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7.19 17:48
  • 수정 2023.07.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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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채용 거절···고용승계 기대권 여부 쟁점
콜센터노동자 “‘100% 고용승계’ 용역업체 입찰 제안서에 명시돼 있어“
효성ITX “제안서에 있는 내용일 뿐 실제 계약에선 내용 변경돼“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효성itx 본사 앞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에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효성itx 본사 앞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것을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변경된 용역업체인 효성ITX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19일 돌입했다. 이날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콜센터 업무를 해오던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거부된 지 199일째이기도 하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을 해오던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은 지난 6월 1일부터 투쟁 강도를 높여 저축은행중앙회 건물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저축은행중앙회는 ‘콜센터노동자 채용은 용역업체인 효성ITX의 권한이므로 관여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대응해왔다. 이에 콜센터노동자들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는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용역업체 효성ITX 앞에서 노숙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효성ITX에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콜센터 용역업체를 KS한국고용정보에서 효성ITX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29일 효성ITX는 전 직원 100%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제안서를 저축은행중앙회 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올해 1월 5일 저축은행중앙회와 효성ITX는 ‘100% 고용승계’를 ‘경력직 선별채용‘으로 바꿔 위탁운영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때 효성ITX는 콜센터노동자들에게 이런 계약 사실을 밝히며 경력직 채용을 위한 면담을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26~27일 면담 결과, 4인의 콜센터노동자가 해고됐다. 이들의 해고에 항의한 6명의 노동자도 추가로 해고됐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총 1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쟁점은 ‘고용승계 기대권‘이다. 현행법상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용역업체가 이전 업체의 노동자를 고용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과 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를 기대할 만한 이유가 인정된다면 수탁업체는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은 고용승계 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성ITX가 “고용승계 경력직 100% 승계 목표”를 명시한 제안서를 저축은행중앙회에 제출했고, 저축은행중앙회의 입찰 공고엔 ‘제안서의 내용은 향후 실제 계약을 할 때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계약서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적혀 있으므로 콜센터노동자들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효성ITX는 제안서만으론 기존 용역업체 노동자를 채용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표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나아가 “채용 과정에서 채용설명회도 열어 경력직 채용임을 노동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저축은행중앙회와) 계약도 경력직 채용으로 맺어졌다. 채용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효성ITX가 제출한 계약서에 고용승계에 관한 내용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효성ITX에 고용승계에 대한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콜센터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임득균 노무사는 “제안서에 있는 내용이 계약의 내용이 된다는 공고문이 있음에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 중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선 애초에 콜센터 업무의 외주화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콜센터노동자들은 회사를 대표하는 ‘목소리‘다. 자신들을 위해 목소리 내는 이들에게 매일 고맙다고 말하진 못할망정 외주화하고, 마음대로 용역업체를 변경해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재민 정의당 서울시장 위원장도 “이 모든 것이 원청이 비용 절감을 위해 콜센터 업무같이 중요하고, 또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외주화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며 “이같이 하청 착취 구조를 불가능하도록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고당사자인 이하나 콜센터노동자는 “이번 투쟁은 우리의 일터를 되찾기 위한 투쟁일 뿐 아니라 40만 명의 콜센터노동자들과 원하청 착취구조 아래 일하는 800만 명의 비정규직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콜센터노동자들은 효성ITX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펼치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피케팅을 할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엔 이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저녁 문화제도 열린다.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효성itx 본사 앞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에서 (왼쪽부터)서금호, 이하나 해고 노동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효성itx 본사 앞에서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상담사 복직 촉구 노숙농성 돌입’에서 (왼쪽부터)서금호, 이하나 해고 노동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