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위 도마 오른 ‘국고 지원’
국회 연금개혁특위 도마 오른 ‘국고 지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8.10 11:09
  • 수정 2023.08.10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은선 위원 “사회연대 기초한 국민연금···조세 재원 활용 고려해야”
“국고 지원 지금부터 하면 역진적”, “국가 역할 빼놓을 수 있나” 의견 맞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국민연금의 보험료가 높아지면 국고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공동위원장 김연명·김용하)는 9일 오후 국회 본관 220호에서 ‘국민연금과 정부 재정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연금개혁특위는 4대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의 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법률안을 심사·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꾸려졌다. 20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현재 공적연금 구조개혁 과제를 검토 중이다.

국가책임 강화 포괄해야
사회적 합의 여지 열 수 있어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주은선 민간자문위원(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국민연금 재정에 근본적으로 다른 사고가 필요하다”며 “보험료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시기엔 국민연금 재정 기반을 자산소득, 이윤 등에 부과하는 조세로 넓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은선 민간자문위원은 “보험료 인상 등 기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는 적정노후소득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존재 취지가 계속 위협받는다.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제도가 아닌 사회연대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라 보험료로만 재정이 충당돼야 한다는 제한이 없다”며 “국가책임 강화를 포괄해서 국민연금 재정 논의를 확장하는 것이 정책의 선택지를 넓혀주고, 사회적 합의의 여지를 열어낸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 재정의 최후 보루는 조세”라고도 주은선 민간자문위원은 덧붙였다.

주은선 민간자문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국가 일반 예산으로 공적연금을 지원한다. 일본처럼 부가가치세를 활용하는 등 특정 세목을 지정해 공적연금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개인과 기업에 사회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공적연금 안정화에 힘쓴다.

주은선 민간자문위원은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 책임 강화 방안으로 ▲운영 중인 보험료 지원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크레딧 등 국고 지원 수준 재검토,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부담 경감 조치 비용을 국고에서 지원 등)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지출의 일정 부분을 국고 지원으로 충당 등을 제시했다.

국고 지원, 정치적 불확실성 높아
선별적 지원은 정당성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을 지금부터 고려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명 민간자문위원(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특성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 불안정을 후세대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발제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제도 적용의 보편성을 확보한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경우와 가입하더라도 직장이 불안정하거나 소득 수준으로 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가 있어 국민연금에 재정을 투입하면 역진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수완 민간자문위원(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금도 보험료를 30년 동안 못 올리고 있고, 조세도 크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 있다. 이후 굉장히 많은 비용을 ‘보험료로 충당이 안 되면 조세로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정해식 민간자문위원(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모든 연금 지출을 다 가입자에게 걷어서 해야 하는지, 그런 제도가 과연 유지가 가능한지 논의해야 한다”며 “역진성과 관련한 부분은 순서 시기가 명확히 동의되지 않아 이야기 나온 것 같다. 지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보편성이 확보되면, 2040년~2050년에 국고 지원이 들어가는 것이 과연 역진적인 것인지 고민도 해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선별적으로 국고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성호 민간자문위원(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방적으로 국고 지원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특고 등 새롭게 등장하는 근로취약계층이나 저소득계층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당성은 있다는 생각은 든다”며 “보험료 (인상) 대신에 조세로 일관화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오건호 민간자문위원(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가장 핵심적인 재원이 보험료라 수급 연령과 보험료 등을 지금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미래 세대 부담이 달라진다”며 “국민연금 재정이 불안정하다고 할 때 현 세대가 할 수 있는 몫이 어디까지인지 합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그 방안을 이야기하는데 국고 지원이 들어와 버리면 혼란스럽다. 국고 지원의 시기와 위상이 정돈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보험료 올라가면
국가 역할도 커져야

이에 주은선 민간자문위원은 “생산 세대가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노동 소득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보험료뿐 아니라 재정 구조를 다변화해서 제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안으로 국고 지원이 유용성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보험료를 혹시나 올리게 되면 국고 지원의 역할도 같이 더 커져야 한다”고 답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도 “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국가의 재정적인 역할에 대한 주제는 그간 공식적으로 잘 논의되지 않았던 주제였다”며 “그간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내가 가진 의문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에서 국가의 역할을 빼놓고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냐는 거다.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국가가 어떻게 나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국민에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