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조종사, 준법투쟁 돌입··· 임금인상 놓고 갈등 격화
아시아나 조종사, 준법투쟁 돌입··· 임금인상 놓고 갈등 격화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6.07 16:56
  • 수정 2023.06.07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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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고통 분담한 조종사에게 정당한 보상 해야”
산은 등 채권단의 경영개입 의혹도 제기돼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기자회견장에서 준법투쟁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사의 업황이 회복된 만큼 그동안 임금 삭감 등을 감내한 조종사들에게 임금인상 등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7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위원장 최도성, 이하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기자회견장에서 준법투쟁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이날부터 회사 규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준법투쟁을 나선다. 규정상 조종사들은 이륙 1시간 20분 전에 모여 항공기 점검, 승무원 브리핑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사실 1시간 20분 동안 규정상 절차를 모두 마치긴 힘들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통상적으로 1시간 정도 더 일찍 출근해 브리핑과 점검 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규정대로 출근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준법투쟁 시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비행기 이륙의 지연이 예상된다”며 “지연이 누적되면 늦은 저녁 시간 출발하는 항공기의 경우 결항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2022년 임금인상 10%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2.5% 인상안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코로나19 당시 회사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같이 노력해 위기를 극복하자며 항구적 노사 상생을 약속했다”면서 “이에 조종사들은 유급·무급 휴직 시행에 적극 동참했다. 2020년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휴직으로 연간 최대 40%의 임금 삭감을 감내한 직원도 있다. 우리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희생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난 후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 매출 5조 6,300억 원, 영업이익 7,41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는 성과급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을뿐더러 2.5%의 임금 인상안만 고수하고 있다. 2019~2021년 임금을 동결했으니 연 0.6245%의 임금 상승률인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에 희생한 조종사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선 국내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했을 때도 아시아나 조종사 임금인상률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박상모 진에어노동조합 위원장은 “진에어의 경우 임금 총액이 10% 인상됐다. 티웨이항공은 14%, 제주항공도 10% 정도를 놓고 회사와 협상 중”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다른 항공사에선 노동자들에게 최소 10%는 임금인상을 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2.5%를 고수하는 아시아나는 너무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인사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합병부터 임금 인상률 등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채권단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정성권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지난해 7%, 6%, 5%, 4%의 임금 인상안을 들고 산업은행과 이야기를 나눴으나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반려당했다고 알려졌다. 정성권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대외적으론 산업은행의 압력을 부정하고 있다. 2.5%의 임금인상안을 고수하는 이유에 관한 참여와혁신의 질문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경영상의 판단”이라고 답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산업은행의 책임을 물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채권단은 연 9% 이상의 고금리 영구채 이자에 스텝업 조항으로 금리 인상을 추가하는 이자까지 받아 가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겐 연 0.625%의 임금 인상을 지시”한다며 “국책은행 산업은행은 고금리 이자 놀음과 불법적인 임금협상 개입 중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에는 전체 아시아나항공 소속 조종사 1,411명 중 1,095명(77%)이 가입돼 있다. 조합원 중 92.4%가 쟁의행위 돌입에 찬성했다. 아시아나조종사노조는 회사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는 등 성실하게 임금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