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노조가 말하는 ‘철근 누락 사태’ 3가지 원인
LH노조가 말하는 ‘철근 누락 사태’ 3가지 원인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9.01 18:39
  • 수정 2023.09.01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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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노조, 철근 누락 사태 입장 발표 기자회견 개최
△과도한 물량 요구 △인력 부족 △촉박한 사업 일정 등 지적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관련 LH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관련 LH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가 전관 카르텔을 지목한 가운데, LH 노동자들이 ‘기-승-전-카르텔 혁파’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쏟아낸 과도한 주택 물량과 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공동위원장 이광조·장창우, 이하 LH노조)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 철근 누락 사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LH노조는 전관 카르텔을 명백히 밝혀야 하는 동시에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공급정책 강요와 안전 인력 확충 요구를 묵살하고 실적만을 강제한 잘못된 공공기관 운영”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① 정부의 과도한 물량 요구

LH노조는 정부가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공급 물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광조 LH노조 공동위원장은 “중대한 공공주택 공급정책이 수년간 누적되고 있는데, 이 모든 업무의 80% 이상을 LH가 담당한다”며 “게다가 정부는 침수 피해 반지하 주택 매입, 전세사기 주택 매입, 홍수·지진 및 화재 등 재난민 주거 지원에 이르기까지 주택 관련 사회 현안은 모조리 LH에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LH노조는 “지난 5년간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 168만호 공급, 수도권 30만호 공급, 3기 신도시 공급이 이미 진행 중인데도 추가로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뉴홈 50만호, 공공임대 50만호)을 발표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듯 LH의 사업비는 2018년 15조 2,000억 원에서 2022년 33조 2,000억 원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② 만성적인 감독 인력 부족

물량은 늘었으나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 LH노조에 따르면 LH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건설 시공·품질과 안전 담당 감독 인력을 1,402명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이 중 373명만 반영됐다. 또 2021년 기획재정부가 LH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정원 1,064명을 감축하면서 LH는 추가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광조 공동위원장은 “LH는 건설기술진흥법에서 규정하는 감독 인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사업지구도 법정 인원 대비 절반 수준의 감독으로 운영됐다. 이마저도 비상주 감독이나 겸무 등으로 머릿수만 채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관련 LH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 전단보강철근 누락관련 LH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③ 촉박한 사업 일정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 속에 LH 노동자들은 사업기간 단축 압박도 받고 있다고 했다. 

LH노조는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사업기간 단축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경영평가에서 공공주택사업 성과는 국토교통부가 계획한 사업 승인 및 준공 호수를 LH가 ‘연내’에 얼마나 이행했는지로 측정된다. LH노조는 연초(2~3월) 국토부가 통보한 계획 물량을 연내에 사업 승인까지 완료하기 위해서는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LH노조는 “특히 착공 전 설계기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토부 고시 및 사규에 따른 기본설계는 약 8개월이 소요되지만 현재  4~5개월 만에 끝내고 있다. 4개월이 걸리는 실시설계도 2.7개월로 단축해 처리하고 있다. 심지어 구조설계 도면 작성은 1달 반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일 이한준 LH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50만호 주택공급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발언하자, 담당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LH노조는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LH 노조는 △LH발 건설 카르텔의 면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 △공공주택 정책 수행을 위한 법정 감독 인력 충원 △정상적 조직 운영을 어렵게 만든 개악적 혁신안(부동산 사태) 재검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LH노조는 “문제가 있는 부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노조 역시 조직의 폐단이 사라지고 조직이 변화하기를 누구보다 원한다”며 “(이번 사태가) 국민의 주거 안전을 위협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잘못된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도 날카로운 눈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