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스클럽, 변해야 한다” 말하는 노동자들
“킴스클럽, 변해야 한다” 말하는 노동자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9.05 11:34
  • 수정 2023.09.0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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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프닝 따라 오프라인 매장 찾는 소비자들 유인하려면
킴스클럽 매장 운영방식 변화 필요하다는 주장 나와

[리포트] 노동자들은 왜 ‘킴스클럽’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가

이랜드킴스클럽 4개 지점(구미점·광주역점·순천점·청주점)이 5일 문을 닫는다. 모회사 이랜드리테일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적자가 계속되는 점포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4개 지점 직원 대다수는 권역별 배치 이동에 따라 다른 점포에서 근무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통업계에서 매출 감소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축소 또는 폐점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온라인 유통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 수도권 편중에 따른 지방 인구 감소 등 다양한 원인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시장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하고 있는 배달 시장과 결합한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경상북도 구미시 동아백화점 구미점 전경 ⓒ 이랜드노동조합
경상북도 구미시 동아백화점 구미점 전경 ⓒ 이랜드노동조합

오프라인 매장은 이대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것일까. 최근 리오프닝을 맞은 소비자들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향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쉽게 단정 짓긴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제공되는 체험형 요소를 경험하기 위해 오프라인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1) 여기서 말하는 체험은 매장 직원 등과 상호작용을 통한 제품 경험 및 관련 서비스, 다양한 볼거리 경험과 휴식 등이 있다.

일부 대형 유통기업들은 온라인 쇼핑 증가 흐름에 맞춰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과 융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의 일부 공간을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신선 식품 등을 빠르게 배송받고 매장은 재고 처리를 유연하게 하는 이점을 얻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의 쇼핑이나 기업의 사업 전략을 실행하는 데 있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킴스클럽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운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노동자들로부터 나왔다. 어떤 내용일까?

주로 식품을 취급하는 이랜드킴스클럽의 노동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지역 농·특산물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박동주 이랜드노동조합 광주지부 대의원은 “고객들이 자주 ‘경상도 쪽 과일 등이 많은데 전라도 쪽은 없냐’며 지역에서 생산된 물건을 찾는다. 중앙에서 직매입한 물건을 지점이 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제가 봐도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랜드킴스클럽은 산지 직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의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방 점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중앙통제 방식으로 유통되는 제품의 신선도가 높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소비자와 직원들이 느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채정일 이랜드노조 조합원은 “2010년 이랜드그룹이 동아백화점을 인수하기 전에는2) 식품관(현 킴스클럽)의 바이어들이 직접 산지에 가서 물건을 구매했다. 그러다 보니 낮은 가격에 신선식품을 공급할 수 있어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지금은 이런 강점이 없어진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에서 근무하는 A씨도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 유통센터를 두고 산지에서 가져온 생식품을 가공 처리·보관 등을 하며 품질을 유지했다”며 “하지만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이후) 유통센터를 따로 두지 않았고 그러면서 식품 부문의 경쟁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이랜드킴스클럽은 오아시스마켓과 협업해 온라인몰(킴스오아시스몰) 운영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함께 높이겠다는 계획에서다. 그러나 이 역시 중앙집중식 물류센터로 운영되고 지점별 물류센터나 배송시스템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매장으로 직접 오게 하는 유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판촉행사 등의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이 나왔다. 정석희 이랜드노조 충청호남지부 지부장은 “매장 내 행사가 있으면 며칠 전부터 전단지를 발행하는 등 홍보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해서 소비자들이 행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비용 통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채정일 조합원은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높게 설정할 때가 많다. 고객이나 매장 직원들이 덥다는 민원이 자주 나온다”며 “한 번은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는데 당장 비용을 들이는 결정을 하지 못해 일주일 동안 세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공간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동주 대의원은 “점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푸드코트나 문화시설 등도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회사가 리모델링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랜드리테일은 “전단지 등을 활용하기보다 온라인을 통해 킴스클럽 제품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매장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노력은 회사와 직원들이 같이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1) 지난해 5월 삼정KPMG가 실시한 글로벌 유통업계 C-level 경영진 100명을 대상으로 유통산업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다시 증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8%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되는 체험형 요소를 경험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2) 2010년 이랜드그룹은 동아백화점을 인수하며 대구·구미 지역의 백화점 5곳, 대구·포항의 대형마트 2곳 등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백화점 내 식품관, 대형마트는 킴스클럽으로 상호명을 바꾸고 운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