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최저임금 받지 않아도 된다? “차별 조장하는 법 개정해야”
장애인은 최저임금 받지 않아도 된다? “차별 조장하는 법 개정해야”
  • 임혜진 기자, 천재율기자
  • 승인 2023.04.12 13:36
  • 수정 2023.04.1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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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장애인의 날’ 앞두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개정 목소리 나와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존엄 지키기 위한 기준... 장애인에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애인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 규정(최저임금법 제7조 제1호)은 장애인노동자의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저해한다. 또 장애인노동은 비장애인노동에 비해 저평가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차별을 조장한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인을 헌법적 권리의 예외로 둘 것인가 – 장애인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최저임금법 제7조 제1호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장애인노동자에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다. 헌법상 국가는 모든 국민의 근로권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해당 조항이 헌법에 반하고 평등권 위반이라는 비판이 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명숙 상임활동가는 “최저임금은 자율적 계약에 맡기거나 양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노동이 착취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임금의 최저선”이라며 “장애인이든 아니든 노동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최저임금 적용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를 보장하도록 최저임금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장애인이 보호작업장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에서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직업재활훈련을 위해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두고 있다. 일반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장애인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노동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명숙 상임활동가는 최저임금 적용제외 규정 삭제와 함께 장애인노동자 일자리 창출 및 개선 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이 제도만으로는 장애인 노동권 보장이라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다. 따라서 장애인 대상의 공공일자리 확대 등 종합적인 정책적 대안이 고민돼야 한다고 했다. 

정다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생산성 중심으로 노동력을 평가하는 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다운 정책실장은 “직업재활시설에 매우 다양한 근로능력을 가진 장애인들이 있다. 하지만 직업 능력이 아직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고, 일반 기업으로 이직해도 적응하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애인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생산성만 높이기 위해 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그 존재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이상의 어떤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적절한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는 장애인 고용 기회가 줄어들까 우려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고용 기회가 줄어들 것인지에 대한 유의미한 연구 자료가 아직 없다”며 “해당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가 정비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폐지 이후 장애인 고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이와 관련된 더욱 풍성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관점에서 장애인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는 흐름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