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은 새로운 기회, 그러나 정의로울 때만 기회다
전환은 새로운 기회, 그러나 정의로울 때만 기회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8.30 18:55
  • 수정 2023.08.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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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대화 △지역(현장) 중심 △전환의 구체화 △노동조합의 역량 강화 등이 중요
공공노련, ‘정의로운 전환, 무엇을 해야 하나’ 주제로 10차 공공노동포럼 열어
29일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국회도서관에서 ‘정의로운 전환,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10차 공공노동포럼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2시간여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정의로운 전환의 키워드는 △이해관계자 참여와 대화 △지역(현장) 중심의 전환 △전환의 구체화와 세분화 △노동조합의 역량 강화 필요성 △전환은 기회 등이었다.

29일 오전 한국노총 공공노련(위원장 박해철)이 국회도서관에서 ‘정의로운 전환,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10차 공공노동포럼을 열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대전환의 상황에서 차별과 배제, 불공정이 아닌 전환의 정의로움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정의로운 전환 해외 사례(독일과 영국)와 시사점, 지역 경제와 산업 차원의 접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제언했다. 함께 포럼에 참여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바라보는 현재 전환 과정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용노동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도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①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대화

정의로운 전환의 기본 중의 기본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였다. 모범 해외 사례는 전환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이 모여 숙의한 결과였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기후변화법이 2008년 통과되고 기후변화위원회가 설치됐는데, 해당 위원회에 노동계의 몫은 없었다.

이에 영국노총은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 과정에서 노동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 결과 2020년 11월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고숙련 저탄소 경제로 전환과 그린일자리 200만 개 창출을 위한 ‘그린일자리 TF’를 출범했다. 경영계, 노동계, 교육기관 대표, 기술전문가, 연구자 등 17명이 참여하는 TF다. 당사자 참여 없이 전환은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탄소중립위원회를 개편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노동계 참여를 배제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출범 당시부터 있었으며 이날 포럼에서도 많은 이들이 비판했다. 포럼을 주최한 공공노련은 같은 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포럼에 참여했던 채영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포용정책과장은 “위원 구성에 대한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②지역(현장) 중심의 전환

전환은 지역 문제고, 현장의 문제다. 한국을 예로 들자면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된 곳 충남과 경남 등지에 전환 문제가 발생한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 해당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문제가 생김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문제도 생긴다. 지역 사회 큰 고용을 맡던 회사가 없어지면서 지역 사회 경제가 흔들리는 부정적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의 시선이 담긴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의 모범적 사례로 제시된 곳들도 지역 중심의 전환이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서 임성진 전주대학교 교수가 발제한 독일 루르(Ruhr)지역 사례에 의하면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했고, 중앙정부(연방정부)는 주로 지원 차원에서 역할을 했다. 지방정부가 현장성을 가지고 지역사회 숙의를 거쳐 혁신도시로 전환했다.

③전환의 구체화와 세부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전환 전략의 구체화와 세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이날 포럼 참가자들이 입을 모았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확실하고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장기적 계획과 관심,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축시켜야 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장기적인 계획과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체질 개선책을 세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지역별, 계층별로 차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정책은 대체로 국가 수준의 거시적 정책 위주라는 게 이동영 입법조사관의 문제 의식이다. 그래서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서 광역적 접근보다 지역사회와 노동자 개인에 초점을 맞춰 지역경제 및 일자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 대안의 세밀화가 필요하다. 전환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계층을 세분화하고, 전환 시기에 따라 지역, 산업, 계층별 이행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날 포럼에서 나온 권칠영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 사무처장, 박주선 호남화력발전소 보안대원(공공산업희망노조 EWP서비스지부 호남지회장)의 이야기처럼 석탄화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연료환경 직무의 노동자, 청소와 보안을 맡고 있는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에 당장 모두 사라지는 일자리에 있다. 그러나 현재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이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지 그들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정부 차원의 고민은 부재한 상황이다.

④노동조합의 역량 강화 필요성

노동조합의 산업 차원의 고민 강화와 전환에 대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포럼에서 나왔다. 임성진 교수는 독일에서 탈탄소 지역전환의 주도자는 독일노총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해관계자로 참여해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방식으로 노사민정이 보조를 맞춰 전환을 해나가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으므로 보조를 맞추기 위한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들을 살폈을 때도 노동조합 차원 자체 교육과 정책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물론 노사민정, 지역사회 모든 주체들의 역량이 준비돼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산업 전환과 노동 전환이 통합된 사회 전환 고민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게 포럼 참가자들이 짚어낸 시사점이다.

⑤전환은 새로운 기회

포럼에 참여한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동남권에 밀집한 조선업계가 활황인 이유는 다양한 측면이 있겠지만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인해 구형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교체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신규 발주가 생겼으며 기술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큰 비중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을 가졌던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친환경 선박 기술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전환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라는 것이다. 또한 지역에게도 기회다. 남종석 연구위원은 “수도권 이외 지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는 데 전환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기회라는 것이다. 전환에 따라 없어지는 산업과 없어지는 일자리에 대한 대비 없이 생겨나는 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지원만 존재한다면 반쪽자리 기회라는 것인데,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에서 일할 노동자들이 없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뜻이다. 전환에서 양질의 교육훈련과 전직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산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이날 포럼은 발제자와 토론자들과 포럼 참석자들 사이 질의응답 후 마무리됐다. 포럼에는 발제자로 임성진 전주대 교수, 지정토론자로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김종우 남부발전노조 위원장, 권칠영 한전산업개발노조 사무처장, 채준호 전북대 교수,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관, 채영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포용정책과장, 임동희 고용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장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