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화’에 민주노총, “사용자 편향”
여당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화’에 민주노총, “사용자 편향”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6.05 18:39
  • 수정 2023.06.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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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동 의원, 근기법 차별금지사유에 ‘고용형태’ 추가하는 개정안 발의
민주노총 “실제 결정권은 사용자에게 부여한 전형적인 사용자 편향”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확대회의 현장 ⓒ국민의힘 

여당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민주노총이 “실제 결정권은 사용자에게 부여한 전형적인 사용자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차별금지사유에 ‘고용형태’를 추가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국적·신앙·고용형태 또는 사회적 신분”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또한 근로기준법에 제6조의2(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보장)를 신설했다. 제6조의2는 “사용자는 동일한 사업 내에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 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용자가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사용자에 의하여 설립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 “사용자는 파견사업주의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는 경우 동일한 사업 내의 근로자로 보아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4개의 항으로 구성된다.

김형동 의원은 개정안을 제안하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가치의 존중은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노동가치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노동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진행된 역대 경제사회노동위원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월급이 차이가 난다면 이는 현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엔 부족할 뿐더러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은 5일 논평을 통해 “문구만 놓고 보면 크게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노동개악의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 숨은 악마적 디테일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고, 아마도 이는 현실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안이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으로 하고 사용자가 그 기준을 정함에 있어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민주노총은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상당히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사용자가 정하게 하고 근로자대표의 의견은 청취의 대상일 뿐이다. 여기에 근로자대표의 범주에 노동조합이 명시되지 않은 채 빠져 있는 부분 또한 문제”라며 “즉, 차별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는 형식적인 청취의 대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백번 양보해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이 진정성이 있더라도 이를 현실화하고 현장과 전 사회적인 적용과 안착에는 상당한 토론과 논의를 포함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동 개악,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5일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정부 여당의 속셈은 동일노동 동일처우를 내세워 정규직 임금을 깎는 방식의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을 정할 때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이 고려돼야 할 항목으로 꼽혀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노동시장 이중격차 해소가 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나 반노동으로 일관한 정부 여당이 재계의 민원처리를 위한 꼼수로 법제화를 추진할까 우려스럽다. 정부 여당의 노동개혁이 진정성 있으려면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