 계속 밟아나가야 된다고 본다. 연맹 차원으로 싸움을 가져가서 공동으로 결의하고 투쟁하는 형태로 가야하고, 그래야 목소리도 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연합노조, 비정규직·차별 없는
세상 위한 싸움 선봉 서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 달라.

도명화: 쉬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임원이 되고 싶다. 어렵지 않게 언제나 옆에서 친숙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김만석: 앞으로도 우리는 비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한 싸움의 선봉에 서겠다. 밤에 항해하는 배의 등대 같은, 희망이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다. 민주연합노조의 노동자들을 전부 다 깨어 있는 상태로 만들어 같이 활동하고자 한다.

- 깨어있다는 건 무엇인가?

김만석: 살아있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다. 살아있으면 반응을 한다. 적들이 도발을 했을 때 어떻게 쳐들어오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다. 머무르지 않고 반발하는 건 깨어 있어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