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국회·국민 패싱”
“윤 정부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국회·국민 패싱”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4.10 18:33
  • 수정 2023.04.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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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정의당 등 기자회견 열고 탄소중립 기본계획 전면 재수립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반대 목소리 이어가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환경운동연합, 녹색교통, 청소년기후행동이 10일 오전 11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탄기본 정부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정치권과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내용이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상당부분 대변할 뿐더러, 절차도 부실하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21일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탄기본) 정부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2042년까지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던 2021년 정부 발표에 대한 이행방안이다.

정부는 탄소 배출량 합계를 40% 줄이는 것은 유지하되 2021년 발표한 부문별 감축 목표를 조정했다. 먼저 산업 부문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억 3,070만 톤(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2018년 대비 11.4% 줄이기로 했다. 2018년에 내놨던 14.5% 감소 목표보다 3.1%p 줄어든 안이다. 원료수급, 기술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완화했다는 게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의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반영한 전환 부문은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4.4%에서 45.9%로 1.5%p 늘렸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부문도 국내 탄소저장소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점을 반영해 0.9%p 늘렸다. 건축·수송·농축수산·폐기물·흡수원 등 5개 부문은 기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동일하다.

더불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원전 발전 비중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인 에너지 요금체계 마련도 추진한다. 기업의 감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하고, 보조·융자도 확대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효율기준 할당 확대 등 기업에겐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의 안이다.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과 육·해·공 이동수단의 친환경화, 스마트팜 확산, 폐기물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등 부문별 저탄소 구조 전환 정책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과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등 분야에 총 89조 9,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 같은 안은 10일 탄녹위에서 심의·의결돼 오는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와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 등은 10일 오전 소통관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정부의 11일 국무회의 탄기본 졸속 통과 방침은 화석연료 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권위를 대놓고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졸속 심의 중단 및 전면 재수립 촉구 기자회견’에서 “탄기본은 모든 국민이 참여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절차와 내용으로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탄기본 정부안을 계획 수립 법정 기한을 불과 3일 남긴 3월 21일 늦장 발표하더니,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이 오늘 졸속 심의하고 내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안은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사회계층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산업계의 민원만이 대폭 반영돼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 흐름을 역행하는 무책임의 극치로 나타나고 있다. 탄기본 졸속 심의를 즉각 중단하고, 탄소중립기본법이 정한 민주적 참여 원칙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를 재구성해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계획을 전면 재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의당 녹색정의위원회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환경운동연합, 녹색교통, 청소년기후행동도 기자회견을 열고 탄기본 정부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상식적인 정부라면 초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해 대폭 수정된 안을 다시 발표해야 한다”며 “국회 기후특위 업무보고와 같은 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탄기본을 확정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탄기본에 대한 국회의 개입 여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꼼수이며, 정부가 국회 보고 및 심의 과정을 사실상 요식행위로 여기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입법부로서 모두의 미래가 달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보고받고 충분히 심의해 의견을 제시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지금 정부의 탄기본 국무회의 졸속 통과 방침은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이는 곧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도 “이번 기본계획은 2042년까지의 장기계획을 제시해야 하는 20년 단위의 계획임에도 2031년 이후의 부문별·연도별 감축 계획이 제시되지 못했다”며 “국무회의에서 탄기본이 조건 없이 통과된다면 이 정부가 탄소중립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대 노총과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폐기하고 재수립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