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종 포함된 해고대상자 선정은 부당
다른 직종 포함된 해고대상자 선정은 부당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9.02.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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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우선 해고할 수 있어
연령은 정리해고 기준 될 수 없다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경영상의 이유로 하는 정리해고에 대해 살펴보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회사가 해고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했더라도 해고대상자 선정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그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으므로 회사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대상이 되는 사업부문과 근로자의 구성 등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① 다른 직종이나 직무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해고대상자 선정범위에 포함할 수 있는지

일부 사업장이나 사업부서를 폐지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면 사업을 축소한 것에 지나지 아니할 뿐 사업 전체를 폐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사업단위에 속한 근로자만을 정리해고 대상으로 할 수 없다(대판 1992.5.12, 90누9421).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거나 타부서 전환배치 등 해고회피노력 없이 해당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 전원을 해고하는 것은 부당한 해고이다(2006.2.8, 중노위 2005부해582). 다만, 이 경우 폐지되는 사업의 근로자를 배치전환 할 수 없거나 배치전환 하는 것이 불합리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폐지되는 부서의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해고대상자로 할 수 있다(2001.9.29, 근기 68207-3306).

그런데 이 경우 폐지되는 직무나 직종과 전혀 관계가 없는 근로자를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느냐가 문제된다. 해고대상자를 선별함에 있어서는 감원의 원인이 된 경영합리화 조치로 폐지되는 직무기능과 그 직급이나 직책의 성질 및 임금 수준상 상호 대체가 가능할 정도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무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만을 선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이와 전혀 관계가 없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1995.12.15, 서울지법 94가합 10586). 또한 회사 내 사업부별로 별도의 노조가 결성돼 실질적인 경영자와 각기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등의 노조활동을 해왔고 근로자들 또한 제1사업부와 제2사업부를 독립적 사업장으로 인식해 왔다면, 적자를 내 곤란을 겪고 있는 제1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제2사업부를 제외하고 제1사업부 소속 전체 근로자들만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1994.5.10, 대법 93다 4892).

② 비정규직 근로자를 우선해고대상자로 할 수 있는지

정규직 근로자와 일용직 근로자 중에서 일용직 근로자를 우선하여 해고대상으로 삼은 것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합리성과 공평성이 인정된다(1966.4.6, 대법 66도204). 전일제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 중에서 먼저 단시간 근로자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도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계약기간 만료 통지 또는 사무형편상 부득이한 사유를 이유로 계약해지 하는 방법 등으로 고용관계를 종료하기로 한 것은 객관적이지 않다거나 합리성을 일탈한 기준에 의해 해고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고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해고라 하더라도 정당하다(2006.2.24, 대법 2005두16499).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③ 연령,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할 수 있는지

회사에서 직급과 호봉이 높은 고연령자를 보수에 비해 능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대상자로 하는 경우, 고연령자는 재취업이 곤란하며 실업에 따른 생활상의 타격이 심해지는 등 근로자의 생활상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자측의 사정에 의해서만 설정된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근로자대표 등과 해고기준에 관해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연령이라는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연장자순으로) 정리해고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부당하다(2001.12.11, 서울행법 2001구26794). 또한 단지 장기 근속자라는 이유만으로 평소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거나 비위사실로 징계 받은 전력이 있는 직원에 비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했다면, 이런 해고기준은 합리성과 공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2001.5.30, 서울고법 2000누7300).

반면에 정리해고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인건비 절감효과가 가장 크고 관리자의 수가 실무자급보다 더 많은 불합리한 인력구조를 개선한다는 기준에 따라 관리자급을 우선해고대상자로 선정했다면 이를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1995.11.24, 중노위 93부해 129). 또한 연령이 낮거나 입사연도가 늦은 자, 단기근속자를 정리해고우선대상자로 정한 기준은 현재의 기업에의 공헌도가 낮다는 점, 재취업의 기회가 고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1987.4.28, 대법 86다카1873).

④ 50일 전 해고통보와 30일전 해고예고의 관계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 근로자대표에게 50일전 사전 통보와 개별근로자에 대한 30일전 해고예고는 별개의 조항이므로, 50일전 사전 통보와 관계없이 별도로 해고예고를 해야 한다. 즉, 정당한 사유로 해고할 경우에도 30일전 해고예고를 하거나 그렇지 아니할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1987.1.21, 근기 01254-951). 이때 해고예고는 반드시 50일이 경과되고 난 이후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50일이 경과되지 않았더라도 당사자 간에 해고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해고예고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그 해고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고예고의무를 위반한 해고라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한 해고의 사법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1994.6.14, 대법 93누 20115).

50일의 협의기간 준수여부에 있어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기준을 해고실시 50일 이전까지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게 한 취지는 소속근로자의 소재와 숫자에 따라 그 통보를 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그 통보를 받은 각 근로자들이 통보내용에 따른 대처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근로자대표가 성실한 협의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으로 상정·허여하자는 데 있는 것이고, 50일 기간의 준수는 정리해고의 효력요건은 아니어서 구체적 사안에서 통보 후 정리해고 실시까지의 기간이 그와 같은 행위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부족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며, 정리해고의 그 밖의 요건이 충족됐다면 그 정리해고는 유효하다(2004.10.15, 대법 2001두 1154 ; 2002.3.30, 근기 68207-1359).

⑤ 성실한 협의와 합의규정의 효력

정리해고에 있어서 성실한 협의의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 측에도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의 협의요청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협의를 피할 경우에는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 회사의 협의의무 불이행 책임을 묻기 어렵다. 회사의 협의대상인 근로자대표의 자격여부에 있어서, 4급 이상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음에도 이해관계가 없는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을 상대로 협의했다면 성실한 협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2005.9.29, 대법 2005두4403), 사실상 폐업이나 다름이 없는 경영악화 상태의 경우 정리해고에 관한 사전협의가 불충분하더라도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2005.8.9, 중노위 2004부해111).

또한 회사의 일방적 임명에 의해 선정된 자들로 구성된 근로자들과 고용조정에 대한 협의를 한 것은 부당하며(2004.6.3, 서울행법 2003구합 39269), 근로자대표의 선임에 응하지 아니한다 해서 과반수 미만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대표를 근로자대표로 볼 수도 없다(2004.7.26, 근로기준과-5062). 단체협약에 정리해고 시 사전에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돼 있는 경우 노조의 동의권은 어디까지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행사돼야 할 것이므로, 회사가 노동조합 측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제시도 없이 무작정 해고에 반대함으로써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노조 측의 동의 없이 한 해고도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2004.3.11, 대법 2003두10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