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 정규직화 투쟁 등 예고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 정규직화 투쟁 등 예고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21 16:25
  • 수정 2023.08.2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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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 개최
올해 10월 불법파견 1심 기점 조직 확대 기대
정규직화, 노동강도 완화 투쟁 등 예고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0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이 충남 서산에서 열렸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기아의 모닝, 레이 등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기아차지부 조합원이 됐다. 올해 단체교섭에서 동희오토 법인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기아차지부가 선제적으로 노조 통합을 이룬 것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분회장 심인호)는 20일 충남 서산 대산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설립 총회를 열었다. 이로써 기존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는 해산된다.

정규직 없는 ‘꿈의 공장’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에 골병 

충남 서산에 있는 동희오토는 2001년 국내 첫 완성차 위탁생산업체로 설립됐다. 동희오토는 자동차 부품사 동희홀딩스와 기아의 합작회사로 설립 당시 기아 노사는 마진이 낮은 경차를 동희오토에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동희오토 지분은 ㈜동희산업이 45%, 기아가 35.1%, 한국파워트레인이 19.9% 보유하고 있다.

동희오토 생산 조립 라인 노동자 1,200여 명은 모두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다. 직접 생산 공정과 관련된 사내하청업체는 14곳이며, 청소·경비·식당 업무를 맡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사내하청업체는 17곳 정도 된다. 동희오토 소속 직원 약 170명은 일반직이다. 

동희오토는 정규직 없는 ‘꿈의 공장’으로 불렸다. 정용재 금속노조 충남지부 지부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과거 동희오토를 두고 수식어처럼 한 말이 있다. 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꿈의 공장이다. 자본 입장에선 꿈의 공장일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노동자들은 20년 넘게 지옥 같은 현장을 버텨왔다”고 말했다. 

동희오토 생산직 임금은 기아 생산직 대비 50~60% 수준으로 알려졌다. 심인호 동희오토분회 분회장은 “지난해 동희오토 사내하청 14년차 연봉으로 약 4,800만 원을 받았다. 내가 기아 소속이었다면 성과급 등을 고려해 9,000만 원 정도 받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에 참석한 한 노동자는 “10년 넘게 근무해도 신입과 시급이 300~400원 차이밖에 안 난다”고 했다.  

높은 노동강도도 문제다. 심인호 분회장은 “동희오토에서 연간 가장 많이 생산했을 때 28만 5,000대가 넘었는데, 현장 생산직은 약 1,300명이었다. 다른 공장의 절반 수준 인원으로 차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올해는 약 27만 대를 생산하는데 1,200명이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현장 노동자들은 어깨, 무릎, 팔꿈치, 손가락 등 골병을 앓고 있다. 인원 충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백윤 전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동희오토에서 주로 엔진, 서스펜션, 머플러 등 자동차 하부 부품들을 장착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2010년 노사 합의로 현장에 복귀한 이후 2015년경 추간판 탈출증으로 4개월 넘게 산재요양을 했는데도 완치가 안 됐다. 고질적인 어깨 등 고통이 현장에서 계속 일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의 불만이 커지면서 2004년 1월 모닝 1호차가 생산된 뒤, 몇 개 업체에서 자발적인 잔업 거부 등 투쟁이 이어진 바 있다. 2005년 봄,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를 설립했다. 이후 동희오토에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 대한 계약 해지, 징계 해고, 업체 폐업 등 노조탄압이 시작됐다. 이 시기에 해고된 노동자는 약 130명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현장을 떠났다. 투쟁 끝에 남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 9명은 2010년 사측과 합의해 복직했다. 최근까지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2명이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동희오토협력업체노조는 1,200명에 가까운 규모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20일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이 충남 서산 대산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열렸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기아차지부 올해 교섭에서
‘동희오토 법인통합’ 요구

이런 상황 속에서 기아차지부는 지난 6월 대의원대회에서 동희오토의 기아로의 법인통합과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설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지부는 올해 임금교섭 별도요구안에 동희오토 법인통합안을 포함했다. 

기아와 동희오토의 법인 통합이 필요한 이유로 기아차지부는 “사내 차종단산(스토닉) 후 위탁생산 추진에 따른 대응과 매년 감소하고 있는 조합원 수에 따른 조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지부 소식지에 밝혔다. 기아는 지난해부터 경차로 분류하기 어려운 니로플러스와 스토닉을 동희오토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홍진성 기아차지부 지부장은 “(법인통합 요구가) 조직력 강화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기아차를 만드는 동희오토 공장에서 20년 넘게 열악한 환경을 버텨온 노동자들을 더는 이렇게 둬선 안 되겠단 생각이 가장 컸다”며 “또 동희오토에 신차를 투입하려면 단체협약상 기아는 기아차지부와 합의를 해야 한다. 산업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미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아차지부 산하 분회 설립부터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인호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장이 분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심인호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장이 분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동희오토분회, 불법파견 1심 판결 이후 
정규직화·노동강도 완화 등 투쟁 예고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에서 홍진성 지부장은 “동희오토 노동자들에겐 뼈 아픈 투쟁 경험이 있는 만큼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며 “기아차지부는 한 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정용재 지부장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는 두 명의 조합원이 금속노조 깃발을 부여잡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충남지부 입장에선 금속노조가 이렇게 무력한가 마음이 들 정도로 동희오토 투쟁에 도움이 못 됐다. 이 와중에 기아차지부의 동희오토분회 설치는 희망의 불빛이었다”며 “충남지부도 동희오토분회가 본격적인 기아차지부 일원으로 투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출범식에선 심인호 분회장과 박병선 사무차장이 동희오토분회 임원으로 선출됐다. 분회 가입 대상은 동희오토 사내하청업체 직원뿐 아니라 동희오토 일반직(책임 매니저 이하)도 포함된다. 기아차지부의 단체협약이 동희오토분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사업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동희오토분회 조합원들은 기아차지부의 운영 규정상 조합원 신분 보장 등의 보호를 받을 수는 있다.

동희오토분회는 동희오토를 상대로 낸 불법파견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결과가 오는 10월에 나오면서 조직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에는 동희오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15명이 참여했다.

심인호 분회장은 “지금까진 조합원이 둘밖에 없어서 공개적인 노조 활동을 못 해왔는데 이제 기아차지부 깃발이 현장에 꽂혔기에 활발하게 노동자들을 만날 것”이라며 “오는 10월 불법파견 판결이 나면 정규직화 투쟁도 시작할 것이다. 내년엔 근골격계 집단 산재 투쟁, 노동강도 완화와 인원 충원 투쟁을 통해 건강권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심인호 분회장은 “기아뿐 아니라 서산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SK온은 1공장 외에 2공장, 3공장 등을 만들 땐 SK온이 아닌 다른 이름을 공장에 붙이고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사용한다. 동희오토 모델을 자동차 부품사도 똑같이 쓴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했을 때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이 금속노조의 전략 조직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 관계자는 “동희오토와 기아는 완전히 다른 법인이다. 기아의 지분 구조상 법인 통합이 어려운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동희오토와 기아의 법인통합 건은 검토조차 안 한 상황”이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