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노동’, 적정임금 보장 가능할까?
‘플랫폼노동’, 적정임금 보장 가능할까?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6.13 04:16
  • 수정 2023.06.13 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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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희망찾기 “최저임금법 5조 3항, 플랫폼노동에 적용 가능해”
“앱 데이터 활용해 노동시간 측정 가능... 측정 어려운 경우 영국 제도 등 참고해야”

[리포트] 플랫폼노동은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벗어날 수 있을까?

13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최저임금 사각지대 플랫폼노동 구하기 프로젝트'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지난 4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대리운전노조 사무실에서 ‘최저임금 사각지대 플랫폼노동 구하기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초기 플랫폼노동은 일하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로 알려졌다. 플랫폼노동자는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디지털 플랫폼으로 일감을 구해 일할 수 있다고 이해됐다.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와 달리 하나의 사업장에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고용형태였다. 평생직장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 매력적인 일자리로 주목받았다.

배달의민족 등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사업 확장에 따라 플랫폼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플랫폼노동자도 계속 증가해 지난해 기준 약 80만 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13만 4,000명(20.3%)이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일감 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협의의 플랫폼노동자를 뜻한다. 이중 절반 이상(57.7%)은 플랫폼노동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의 단순 중개·소개 또는 알선을 통해 일거리를 구한 사람까지 포함한 광의의 플랫폼노동자는 약 292만 명으로 추산된다.1)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 상황은 사회·경제활동의 디지털화·비대면화를 확산시켰다. 이로 인해 ICT를 활용한 플랫폼 시장이 급성장했고 동시에 플랫폼노동자도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대형 플랫폼기업과 해당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자의 상황은 달랐다. 일부 기업은 시장 내 지배력을 키우며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랫폼노동자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평균 노동시간 대비 실수입이 낮아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장에 진입하려면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어야 하고, 플랫폼이 제시한 일정 기준에 따라 보수가 결정된다.

플랫폼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서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또 사실상 플랫폼에 종속된 노동자로서 업무를 수행하지만, 현실은 사업자로서 업무상 각종 비용을 부담하고 주휴수당·퇴직금·4대 보험 등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최저임금 또는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현 상황에서 어떤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엔데믹 전환되며 수입 감소?
플랫폼노동자 평균소득, 법정 최저임금 미달

실제로 플랫폼노동자의 수입은 낮은 편일까? 2021년 최저임금위원회의 연구사업으로 수행된 ‘플랫폼노동자 실태 및 최저임금 적용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시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종별로 실수입을 산정한 결과, 전체 평균은 125만 2,000원이었다. △택배노동자 198만 2,000원 △가사서비스노동자 17만 6,000원 △음식배달노동자 160만 4,000원 △대리운전기사 39만 9,000원 등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입액에서 유류비, 보험료,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2)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한 월평균 순수입액이다.

이를 월평균 노동시간으로 나눠 환산하면. 직종별 평균 시급은 △택배노동자 8,643원 △가사서비스노동자 2,151원 △음식배달노동자 8,814원 △대리운전기사 3,824원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최저임금 9,160원에 못 미쳤다.

월평균 노동시간은 1일 평균 노동시간과 1주 평균 노동일수를 통해 산정했다. 전체 평균은 171.7시간이고, 직종별로는 △택배노동자 229.3시간 △가사서비스노동자 81.7시간 △음식배달노동자 181.9시간 △대리운전기사 104.3시간 등으로 드러났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박용철 소장은 “직종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플랫폼노동자들은 경제적 종속성과 사용종속성 등 속성이 있어 노동자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며 “1~2개 업체와 계약하는 등 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용자의 관리와 지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의 상황임을 다수의 연구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보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법 5조 3항 및 시행령 4조’
플랫폼노동 적정임금 보장 근거 되나?

플랫폼노동자들은 업무수행 건당 수수료 등을 지급받는다. 이들은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한 보수를 받는 ‘도급’과 유사하다. 따라서 플랫폼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 도급노동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법 5조 1항은 최저임금액을 시간·일(⽇)·주(週) 또는 월(⽉) 단위로 정하고, 시간급으로 표시한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은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노동자에 적용된다.

그런데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도급노동자 경우도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는 법 규정도 있다. 동법 5조 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동법 시행령 4조는 이 경우 해당 근로자의 생산고(生産高) 또는 업적의 일정 단위에 의해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아직 도급제 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액을 정한 사례는 없다. 다만, 2007년 대법원 판결에서 위 조항들을 활용해 도급적 성격의 업무를 수행한 이의 최저임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철도역 구내매점에서 기본급 없이 상품판매액수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는 경우 최저임금법 5조 3항 및 동법 시행령 4조에 따라 정해진 최저임금액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된 이 사건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끝났다.

여기서 도급제 임금 산정 기준에 대한 판단은 없었다. 원고의 노동형태에 적용될 최저임금액을 고용노동부가 결정·고시한 바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리운전노조, 웹툰작가노조, 공공운수노조 산하 라이더유니온지부 및 택시지부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플랫폼노동에 최저임금 적용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책임을 다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헌법도 일하는 노동자에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저임금법 5조 3항 등 이미 활용 가능한 법 규정과 관련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며 “플랫폼노동만이 아니라 노동시간 측정이 어려운 특수고용직 전반에 최저임금 또는 적정임금 보장 방안을 마련할 근거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플랫폼노동자 최저임금 권리보장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5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플랫폼노동자 최저임금 권리보장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시간당 또는 작업(물)에 대한
최저임금 이상 대가 보장한 해외 사례도 있어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지난 4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법·제도를 적용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요구안에는 ▲일하는 매 시간마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보장 ▲각각의 건(과업) 또는 작업량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대가) 보장 ▲업종별·업태별·산별 최저임금 등 결정을 위해 단체교섭 증진, 다양한 방식의 제도 시범적 운영 및 당사자 노조와 사전·사후 논의 추진 등이 있다.

그러면서 미국 뉴욕시의 플랫폼 이용 운전노동자에 최저표준운임을 보장하는 제도, 영국의 한 작업(task) 또는 작업물(piece of work)에 대한 공정 단가(fair rate)를 지급하는 제도 등을 참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2018년 뉴욕시는 우버·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앱을 활용해 일하는 운전노동자에 최저표준운임(Minimum Pay Standard)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최저표준운임은 앱에 로그인한 시간 대비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시간의 비율인 유효 운행률을 활용해 산정한다.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 시간에는 앱에 접속해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 승객을 태우러 가는 시간 등도 고려됐다. 뉴욕 택시·리무진위원회(TLC)는 올해 유효 운행률을 58%로 정했고, 표준 운행거리 7.5마일 30분 기준으로 표준 운임 26.76달러를 산정했다.

한편 영국은 2004년부터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게 작업(물)당 공정 단가를 보장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공정 단가는 평균 속도로 일하는 사람이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게 정해진 금액이다. 사용자는 공정 단가 계산을 위해 노동자 전체 또는 전체를 대표할 일부 그룹을 선정하고 시간당 평균적인 작업량을 산출해야 한다. 이후 산출된 작업량은 작업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신규노동자를 차별하지 않기 위해 1.2로 나눠, 최종적인 시간당 작업량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영국 정부는 노동시간 측정이 충분히 가능한 노동자들에게 해당 제도가 적용돼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며 “노동시간 측정이 가능한 노동자를 도급제로 둔갑시켜 임금 저하 등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뉴욕시 운전기사는 앱으로 노동시간 측정이 가능한 경우”라며 “이런 경우는 플랫폼 기업이 가진 데이터를 노동자들의 임금 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기업 데이터 활용해
최저임금 적용방안 모색 필요”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예를 들면, 운전노동자의 대기시간 등도 노동시간으로 포함하면 실제 운행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민규 집행책임자는 “앱에 로그인만 하고 시간만 때우는 사람이 있다면 플랫폼 기업은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 호출받는 여부, 운행시간 등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다수의 플랫폼노동자들은 수입을 벌기 위해 앱에 로그인을 하고 일감을 받는다. 이들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웹툰작가노조의 하신아 위원장은 세금과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듯 웹툰 작품 등 작업량에 따른 평균 노동시간을 측정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신아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제외됐다. 세금은 칼같이 가져가면서 보호는 안 해 준다”며 “편의상 우리를 사각지대에 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와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플랫폼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적용방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의 ‘2022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 결과
2) 4대 보험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최저수준(급여의 약 8.5%)으로 산정했다. 그 외 비용으로 차량감가상각비, 부가가치세, 교통비, 식대 등은 직종별로 차등 적용해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