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해봅시다”...민주노총 정치·총선 방침 재논의
“주경야독 해봅시다”...민주노총 정치·총선 방침 재논의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25 09:17
  • 수정 2023.04.2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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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임시대대서 정치·총선 방침 공론 열려
양경수 위, 8월까지 중집에서 새로운 의안 마련 의지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24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치·총선 방침에 대한 공론이 벌어졌다. 당초 민주노총은 임시대대에서 표결을 통해 집행부에서 제시한 정치·총선 방침(안)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조직 내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정치·총선 방침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 1전시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76차 임시대대는 재적 대의원 1,856명 중 과반(929명)을 넘긴 932명이 참석하며 개회됐다. 상정된 안건은 ▲2023년 총파업투쟁기금 조성 ▲규약 개정 ▲민주노총 정치방침·총선방침 토론 ▲특별결의문(5·6·7월 반윤석열 투쟁) 채택 등이다.

민주노총은 내년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내부 정치방침과 총선방침을 마련하는 논의를 이어왔다. 집행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정치방침으로 세우고, 그에 따라 민주노총이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4개 진보정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으로 구성된 ‘노동 중심 진보대연합정당’을 창당해 지역·비례 후보를 내고 원내 진출을 지원하는 총선방침을 제안했다. 총선 후 당선자가 기존 정당으로 복귀를 원하면 이를 보장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집행부의 정치·총선 방침 공개되자 찬반이 팽팽히 부딪쳤다. 진보정당을 하나로 모아 위축된 정치적 영향력을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념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진보정당 간 물리적 연합만 추진해선 안 된다는 반박이 나왔다. ‘진보대연합정당’을 두고 ‘이름만 바꾼 진보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보당을 제외한 3개 정당이 집행부의 정치·총선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보당만을 위한 민주노총 방침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직 내 갈등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지는 대정부 투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치·총선 방침이 중집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치·총선 방침을 위원장 권한으로 임시대대에 상정했고, 내부 갈등이 극심해질 거란 반발이 나왔다. 결국 지난 20일 열린 중집에서 임시대대 안건을 ‘정치·총선 방침 수립’에서 ‘정치·총선 방침 토론’으로 변경했다. 집행부의 정치·총선 방침을 표결에 붙이지 말고, 대의원 토론을 거쳐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오는 8월까지 중집에서 만들어보자는 계획이다. 새로운 정치·총선 방침은 향후 임시대대를 열어 확정한다.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6차 임시대의원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양경수 위원장은 이날 임시대대에서 “20일 중집 회의를 거치며 많은 동지들이 조직 내 단결을 도모하고 발전적인 전망을 세워야 할 정치·총선 방침 결정 과정에서 내부 이견이 도드라지고 갈등과 분열이 가속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일부 대의원들은 올해 정기대대 의결 사항을 중집에서 뒤집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양경수 위원장은 “(정치·총선 방침을) 결정하더라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집행에 힘을 담보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안건 변경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2012년, 2016년, 2017년 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세우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출됐지만, 부결 혹은 유예되면서 어떤 결정도 하지 못했다”며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사라진 10년간 진보정치에 대한 패배주의가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이양수 위원장은 2017년, 2022년 대선 당시 진보정당 후보의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을 “진보정치 분열”로 꼽으며 ‘진보대연합정당’을 제시한 배경을 밝혔다.

대의원들은 2시간 30분가량 정치·총선 방침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민태호 서비스연맹 학비노조 경기지부 교육정책국장은 “수많은 노동조합이 국민의힘, 민주당에 처우 개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더 이상 보수정당에 기웃거리기 싫다”며 “힘 있는 진보정당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반면 허원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민주노총이 울타리 안에서 투쟁하기에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조직 노동자, 민중·빈민을 아우를 정치세력화를 하려면 그들과 함께 투쟁하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 정치세력화를 말하길 바란다”고 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8월까지 중집안을 만든다고 약속했다. 그냥 시간을 끌거나 논쟁을 미뤄보자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를 하겠다“며 “주경야독이란 말처럼 낮에는 힘차게 투쟁하고 밤에는 치열하게 토론하겠다는 결심으로 투쟁과 정치세력화에 대한 답을 함께 내려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