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소희’들이 출근하는 지금의 콜센터
‘지금 소희’들이 출근하는 지금의 콜센터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3.07 13:39
  • 수정 2023.03.07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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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열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금 소희’들이 전국 콜센터 노동자를 대변하며 목소리에 감정을 담았다. 노동자들은 여성의 날을 맞아 기획한 기자회견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감정노동, 높은 이직률로 상징되는 콜센터 노동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늘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며 전화를 받아야 한다”며 “이런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콜센터 노동자들이 7일 오전 11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실질임금 보장 ▲직접고용 ▲경쟁적인 성과급체제 폐지 ▲휴식시간과 조퇴처리 의무화 ▲감정 노동자를 위한 사업장 내 건강권 보호조치 ▲콜센터 노동자의 각종 질환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것 등이 일터에 필요하다고 했다.

저임금·비정규직·간접고용
전자감시·감정노동으로 높은 이직률

공공운수노조는 “콜센터 상담사의 평균 월급은 2020년 기준 214만 원, 이중 여성 상담사는 205만 원에 그쳤다. 다수의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려 하고, 콜센터 노동자의 대부분은 계약직 또는 아웃소싱 형태로 고용된다”며 “원청은 하나지만 다수의 협력업체가 경쟁하는 구조다. 콜센터 업계의 현실 탓에 노동자들의 통상 근속기간은 6개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1회 이상 감정노동을 겪고 매달 평균적으로 폭언 11회, 성희롱 1회 이상 당하는 현실에서 높은 이직률은 고강도 노동현장인 콜센터 사업장의 단면을 보여준다”며 “사무직 노동자로서 근골격계 질환과 난청, 수면장애, 정신건강의 저하 등 어려움을 겪지만 산업재해 인정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에 필요한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소희’들은 더 이상 단 한 사람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자리한 콜센터 노동자들은 각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알렸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상담 노동자들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관계에 놓여 실적압박은 일상이고, 상담사들은 몇 푼 안 되는 인센티브의 노예가 돼 치킨게임과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패배자로 낙인찍혀 얼굴조차 제대로 못 들고 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며 “원청과 하청의 위수탁이라는 고리 속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는 건 사치”라고 발언했다. 12개의 용역업체로 나눠져 일해왔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10월 공단이 별도로 소속기관을 설립해 고용되기로 정해진 바 있지만 관련 논의가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하나은행 콜센터 노동자는 높은 노동강도 속 인력 충원은 더딘 점을 짚었다. 현진아 대전지역일반지부 하나은행콜센터지회 지회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정되고 변경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교육 없이 메일로 공지하는 게 다반사고, 이 또한 밀려들어오는 전화로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제발 실질적인 업무 교육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교육만 하고 있다. 부족한 교육에 업무 중 민원이라도 발생하는 경우 ‘나 죽었소’ 하는 심정으로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진 우리는LG헬로비전콜센터지부 지부장도 “LG유플러스로 인수합병 후, 그리고 자회사 콜센터를 설립한 이후 우리는 ‘성과주의’를 내세우는 LG의 실적압박과 각종 현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객의 해지를 방어하기 위해 기본적인 안내 사항은 무조건 길게 통화하고, 고객이 위약금과 약정 해지를 언급하면 무조건 회사 장점을 2회 이상 안내해야 한다. 제휴카드 안내도 해지 방어 개수에 포함이 되는데, 우리가 카드사 직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콜센터 상담사 노동으로
이익 보는 자가 ‘사용자’ 명확히 해야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일터를 잃은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노동자도 말을 보탰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노동자 10여 명은 올해 1월부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되기 3일 전 약 10분 동안 면접을 봤고, 새 업체인 효성ITX와 비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하나 희망연대본부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지부 조합원은 “새 용역업체는 저희 팀 총 16명의 인원 중 고작 3명만 재계약 했고, 신입 상담사를 채용했다”며 “최저임금을 받으며 15만 원의 성과급 삭감을 빌미로 조기출근을 강요당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저축은행으로 발송되는 서류의 완벽한 작성을 종용 받을 때도, 3년 동안 원청과 하청의 사정으로 관리자가 네 번이나 바뀔 때도 콜센터를 지킨 것은 우리였다”고 호소했다.

이하나 조합원은 “우리 콜센터 노동자들이 3일 만에 생계수단을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렸지만 원청인 저축은행중앙회와 용역업체인 효성ITX는 모두 자기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며 “종이 몇 장 용역계약으로 법의 빈틈을 이용해 일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한 것은 효성ITX고, 이들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저축은행중앙회”라고 꼬집었다. 저축은행중앙회 통합콜센터 해고노동자들은 매주 월·수·금요일 저축은행중앙회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김성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고,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 특성을 반영한 안전보건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호 부소장은 “콜센터 상담사의 상담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익을 보는 자, 그들이 사용자임을 사회적으로, 법제도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 논의되고 있는 노조법 제2조, 제3조는 그 취지에 맞게 부족함 없이 그리고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안건보건 문제에도 콜센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여성위원장도 “지난 주말 심야 시간에 시간을 내서 ‘다음 소희’ 영화를 보았다. 콜센터 상담의 난이도와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간접고용 콜센터 노동자들은 임금 등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고용불안과 노동강도도 강하다. 아무리 호소해도 호소로 끝날 뿐 변화되는 게 없다”며 “여성 재생산을 위해 국가는 예산을 쏟아 넣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지독한 스트레스에 일하며 행복한 가정은 꿈도 못 꾼다. 인간답게 살 권리, 존중받는 콜센터 노동현장, 무엇보다 살고 싶은 일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에서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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