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공무원 싫어”···청년 잡으려면 공직에 보람·보상을
“아바타 공무원 싫어”···청년 잡으려면 공직에 보람·보상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07 08:33
  • 수정 2023.03.07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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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칼협? 푸념 아닌 국민·공무원 위한 행정 만들자는 것
청년 공무원들이 성취감과 사명감 가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리포트] n년차 공무원들과 조기퇴직 좌담회②

앞서 공무원 네 명의 경험으로 청년 공무원들이 조기퇴직을 생각하는 요인들을 살펴봤다(관련 기사▶ 청년 공무원들에 물었다 “철밥통, 왜 걷어차고 싶나?”). 선출직 단체장을 위한 업적 쌓기 행정, 일을 열심히 할수록 승진보단 과로에 가까워지는 공직사회, 낮은 보수와 불안정한 연금 등으로 요약된다. 청년 공무원들의 조기퇴직을 없애려면 해당 키워드들을 반대로 뒤집으면 된다.

여론은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공무원들이 말하는 공직사회의 어려움들은 푸념으로 치부되곤 한다. 최근엔 ‘누칼협’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누가 칼들고 협박함?’의 줄임말인 이 단어는 주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쓰인다. 누가 칼들고 공무원 하라고 협박한 적 없으니 싫으면 네가 그만두거나 하라는 의미다. 안정적이라 공무원을 택한 청년들은 역설적이게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모든 일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누칼협이란 단어를 꺼내자 잠시 뜸을 들이던 B씨는 말했다. “자발적으로 공무원이 됐으니까 어려움을 무조건 참아내야 한다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하거든요. 월급이나 우리 이런 문화가 사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거기에서 오는 어려움들은 분명히 있을 거고. 공무원이든 다른 직업이든 어려운 게 있으면 누구나 얘기를 해서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봉사하는 직업이니까 무조건적으로 희생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내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효과가 있는 거지, 강압적으로 주입되면 역효과 나거든요. 우리가 성취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그런 환경들을 조성해주면 좋겠어요.”

지난해 8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청년위원회가 낮은 보수인상률과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인력감축 기조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청년공무원들은 ‘9급 공무원 월급통장 사망 추모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공직사회, 이렇다면

“청년 공무원들은 비상근무, 악성민원 등 무한한 의무와 책임을 강요받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던 C씨는 하위직 공무원 보수가 올라야 하는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공무원의 임금과 복지, 처우는 보편적으로 많은 곳에서 최소한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정부에서 공무원의 월급을 동결, 하락시키거나 노후에 공무원연금을 보장하지 않으면 이 여파가 공공기관 전체에 널리 퍼지고 확대될 수 있어요. 공공기관이 그렇게 하면 기업에서도 노동자들에게 마음대로 일을 시키고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국민의 삶도 같이 악화되는 상황을 낳을 수 있는 거죠.”

12년차 공무원인 D씨는 국민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공무원들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아쉬운 점들을 듣게 되고, 개선방안을 제안해 반영하면 더 나은 방향의 행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D씨는 “공무원이 일선 현장에서 일을 하면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가 있어도 바꿀 수가 없다. 오로지 집행만 하게끔 해놔서 불만과 항의는 공무원들에게 쏟아지고, 공무원의 근무여건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며 “일선 공무원에게 행정제도와 법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주민이 요구하는 행정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조기퇴직을 막으려면 공직사회 내부 기성세대의 역할도 주요하다고 봤다. 직장 분위기가 좋으면 계속 다니고 싶을 거라는 게 B씨의 생각이다. “요즘 MZ들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고. 막 이런 이야기들 되게 많이 들어요. 기성세대들이 싫은 소리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를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단절된 거죠. 그러면 방치된 느낌을 받아요. 기성세대 공무원들이 넓은 마음으로 보듬어주고 잘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어떻게 보면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고 관심 이런 거를 결국엔 고마워하거든요.”

내 일을, 공직사회를 더 좋아하고 싶다

끝으로 A씨는 지금 하는 일이 좋다고 말했다. 월급이 부족하지만 처우개선은 더디다는 점을 상기할 때면 마음이 아프지만 법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건 확실히 적성에 맞다고 느낀다. 재판을 보조하는 업무는 나름대로 법을 해석하고, 판단해야 하기에 개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원래 법에 관심이 있었던 A씨에게 흥미를 주는 업무다.

“모르는 걸 알아가는 것도 재밌고, 상황이 딱 주어졌을 때 법을 해석해보고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이 직장 내에서 더 많은 걸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다만 이 직장을 더 좋아하고 싶은데 상황이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것 같아요.”

공무원 조기퇴직이 늘어난다. 그만큼 조기퇴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의욕을 잃은 채 공직에 남거나 긴 휴직에 들어가는 공무원들도 많을 수 있다. A씨는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며 “국가라는 직장이 공무원이 웃을 수 있는 조직이 돼야 결과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