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치·총선 방침 토론, 대의원들 말말말
민주노총 정치·총선 방침 토론, 대의원들 말말말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25 09:21
  • 수정 2023.04.2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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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민주노총 76차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2시간 넘도록 ‘진보대연합정당’ 찬반 논의 이어져

민주노총 임시대대에서 대의원들이 정치·총선 방침을 두고 격론을 이어갔다. 24일 열린 7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집행부에서 제시한 정치·총선 방침을 수립할 계획이었지만, 찬반이 강하게 대립하자 대의원 의견을 수렴한 뒤 새로운 방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날 임시대대에 앞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정치방침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4개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노동 중심의 진보대연합정당’을 창당해 지역·비례 후보를 내는 총선방침을 마련했다. 총선방침에는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원하면 기존 정당으로 복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20여 명 대의원들이 약 2시간 30분간 정치·총선 방침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76차 임시대의원대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마트노조 생긴 지 10년 넘었다. 현장 많이 변했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정치 문턱에서 막혔다. 우리 임금은 쥐꼬리만큼 올라가고 현장은 더디게 바뀌었다. 하지만 보수양당은 여의도에서 손짓 한 번, 말 몇 마디로 우리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고 있다. 피 터지게 투쟁해서 얻은 것조차 정치권 농간에 짓밟혀서야 되겠나. 그들만의 전유물인 정치의 벽을 깨부수지 않으면 현장 투쟁도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 걱정만 하다간 우리의 삶, 우리 아이들의 삶은 저 아래로 떨어진다.” (안수용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부산본부 본부장)

“올해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향해 쏟아낸 공격을 생각하면 너무도 분하다. 지금 우린 저들과 한판 전쟁을 준비해도 시원찮다. 이 중요한 시기에 논란이 되는 정치방침으로 또다시 논쟁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당장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투쟁, 노조 밖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민주노총은 싸워야 한다. 특히 윤석열 정권과 전투할 시기다. 어느 때보다 투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민주노총이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전체 노동자를 위해 싸울 때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은 전체 노동자를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싸울 때 생긴다. 논란을 멈추고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답게 싸워야 한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지회장)

“8월까지 노력한다는 중집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교섭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노력'이다. 안 해도 그만이란 의미다. 중집은 대대의 명을 받아 반드시 한다는 결심을 다져야 한다. 국민동의청원 10만 명 달성으로 교육공무직 법제화 관련법을 국회에 올렸다. 그런데 누구 하나 논의에 붙이는 국회의원이 없다. 그 법을 통과시킬 국회의원 한 명 없다. 누가 잠자는 그 법을 깨울 수 있을까. 힘 있는 진보정당이 절박하다. 지금 수많은 노동조합이 국민의힘, 민주당에 처우 개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더 이상 보수정당에 기웃거리기 싫다. 민주당 국민의힘에 국회 토론회 열어 달라고, 제발 예산 좀 통과시켜 달라고 구걸하기 싫다.” (민태호 서비스연맹 학비노조 경기지부 교육정책국장)

“자체 설문조사를 했는데 조합원들이 민주당을 굉장히 많이 찍는다. 문재인 대통령 때 정규직화 제대로 하라며 싸우고도 막상 선거되면 민주당으로 쏠린다. 단일한 진보정당이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개 정당 지지율을 합쳐도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진보정당이 얘기하는 의제에 공감 못 하고, 그들에게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제3지대 얘기하는데, 민주노총이 제3지대 만든다고 모든 사람 기다렸듯이 찍어줄까. 집행부가 6~7월 파업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노동자의 절규를 받아 안아야 할 시기에 계속 쟁점이 되는 안을 결정하라고 밀어 붙여선 안 된다.”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본부장)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 진보정당 당선 위해서 정말 많이 토론했다. 수많은 토론 과정에서 선거 결과를 받았을 때 조합원들이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총만 다 합쳐도 20석은 당선시키겠다’, ‘한번 만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내부적 토론이 잘 안됐다고 말하는데,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대의원들이 정치세력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 많은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과 진보정치 토론을 했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하자는 데 동의한다. 4개 진보정당도 이득이 생겨야 모일 것이다. 대의원 동지들 결정으로 정당을 하나로 모아서 수많은 당원을 가입시켜야 한다.” (이영춘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조합원)

“민주노동당이 왜 분열됐는지 원인을 분석하지 않으면 다시 출발할 수 없다. ‘단결하자’, ‘대연합정당 만들자’는 건 옳은 말이지만 2008년 분열에 대한 적정한 평가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반되는 행동이 없다면 대의원대회 결의로 유효한 정치 방침을 수립할 수 있을까. 저는 회의적으로 본다. 당시 분열의 골이 워낙 깊다. 2008년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분열 원인은 패권주의였다. 패권주의로 가는 순간 정치방침은 성공할 수 없다. 8월까지 논의한다는데, 충분히 열어놓고 합의할 때까지 논의해야 한다.” (안문규 금속노조 GMTCK지회 지회장)

“정말 경청할 내용이 있는데 반드시 합의로 처리하자는 것을 잊지 말자.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동당 시절을 얘기한다. 합의에 가장 결정적 방해되고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경험한 조직 패권주의다.” (진경호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내에는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단일한 진보정당 건설안은 조합원의 정치활동 권리를 제약할 것이다. 정치세력화의 목표는 무엇인지, 노동해방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해방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할지 토론과 합의 없이 일단 하나로 모이라는 것은 또다시 분열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단결을 도모하자며 추진하는 정치·총선 방침이 다시 분열과 혼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조합원 환멸 일으켜서는 안 되지 않는가. 지금은 모두가 일치단결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법 개악 저지, 노동운동 탄압 분쇄에 명운을 건 총파업을 조직할 때다. (···) 노동자 열망을 바탕으로 진정한 정치세력화를 열어야 한다.” (김미옥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지회 사무국장)

“차이는 인정하지만 같음을 지향하길 바란다. (···) 1997년 노동법개정투쟁부터 박근혜 퇴진 투쟁까지 자랑스러운 순간순간을 기억한다. 당시 수많은 의견 그룹이 어떻게 힘을 모았나. 의견이 같아서 의견이 모이는 건 아닌 것 같다. 조합원·대의원 투쟁 요구에 여러 의견그룹이 모였던 것 같다. 오늘 민주노총의 정치적 의견은 주요 진보정당 구조와 맞물린다. 진보정당이 과거 민주노총의 정파 구도를 대신하는 형국이다. 지난 10년간 나뉘어 제 갈 길 걸어온 진보정당 의견을 어찌 일치시키겠나. 오직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대의원들의 요구가 그들의 의견을 일치시킬 것으로 믿는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4개 진보정당에 연합정당으로 헤쳐 모이란다. 민주노총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 어떻게 4개 진보정당을 연합정당으로 모이라고 하는가. 민주노총의 오만이고 편견이고 오판이다. 단일화 한다고 진보정당을 찍을까 .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때렸다. 지지율이 올랐다. 때리는 사람이 아닌 맞는 우리를 싫어하는 게 국민 정서다. 이 정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정치세력화의 첫 걸음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에 민주노총이 산파 역할을 했지만 수십 년 지났고 상황이 다르다. 그때처럼 민주노총이 뭘 할 수 있다는 게 오판이다. 이미 4개 정당이 있고, 노동자 세력뿐 아니라 모든 민중 세력이 들어있다. 그걸 어찌 민주노총이 강제·강요할 수 있을까. 쪽수가 많다고, 세가 크다고 강요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120만의 민주노총이 울타리 안에서 투쟁하기에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 미조직 노동자, 민중·빈민을 아우를 정치세력화를 하려면 그들과 함께 투쟁하는 게 우선이다. 그 다음 정치세력화를 말하길 바란다.” (허원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품물류비정규직지회 지회장)

“대연합정당이 너무 절실하다. 윤석열 정권의 공정위 수사로 지난 20년간의 건설노조 활동이 전면 부정당하고 불법화되고 있다. 조합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활동 모두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고. 집회 현장에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700명 넘는 건설 간부 조합원이 수사 중이거나 구속됐다. 7월 총파업을 열심히 조직 중인 우리에게 연합정당은 분열이 아니라 조합원에게 희망을 주는 투쟁의 무기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심판할 두 개의 무기인 ‘정치총파업’과 ‘대연합정당’에 우리 조합원들이 반드시 호응할 것이다.” (오종국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조합원)

“윤석열 타도가 지금 핵심 구호 같은데 박근혜 퇴진 당시를 생각해보자. 민주당이 그 수혜를 다 가져갔다. 민주노총은 어찌되었나. 민주당이 민주노총을 어찌 대했는지 다 아실 거로 본다. (···) 공권력 투입을 윤석열 정부만 한 게 아니다. 2021년 민주당 정권 때도 거통고지회는 도크를 막고 23일간 투쟁했다. 당시 기동타격대 엄청 들어왔다. 윤석열 타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타도, 노동자 계급에 반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정치세력화에 앞서 현장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 투쟁 사업장 엄청 많다. 하나의 투쟁도 승리로 못 만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거통고지회 투쟁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진정한 대변인이려면 전체 노동자를 대표해서 싸울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말하면, 노동자·민중도 민주노총을 지금처럼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

“민주노동당 분당을 돌아보자는 말씀 드리고 싶다. 북핵 문제가 민주노동당 분당의 중요한 쟁점이었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였지만, 정작 북한이 핵실험을 하니 반대 입장을 내지 못했다. 당 내 자주파가 모든 근본 원인은 미국에 있고, 북핵은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작년 북한 핵무력 법제화와 남한을 목표로 한 전술핵 군사훈련 이후에 진보정치와 민중운동 내 견해 차는 전보다 더 커졌다. 그런데 충분한 토론과 합의 없이 노동중심 진보대연합 정당 가능한가. (···) 정당 간 차이를 존중해서 연합정당을 만든다면 내용적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 특히 민주노동당 분단의 쟁점인 북핵과 평화에 대한 입장은 적어도 민주노총 강령에 입각해야 한다. 진보대연합 정당은 북핵을 포함한 모든 핵무기에 일관되게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민중과 함께 정치세력화로 나아가야 한다.” (홍유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합원)

“토론 내용을 듣다 보니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저마다의 상이 다르다. 혹시라도 국회의원 몇 명 배출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노동자가 마음만 먹고 움직이면 정치 지형도 바꿀 힘을 가질 때 정치세력화라고 한다. 국회의원 몇 명 배출해서 무엇을 했는가.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아직 숙제다. (···) 민주노총의 정치·총선 방침이 그리 간단하다면, 왜 그토록 긴 역사 속에서 못 했나. 무능해서인가 아니다. 보다 나은 안이 도출되도록 충분히 아래까지 논의되어야 한다. 상층 논의로는 한계가 있다.” (권향임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전북지부)

“정치세력화 필요하지만 시기가 적절치 않다. 윤석열이 날뛰고 있다. 현장에 어용노조 판친다. 자본은 민주노조를 배제한다. 어떤 정치인과 정당도 원망한 적 없다. 관심도 없다. 그게 플랜트노조 조합원의 뜻이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뭘 했는지 되묻는다. 대다수 조합원이 선거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지 않는다. 그게 민심이다. 정당이 기득권 내리지 않으면 어느 조합원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보정당을 비판·평가하면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화살이 돌아온다. 윤석열이 날뛸 때 진보정당은 뭘 하고 있었나. 우리는 현장에 들어가서 일하길 원한다. 그래서 투쟁이 필요하다. 정치세력화 필요하지만, 7월 총파업을 완벽히 끝내고 하는 게 맞겠다.” (정인호 건설산업연맹 플랜트노조 충남지부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