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전 기관 지정... 산은노조 “협의 없었다, 대화하자”
산은 이전 기관 지정... 산은노조 “협의 없었다, 대화하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5.03 16:09
  • 수정 2023.06.07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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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노조, “균발위 노사 협의하라고 했으나, 어떤 협의도 없었다”
산은, 이전 컨설팅을 바탕으로 6월에 이전계획안 제출 예정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토교통부가 한국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발표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는 법치를 훼손한 것이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3일 국토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이와 같은 결정의 취지는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이전함으로 유기적 연계·협업 및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이라 밝혔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고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산업은행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하고 다음 날 28일 국토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바 있다. 이를 전달 받은 국토부는 “이번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2005년 ‘공공기관지방이전계획’의 잔류기관에 포함된 산업은행을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한다며 부산 이전 기관으로 결정, 고시한 것이다.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현준)는 즉각 반발하며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졌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지부는 “현행법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시에 두기로 규정하고 있다”며 “ 국회가 산업은행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본점은 서울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률적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이전 고시부터 한 것이니 법치를 훼손했다는 게 산업은행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산업은행지부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법 개정 전 행정절차 진행은 명백한 불법·탈법 행위’라 수차례 지적했다”며 국회 패싱을 문제 삼았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4명의 의원은 지난 4월 5일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지부는 “정부가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사례를 들며 법 개정 전 행정절차 진행에 문제가 없다하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라며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으로 ‘당연지정’됐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 행정절차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관련 법률 검토도 받은 상황이다.

이어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은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라는 이유로 2005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전 공공기관에서 제외됐다”며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주택금융공사 사례와는 시작점부터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지부는 노사협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유관기관들에게 ‘기관 내부 노사협의를 통해’ 이정기관 지정을 신청하라고 했다”면서 “금융위, 산업은행 경영진은 노동조합과 어떤 노사협의도 진행한 적 없다”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스스로 절차를 위반했음을 꼬집었다.

또한 “위촉위원 상당수가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을 제출했으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절반을 차지하는 현직 장관(당연직위원)들이 ‘묻지마 찬성’을 해 안건이 통과됐다”며 “법 위에 군림하며 국가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은행지부는 “공공의 이익과 국민경제 발전을 책임지는 국책은행 소임을 지키고자 대항하겠다”며 “정부, 전문가, 은행 경영진, 노동조합 모두 모여 토론과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대화의 장 마련을 촉구했다.

국토부 지정 고시 후 산업은행이 오는 6월 이전계획안을 금융위에 제출하고, 금융위 → 국토교통부 →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거쳐 검토 및 심의하는 절차가 남았다. 현재 산업은행은 지방 이전 추진과 관련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이전계획안이 제출되더라도 동시에 산업은행법 개정이 연계해서 이뤄져야 부산 이전이 가능하다.

정부의 산업은행 이전 의지는 강력하다. 지난 4월 6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전을 원칙으로 추진한다”는 발언에서 알 수 있다. 다만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를 거쳐야 한다. 김현준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전계획안을 제출해야 하고, 국회를 거쳐야 한다. 여론전과 집회 등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국회와 국민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해 법 개정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5월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이전계획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산업은행법 개정과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법 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용은 들긴 하겠지만, 컨설팅 비용 정도이고 추진 과정에서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 설명했다.

한편 산업은행지부는 오는 4일 서울시청 정문에서 상급단체 금융노조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와 함께 ‘일방적 이전기관 지정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