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성 기아차지부장이 말하는 ‘동희오토분회 출범’
홍진성 기아차지부장이 말하는 ‘동희오토분회 출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8.25 13:26
  • 수정 2023.08.3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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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오토 노동자 이렇게 둬선 안 돼··· 장기적으로 기아에도 이익”
[인터뷰] 홍진성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기아의 모닝, 스토닉 등을 위탁생산하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조합원이 됐다. 올해 임금교섭 별도요구안으로 기아와 동희오토 법인통합을 제시한 기아차지부가 노조 통합을 먼저 이뤘다. 사내하청업체에 흩어져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차지부와 함께하면서 현장에서 노조의 힘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 정규직화 투쟁 등 예고)

지난 20일 충남 서산에서 열린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에서 홍진성 기아차지부 지부장을 만났다. 홍진성 지부장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이렇게 둬선 안 되겠단 생각이 컸다”며 향후 기아와 동희오토의 법인통합은 기아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지난 20일 기아차지부 동희오토분회 출범식에 참석한 홍진성 기아차지부 지부장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기아차지부가 동희오토분회 출범을 추진한 배경은? 

동희오토 공장이 생긴 지 20년 넘게 흘렀다. 아직도 기아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제대로 된 노동조합 없이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이렇게 둬선 안 되겠단 생각이 컸다. 

또 자동차 산업이 전환하는 시기에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미래가 더 불안해질 수 있기에 기아와 동희오토의 법인통합이 될 때까지 요구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집행하는 기간에 동희오토분회 설치라도 시작해야겠단 마음으로 빠르게 추진한 것이다.

-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미래가 왜 불안해지나?  

동희오토에 신차를 투입하려면 단체협약상 기아는 기아차지부와 합의해야 한다. 전기차를 동희오토에 전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동희오토에서 전기차 생산을 할 수 없단 뜻이다. 결국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고용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미래 고용안정을 위해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차지부와 함께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법인통합이 회사에도 유리하다고 본다. 

- 동희오토와 법인통합이 기아에 왜 유리한가? 애초 동희오토는 마진이 낮은 경차 위탁생산을 위해 기아 노사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회사다.

앞서 말했듯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기아차지부 소속이 아닌 상황에서, 기아가 앞으로 동희오토에 신차를 투입할 때 기아차지부와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계속될 것이다. 이 반복되는 갈등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 입장에서도 법인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차의 마진을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안정적인 생산운영체계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다. 동희오토에선 높은 노동강도, 저임금 등 문제로 이직률이 높다. 이런 불안한 구조적 문제는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 측면에서 동희오토와 법인통합이 회사에 이익이다. 그간 현대차·기아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왔다고 회사의 이익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 기아차지부 소식지엔 “사내 차종단산(스토닉) 후 위탁생산 추진에 따른 대응과 매년 감소하고 있는 조합원 수에 따른 조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동희오토 법인통합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밝혔는데. 

그런 고민이 없진 않았지만, 조직력 강화가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동희오토 법인통합과 동희오토분회 출범은 진작에 해야 했을 일이다. 지금까지 내부 문제에 집중하면서 눈길을 주지 못했던 거다.

- 지부장 개인에게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투쟁은 어떤 기억인가? 

나는 2000년 기아에 입사해 2004년부터 기아차지부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2008~2010년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한창 투쟁할 때 나름 열심히 연대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서 마음이 계속 아팠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의 투쟁이 끝난 뒤 나는 돌아갈 자리가 있었지만, 동희오토 해고노동자들은 모든 생활이 처참하게 깨져버린 상황이었다. 그땐 몰랐다. 열심히 했다고 스스로 최면만 건 거다. 

이번에 동희오토분회가 출범했지만 지난 투쟁에 대한 트라우마, 부담감이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들 입장에선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기아차지부가 이번엔 좀 더 든든한 버팀목, 울타리가 돼줘야겠단 마음이 크다. 

- 동희오토분회 설치 안건이 올해 6월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기아차지부 내 우려의 목소리는 없나? 

대의원대회에서 찬반 논쟁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은 이전에 비정규직지회 설립, 이후 투쟁 과정을 경험해본 적이 있기에 여러 우려가 있을 거라고 본다. 과거엔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현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일상화됐다. 앞으로도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친다면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모두 동의할 거라고 확신한다. 

- 동희오토분회에 가입해도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바로 좋아지는 건 아닌데.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기아차지부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고 같은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높은 노동강도, 불안한 고용 등에 대해서 기아차지부도 책임있게 나설 것이다. 조합원으로서 의무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이 가져야 될 권리를 위해서 기아차지부가 당연히 그 역할을 할 거다. 

- 동희오토에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동자들이 1,200명 가까이 조직돼 있다. 금속노련 동희오토협력업체노조 측과도 소통하고 있나?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진 못했다. 앞으로 소통하면서 조직해 나갈 생각이다. 

- 올해 기아차지부 단체교섭 목표는? 

2023년 단체교섭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진행 중이다. 우선 회사의 실적에 맞게 공정한 성과분배가 올해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두 번째는 빠른 산업전환 속 미래에 어떤 사업에 따라 어떤 일을 할지 노동자들에겐 막연한 불안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전환기 안정적인 고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정년연장(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도 핵심 요구다. 시니어의 정년연장과 주니어의 신규채용 문제는 별도로 뗄 수 없어서 정년연장과 신규채용 모두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기아차지부와 현대차지부는 그간 노동시간 단축, 교대제 변경 등 선도적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 왔기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