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생산·사무직 최장 파업 ‘두 달’··· 왜?
한온시스템 생산·사무직 최장 파업 ‘두 달’··· 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6.09 00:24
  • 수정 2023.06.09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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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무직 10% 이직한 한온시스템···
‘사무직 임금 현실화 3년 계획 약속’ 노조 요구에, 회사는 미온적
[인터뷰] 조민제 금속노조 한온시스템 대전지회 지회장

글로벌 2위 자동차 공조 시스템 업체 한온시스템, 국내 공장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비어 있다. 공정도 멈췄다. 두 달간 이어진 노동조합의 전면파업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틀어둔 노동가요만 공장에서 울려 퍼진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회사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생산 공정을 돌린다. 

생산직과 사무직(연구직+경영기술직)이 함께하는 한온시스템 노동조합은 올해 ‘사무직 연봉 현실화 3년 계획 제시’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며 지난 2월 임금협상에 들어갔다. 회사는 어려운 경영을 이유로 미온적인 상황이다. 밤과 주말엔 공장을 가동하기에 아직 실질적인 생산 타격도 발생하지 않았다. 

1995년 노조 설립 이후 최장기 파업 중인 한온시스템 노동자들에게 남은 방법은 버티기뿐이다. 조민제 금속노조 한온시스템 대전지회 지회장에게 노조에 이번 임금협상 핵심 요구안이 중요한 이유, 노조와 회사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 들어봤다. 

조민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온시스템 대전지회장 ⓒ 한온시스템 대전지회

사무직 10% 회사 떠나···
노조, ‘연봉 현실화’ 비전 제시 요구

- 지난 4월 12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유는? 

현재 한온시스템 노사 갈등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모펀드’와 ‘사무직 노동조건’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살펴봐야 한다.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2016년 한온시스템의 대주주가 됐다. 당시 우리 노조는 기능직(생산직)으로만 구성됐다. 회사는 노조와 임금, 성과급 단체교섭을 매해 진행했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당기순이익에서 계속 주주 배당을 해야 하다 보니, 다른 데서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 필요를 비조합원인 사무직에서 찾았다. 회사는 생산직 요구는 들어주면서, 사무직 임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사모펀드가 들어온 이후로는 오히려 생산직 임금이 사무직을 역전했다. 참다못한 사무직이 3년 전에 노조 문을 두드렸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핵심 요구안은 ‘사무직 연봉 현실화’다. 생산직은 시급제고, 사무직은 연봉제다. 생산직은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쌓이고, 사무직은 진급할 때마다 초임이 올라가는 구조다. 사무직 직급은 ‘주임-선임-전임-책임’ 4단계다. 그런데 10년 정도 사무직의 직급별 초임이 오르지 않았다. 승진해도 10년 전 초임을 받는 거다. 그러다 보니 사무직 이직률이 굉장히 높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00여 명이 회사를 나갔다. 연령대도 30대 초반, 한창 일할 직원들 중심으로 떠났다. 한온시스템 사무직은 약 1,000명(연구직 500명+경영기술직 500명)이다. 10%가 빠진 거다.

- 사무직 연봉 현실화를 위한 노조의 요구안은?

주임 100만 원, 선임 500만 원, 전임 1,100만 원 정도로 직급별 초임을 인상하라는 거다. 한온시스템과 비슷한 규모인 자동차 부품사 HL만도의 사무직 연봉 테이블과 비교해 보니 이 정도 차이가 나더라. 이를 한 번에 지급하기엔 회사 여력이 부족하니, 3년 계획을 세워달라고 했다. 올해 50%, 내년 30%, 내후년 20% 인상해서 3년 뒤엔 HL만도 수준과 맞추자는 거다. 이렇게 비전을 제시해야 사무직 이직률도 줄어들 거라고 판단했다.

- 사무직들이 노조에 가입한 지 3년 됐다. 올해야 사무직 연봉 현실화를 요구하는 배경이 따로 있나?

처음엔 사무직에 따로 지급하지 않던 초과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문제를 먼저 다뤘다. 노조의 노력으로 사무직들은 못 받아온 수당 3년 치를 받게 됐다. 

지난해엔 인사고과에 따른 연봉 동결·하락 문제가 핵심이었다. 사무직들은 A~D 등급 고과를 받는데, C는 동결이고 D는 연봉 삭감이었다. 우리 노조는 노동조건 저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고과와 관계없이 사무직 연봉을 생산직 호봉 승급분만큼은 올려야 한다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다른 사무직에 비해 유독 임금이 낮은 캐드(CAD) 설계직의 임금도 올렸다.

이런 문제들을 손본 뒤 올해 사무직 연봉 테이블 문제를 다루게 된 거다. 사무직 연봉 현실화만 이뤄지면 내년 교섭부턴 생산직과 사무직 요구안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다. 직군 간 내부 균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교섭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해 싸움이 힘들더라도 중요하다. 

- 사무직 연봉 현실화 관련해 가장 큰 쟁점은? 

노조는 사무직 연봉 현실화를 위한 ‘3년 계획’을 요구하는데, 회사는 무리한 요구라며 올해 인상률만 논의하자고 한다. 올해 노조의 핵심 요구안에 대해 이렇게 회사가 계속 미온적으로만 나오니 전면파업을 결정하게 됐다.

- 사무직 이직 문제가 떠오르면서, 올해 교섭은 예년보다 빠르게 들어간 것으로 안다.

특히 지난해 대전공장 인근에 자동차 배터리 업체가 들어온 뒤 정말 직원들이 훅 빠져나갔다. 주변 회사에선 한온시스템 부서명이랑 똑같은 부서명을 적어서 모집공고를 낸다. 이미 채용절차가 끝났는데도 이력서를 냈던 우리 직원에게 연락해서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묻는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직원들을 막 빼가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단체교섭을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노사 간 공감대가 생겼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끝내면서, 노사가 이직 문제가 계속될 것 같으니 인사위원회라도 먼저 열어서 관련 논의를 해보자고 했다. 

이후 인사위원회에서 사무직의 임금, 직급체계 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잘 안 풀렸다. 회사와 노조 간 사무직 연봉 현실화 수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컸다. 회사는 동종업계 사무직 1~5년 차 연봉 평균을 내서 비교했다면, 노조는 같은 연차 간 차이를 말했다. 이 와중에도 이직은 계속 발생했다. 그래서 노조는 올해 임금협약 단체교섭이라도 빨리 요구해야겠다고 판단한 거다. 지난 2월부터 교섭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왔다. 

전면파업에도 생산 차질은 ‘아직’
회사의 노조 갈라치기 의심도

- 올해 핵심 요구안이 사무직 요구인데, 생산직도 함께 파업하고 있다. 내부 갈등은 없나?

지난해, 지지난해 교섭은 생산직 요구안을 중심으로 했다. 회사가 2007년에 임의로 생산직 신입사원 초임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춘 적이 있다. 2006년 사번과 2007년 사번 간 기본급 차이가 40만 원 정도 났다. 이 차이를 2년간 어느 정도 줄였다. 2007년 사번 기본급을 22만 원 올렸다. 그래서 올해는 사무직 요구안을 중심으로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 현재 파업 상황은? 

간접생산 공정 생산직과 사무직은 전면파업, 직접생산 공정 생산직은 90% 태업이다. 90% 태업이란 일을 평소의 10분의 1 속도로 하는 거다. 태업을 결정한 이유는 오히려 공장을 비우면 비조합원들이 들어와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조합원들이 공장을 못 돌리게 하려면 태업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거다.

* 한온시스템의 정규직은 약 1,900명이다. 이중 조합원은 약 1,400명이다. 대전지회는 약 900명(생산직 500명+사무직 400명), 평택지회 조합원은 약 500명(생산직 430명+사무직 70명)이다.

- 회사 생산에 타격은? 

아직 크지 않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비조합원들이 직접생산 공정에 투입돼 공장을 돌린다. 이러면 기계 고장, 불량이 많이 난다. 야간수당, 주말특근수당 등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이러면서까지 사무직에는 뭐가 그렇게 아까운가 싶다. 설마 노조를 깨려고 그러나 생각도 든다. 사무직이 노조에 가입한 지 3년 됐는데, 이쯤 되면 노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갈등도 생기지 않겠나. 이를 이용해서 내부 갈라치기를 하려고 하나 의심이 드는 거다.

- 혹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나?

내가 4선 지회장이다. 올해 협상에서 회사의 태도가 유독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4월 회사가 실무교섭에서 타결 가능한 수준의 안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시 사무직 임금 현실화 요구안의 90%(3년간 매년 30%씩 인상)에 해당하는 안을 회사가 내놨는데, 다음날 본교섭에서 실무진 착오라고 말을 바꾸며 기존 제시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안을 내놓더라. 이 때문에 조합원들도 화가 나서 파업 수위를 올렸다. 회사가 노조를 놀리듯이 협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민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온시스템 대전지회장 ⓒ 한온시스템 대전지회
조민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온시스템 대전지회장 ⓒ 한온시스템 대전지회

과도한 사모펀드 배당금···
미래 먹거리 투자 소홀 우려도

- 노조는 회사의 배당금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배당금이 이익보다 많은 480억 원이다. 이런 배당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1,920억 원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노조는 회사의 이익 중 배당 비율만큼은 직원에게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성과급 고정급화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어렵다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덜 주진 않는다. 고정적으로 나간다.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회사가 어렵다며 성과급을 줄였다가, 나중에 늘렸다 하지 말고 일정 부분은 고정적으로 달라는 거다. 이 내용은 올해 임금협약 요구안에 담겼다. 

- 높은 배당금으로 노조는 회사의 미래차 기술 개발 소홀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온시스템의 사업 아이템 자체는 좋다. 공조 시스템은 차량에서 차가운 바람, 따뜻한 바람, 습기·냄새 제거, 온도·습도 조절 등 공기와 열과 관련된 거다. 어떤 차도 에어컨, 히터는 있어야 한다. 고급차에 들어가는 공기정화기도 우리가 생산한다. 전기차 전환으로 아이템은 오히려 많아졌다. 그런데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이 잘 안 되고 있다. 연구직에서 많은 인원이 빠져나가다 보니 새로운 아이템 발굴을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 신차종 대응에 급급한 거다. 

불투명한 매각 이슈 상존···
저가수주 등 불안한 경영 불만도 커져

- 사모펀드의 회사 매각 이슈도 노조 입장에선 불안 요소 아닌가?

매각 시기를 2~3년 전으로 예상했다. 보통 사모펀드는 기업가치를 올리려고 자산화를 많이 한다. 7년 전에 회사가 무형 자산화를 시작했다. 1/5씩 나눠서 5년간 무형 자산화를 했는데, 해당 기간엔 이익이 많이 남는 것처럼 보였다. 5년이 넘어간 뒤엔 비용 부담이 커져서 자산화 효과가 없어졌다. 지금은 매각 시기를 놓쳤다고 본다.

최근에는 협력업체 분기 결산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3월 말에 협력업체에 돈을 줘야 하는데, 4월 초에 준다. 그러면 1분기에는 해당 이익 감소분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금 지연 이자도 협력업체에 따로 주고 있다. 1분기에만 그러는 게 아니라 분기마다 반복한다. 최근에는 협력업체들이 더는 납품 못 하겠다는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

- 결과적으로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3% 이하라서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회사가 영업을 못한 문제다. 저가 수주 문제가 크다. 예를 들어 전기세가 오르면 계약을 100원에 했더라도, 전기세가 올랐으니 110원 달라고 원청에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 매각이 중요한 사모펀드 입장에선 당장 매출과 미래 납품 수량이 우선이다. 이러니 저가 수주가 계속되고 영업이익도 안 나오는 거다.

무엇보다 자동차 부품사는 사실상 2~3%로 영업이익률이 정해져 있다. 완성차 업체가 정해놓는다. 완성차 업체가 영업이익률을 3%로 정하면 부품사에서 그 이상 수익이 날 수 없게 한다. 3% 이상 이윤이 남으면 원청이 CR(납품단가 인하)을 한다. 이런 기본 구조를 알고 들어왔으면 사모펀드가 큰 사고를 안 쳤을 거다. 

- 어떤 사고를 말하는 건가?

보통 사모펀드는 볼트온(Bolt-on)이라고, 하나의 기업을 사들인 뒤 그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연관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전략을 쓴다. 한온시스템도 1조 4,000억 원에 캐나다 전기모터 업체를 인수했다. 내연기관차에선 엔진을 구동해 에어컨을 가동하는데, 전기차는 엔진이 없다 보니 전기모터가 따로 필요하다. 이 전기모터도 생산하기 위해 해당 업체를 인수한 거다. 그런데 회사 예상보다 마진이 안 나오고 있다. 회사 영업이익률은 계속 3%인데 무리한 인수로 이자만 계속 나가는 상황에서 회사 인수 비용만 커지니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다.

파업 수위 더 높이긴 무리··· 
버티며 외부에 상황 알리는 데 초점

- 현재 쟁의 행위 관련 노조의 추가 계획은?

노조 입장에서 당장 파업 수위를 더 높이긴 어렵다. 앞으로 우리가 처한 부당한 상황을 외부에 더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은? 

사모펀드가 들어오기 전에 오너 경영식으로 한온시스템이 운영됐을 땐, 우리 회사는 구직자들에게 들어가고 싶은 회사였다. 50대 직원들은 우리가 HL만도 만큼 요구해달라고 하는 현실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예전엔 현대차, 기아와 비슷한 수준의 노동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에게 동기부여도 잘됐고, 회사는 교육에도 아낌없었다. 이젠 회사가 체육복, 급식비 등 직원에게 쓰는 비용 하나 하나 아까워하는 상황이 돼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