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하청 포트엘 노사, 교섭 의견 일치안 도출
포스코 하청 포트엘 노사, 교섭 의견 일치안 도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30 22:45
  • 수정 2023.08.31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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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100만 원 등 임금교섭 잠정 합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세워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농성천막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br>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세워진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의 농성천막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조의 파업에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며 노사 갈등이 격화됐던 포스코 하청업체 포트엘 노사가 임금교섭 의견 일치안을 도출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는 29일 ‘2022년 임금교섭 의견 일치안’에 회사와 사인했다고 밝혔다. 포트엘은 광양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철광석 등 원료를 크레인으로 하역·이송하는 포스코 하청업체다. 현장 직원 약 150명(전체 직원 약 190명) 중 조합원은 100여 명이다.

앞서 포트엘분회는 지난 6월 10일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이틀 뒤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파업과 직장폐쇄는 약 두 달간 이어졌다. 그러다 포트엘분회는 지난 7일 업무에 복귀하면서 회사에 한 달간 이른바 ‘평화 기간’을 두고 교섭하자고 제안했다. 사측이 포트엘분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노사는 이번 의견 일치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의견 일치안에는 △2021년 기준으로 기본급, 직능기초급 동결(단 호봉은 인상) △임금교섭 타결급 100만 원 △임금교섭 성과급 100만 원 등이 담겼다.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포트엘분회 분회장)은 “기본급은 동결하고 호봉이 약 1.6% 오르는 것”이라며 “이는 파업 전에 노조가 받아들인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트엘분회는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승소하면 불법파견으로 발생한 정규직과 임금 차액을 받을 권리가 생겨서 이번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포트엘분회가 파업에 돌입한 결정적 배경이었던 ‘용퇴 제도 문제’는 노조의 입장이 수용됐다. 포트엘에는 그룹장 등 직책이 있는 보직자들이 만 56세 이상 되면 보직을 내려놓는 용퇴 제도가 있다. 이는 단체협약과 인사규정에도 명시됐다. 그런데 교섭 테이블에서 사측이 이 제도를 비조합원에겐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커진 바 있다. 의견 일치안에는 용퇴 제도를 단체협약과 인사규정에 명시된 대로 따른다고 적혀 있다. 

양현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지부장은 “사측이 용퇴 제도 변경을 통해 단체협약을 무력화시키려고 했으나, 결국 노조의 입장대로 정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겸 지회장은 “이번에 의견 일치안을 마련해서 다행이지만 포스코 사내하청에선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분명 같이 대화를 잘했던 회사가 다음 교섭에선 엉뚱한 말을 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우리 파업으로 포스코는 체선료·조출료* 등을 크게 손해 봤는데 고작 용퇴 제도 때문에 파업이 길어졌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에서 가장 조직력이 센 포트엘분회 깨기에 포스코가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체선료 : 계약된 정박기간 내 원료를 하역하지 못하면 선사에 지급하는 배상금 / 조출료 : 계약된 정박기간보다 빨리 원료를 하역하면 선사가 주는 환급금

이어 “게다가 원청 포스코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무력화된다”며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트엘분회의 임금협약은 잠정 합의를 이뤘으나 지난 6월 28일 양현주 지부장과 구자겸 지회장이 고공농성을 하려다 실패한 뒤,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광양제철소 앞에 세운 천막농성장은 유지된다. 지회 산하 4개 분회가 아직 교섭 중이기 때문이다. 

양현주 지부장은 “포트엘 노사가 잠정 합의를 했으니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쟁점으로 하청업체끼리 눈치를 보고 있는 4개 분회도 곧 합의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트엘 노사의 의견 일치안은 단체교섭 체결권이 있는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의 운영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후 포트엘분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의견 일치안이 가결되면 임금협약 체결식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