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광양 포스코 하청, 결국 고공농성 시도
‘직장폐쇄’ 광양 포스코 하청, 결국 고공농성 시도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6.29 07:11
  • 수정 2023.06.29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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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폐쇄 2주 넘은 금속노조 포트엘분회···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혀
무기한 천막농성장 거점 투쟁 확장 예고
[인터뷰] 구자겸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
29일 양현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부장과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 철 구조물을 설치하려다 경찰에 막혔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양대 노총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천막들이 모두 세워졌다. 하나는 최근 한국노총 금속노련 임원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주목받은 금속노련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노조의 400일 넘긴 천막이다. 다른 하나는 28일부터 농성에 돌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천막이다. 이날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고공농성장도 설치하려다 경찰에 막혔다. 두 천막 모두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들의 단체교섭이 교착에 빠지며 자리 잡게 됐다. 

두 천막은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에 걸맞게 협력업체와 공존·공생에도 책임을 다하겠다던 원청 포스코와 정부·국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28일 고공농성을 하려다 실패하고 천막농성에 들어간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포트엘분회 분회장)과 전화 인터뷰했다. 28일 기준 포트엘분회*의 전면파업은 19일, 직장폐쇄는 17일째다. 구자겸 지회장은 “이번 기회에 포스코가 포트엘분회를 확실히 잡아야겠다는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본다”며 정부와 국회의 중재를 강조했다. 또 장기투쟁이 예고되는 “꽉 막힌 상황”을 풀기 위해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추가 투쟁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포트엘은 광양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철광석 등 원료를 크레인으로 하역 및 이송하는 포스코 하청업체다. 현장 직원 약 150명(전체 직원 약 190명)  중 조합원은 100여 명이다.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구자겸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 고공농성 결정 배경은? 

포트엘분회는 회사와 2022년 임금협약 교섭 중이다. 포스코는 사내하청업체와 매년 7월 1일부로 계약단가를 반영한다. 최종 계약단가는 10~11월경 결정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사내하청 노사는 연말에야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2022년 임금협약 단체교섭은 올해 1월 시작해서 6개월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포트엘이 턱도 없이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교섭에서 거칠게 말하자면 다 벗고 양보도 해봤다. 그랬더니 회사는 그걸로 안 돼, 무릎 꿇으라는 식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방이 막히고 기댈 데가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최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고공농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포스코나 광양지역이 고공농성에 민감한 가운데 우리가 처한 꽉 막힌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고공농성을 계획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 교섭에서 왜 노사 간 이견을 좁히기 어려웠나? 

교섭에서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던졌더니 회사는 임금동결을 주장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2021년에 노동조합이 무리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임금을 많이 올려서 경영 적자가 났다고 하더라. 2021년 임금 인상률 4.5%는 다른 사내하청업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2021년 임금교섭 당시 포트엘 경영진은 임금 인상분을 포스코가 계약단가에 반영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포트엘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게 아니라 당시에 포스코가 대출을 알아봐 주기로 한 거라고 하더라. 사내하청업체는 포스코에서 인건비 따 먹는 구조인데, 그럼 앞으로 포트엘이 적자를 어떻게 메꿀 수 있겠나. 포스코가 대출을 알선해 줬다는 말도 믿기지가 않는 얘기다.

회사는 임금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적자 책임을 노조에 돌리는 태도를 유지했기에 결국 노동조합은 지난 10일부터 파업을 결정했다. 이틀 뒤인 12일부터 포트엘은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 노동조합이 “다 벗고 양보를 해봤다”는 말을 했다. 무슨 뜻인가?

어쨌든 우린 약자다. 투쟁을 끌고 가려면 조합원의 희생이 너무 크다. 그래서 2021년 교섭 내용을 부정하는 부분에 대해 처음엔 사과만 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2021년 교섭 당시 사측 교섭위원인 A상무가 계속 포스코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를 했다. 어쨌든 포트엘도 포스코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인정할 테니, 교섭 자리에서 거짓말한 점에 대해 사과를 요청한 거다. 그런데 회사는 애초 그런 적이 없다고 하고 노동조합은 당시 상황을 따지면서 계속 싸움이 붙었다. 파업 이후에는 사과까진 아니더라도 회사 명의로 형식만 갖춰서 유감 표명이라도 해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격려금을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배분하는 비율 문제도 노동조합이 최초 요구했던 안을 접었다. 

임금은 애초 정액 5%, 정률 5%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도 안다. 이 인상률로 타결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회사가 임금동결을 고수하다 보니 임금 인상률은 조율도 못 했다. 

최근 교섭에선 그룹장 등 직책이 있는 보직자들이 만 56세 이상 되면 보직을 내려놓는 용퇴와 관련한 내용을 회사가 걸고넘어졌다. 용퇴에 관한 룰은 단체협약과 인사규정에도 명시된 내용이다. 이를 비조합원에겐 적용을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회사가 했다. 적자라더니 오히려 용퇴에 관한 룰을 지키면 직책수당 등 비용이 줄어드는데도 이런 요구를 하는 거다. 무엇보다 이는 임금교섭 범위가 아닌 데다가 이제 와 용퇴 문제를 들고나왔기에 시비를 거는 걸로 보였다. 

이어진 교섭에서 임금동결이나 용퇴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안을 제시해 회사가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다가도, 교섭장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회사의 태도가 바뀐다. 사실 지금은 회사가 교섭을 마무리하려면 간단히 끝낼 수 있고, 길게 끌자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세워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농성천막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 직장폐쇄를 비롯해 이번 사태는 포스코가 포트엘분회를 깨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광양제철소에 철광석 원료 공급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한 직장폐쇄는 원청 포스코의 승인 없이는 하청업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파업 이후 포스코 직원과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가 대체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는데, 이 또한 포스코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포트엘분회는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서 가장 센 조직이다. 포트엘분회를 깨야 지회도 무너진다고 포스코는 보는 것 같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이 사내하청노동자도 포스코 직원이라고 판단하면서 지회의 역사를 같이했던 핵심 조합원들이 정규직으로 들어갔다. 현재 지회의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 이후 가입한 신규 사업장 조합원들이다. 이 가운데 2017년에 가입한 포트엘분회가 지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 기회에 포스코가 포트엘분회를 확실히 잡아야겠다는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본다.  

 - 현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정부와 국회의 중재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있다. 하지만 단결하려고 하면 자본은 노동자들을 회유, 협박한다. 포트엘분회뿐 아니라 지회 내 다른 조직에도 징계해고, 제철소 출입 정지, 정리해고 협박 등 다양한 노동조합 탈퇴 공작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뚫고 단결해서 단체교섭을 하니 하청업체는 원청에 휘둘리고 노동조합이 버티지 못할 때까지 교섭을 질질 끈다. 단체행동에 나서면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해서 단체행동을 무력화시킨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와 국회가 아니면 누가 중재를 할 수 있겠나.

게다가 포스코와 협력사공동근로복지기금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소송을 하는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에게 학자금과 복지포인트 지급을 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차별 시정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벌금만 내고 버티는 상황이다. 이런 불법은 그대로 두면서 고공농성은 불법이니 뭐니 한다. 억울하다.

-  앞으로 계획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장기투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공농성은 실패했으니, 앞으로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어떻게 투쟁을 해나갈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