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 총파업, 그전에 회사 살리자
마지막 카드 총파업, 그전에 회사 살리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5.10 12:40
  • 수정 2023.05.1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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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악화로 7월 이후 급여 지급 불투명” “회사 살리기에 노사 고통 분담...주주은행은 의무 행사해야”

리포트_한국금융안전의 앞날은?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7월 이후부터는 급여 지급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한국금융안전 노동자들에게 닥칠 수 있는 미래다.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위원장 이동훈)는 이런 미래를 맞닥뜨리지 않기 위해 투쟁 중이다. 천막 농성 투쟁은 4월 24일 기준 662일차다.

지난 4월 17일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른쪽부터 장용호 한국금융안전지부 수석부위원장, 이동훈 한국금융안전지부 위원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경영 상황이 어떤 국면이기에 7월 이후부터 급여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한국금융안전지부는 “김석(현재 사내이사) 대표이사 취임 후 4년 연속 적자가 발생해 전체 매출의 약 27%가 감소했다”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작년 말 건물 담보 40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안전은 현금 호송 및 금융권 문서송달과 금융물류, 자동화기기 관리를 주 업무로 한다. 1990년 시중은행과 국책은행들의 100% 공동출자로 설립됐다. 2014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한국금융안전 지분 22.38%를 청호이지캐쉬에 매각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변동이 생긴 지분이었다. 이후 청호이지캐쉬는 아신의 한국금융안전 지분 14.67%도 샀다. 총 37.05%의 지분을 가진 청호이지캐쉬의 대표는 김석, 현재 사내이사이자 2019 7월부터 년부터 2022년 7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현재 한국금융안전의 지분 구조는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약 60%의 지분을, 씨티은행이 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노조, 김석 리스크 제기
경영 상황도 안 좋아져

한국금융안전지부는 김석 사내이사가 37.05%의 지분을 사들인 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봤다. 갈등이 최고조로 이른 것은 대표이사로 선임된 2019년 7월이라는 게 이동훈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동훈 위원장은 “원래 2091년 5월 주주총회에서 셀프 추천으로 김석 대표이사 선임이 부결됐었는데, 2달 후 조용히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덧붙였다. 또 “김석 대표이사 오고 난 후 업무 시간을 줄여 직원 수당을 줄이고 임금 체불도 했다”고 지적했다.

회사 경영 활동을 잘한 것도 아니라는 게 한국금융안전지부의 평이다. 이동훈 위원장은 “단가가 맞지 않는다고 현금 수송 계약을 포기했다”며 “저가입찰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재 현금수송산업의 특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매출을 포기할 순 없지 않냐. 일단은 그 안에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제기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며 한국금융안전 노사관계는 갈등이 반복되고 악화됐다.

2022년 7월 김석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고,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되지 못한 채 공석 상태이다. 다만 상법상 대표 권한은 김석 현재 사내이사가 가지고 있다. 주주은행들이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인데, 후임 대표이사 선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금융안전지부는 연기되는 선임의 이유로 김석 리스크를 지적했다. 이동훈 위원장은 “김석이라는 인물과 은행권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갈등이 있다 보니 60%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은행권들이 대표이사를 선임해도 37.05%를 가진 김석 현 사내이사에 대한 대응에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후임 대표이사 선임 문제는 물론 기존 업무 계약도 불발되고 타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 취임 후 4년 연속 적자에 27%가량 매출이 줄었다는 게 이동훈 위원장의 설명이다.

노사 고통 분담해 회사 살리자
주주은행은 의무 행사해야

이동훈 위원장은 “현재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켓 시위 중이고, 금감원과 만나서 이야기도 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총파업”이라 강조했다. 피켓 시위의 내용은 한국금융안전의 주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이를 방치하는 소속 은행 경영진들에게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금융감독원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은행업무의 편의를 위해 은행들의 출자로 설립한 한국금융안전이 대주주 겸 대표이사 한 사람 때문에 회사 경영이 바닥을 향해 가는 것에 대한 주주은행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당 피켓 시위에는 한국금융안전 주주은행인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씨티은행의 노동조합도 동참하고 있다.

총파업을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는 이동훈 위원장은 한편으로 총파업 이전에 회사 살리기에 노사가 힘을 모았으면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도 그 이유에서다. 힘든 경영 상황에 7월에 급여 지급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직원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조합원의 이탈인 셈으로 노동조합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동훈 위원장은 “은행권들이 한국금융안전에 업무를 맡기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노사관계의 불안정성도 있다”며 “노동조합도 고통 분담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한국금융안전의 기능이 급격히 축소되면 현금 수송과 금융 물류라는 공공성이 필요한 부분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 살리기에 나서자는 것이다.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 투쟁 타임라인, 제작 =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 통권 227호 참여와혁신 5월호 지면에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면에 게재된 타임라인 ‘금감원 앞 금융노조 및 4개 은행주주 노동조합 연대, 신임 대표이사 선임 촉구 1인 피켓시위 전개’ 부분의 연월일이 ‘2022년 4월’로 잘못 표기됐습니다. ‘2023년 4월’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