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해 1년···“현장은 그대로”
신당역 스토킹 살해 1년···“현장은 그대로”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9.11 18:16
  • 수정 2023.09.11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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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노동자 82% ‘2인 1조 순찰 지켜지지 않아’
서울교통공사노조 “회사가 현장에서 적용 못 할 대책 내놔···인력 충원 필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16일 한 시민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지난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쓰고 있다. ⓒ 참여와혁신 DB

직장 내 스토커에 의해 역사 내 순찰 중이던 서울교통공사 여성 역무원이 살해된 지 1년이 흘렀지만, ‘나홀로 근무’는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역사 내 폭행·살해위협 등으로 인한 역무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가 2인 1조 근무 지침을 내렸으나, 정작 인력 부족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지하철 노동자들은 이야기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위원장 명순필)은 11일 ‘신당역 살인 사건 1주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 중 지하철노동자 1,0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지시한 ‘역 직원 2인 1조 순찰 강화 계획’에 따라 2인 1조 순찰을 수행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18.39%(항상 그렇다 4.08%, 대부분 그렇다 14.31%)에 그쳤다.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49.57%, ‘가끔 그렇다’는 응답은 32.04%에 달했다.

2인 1조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로는(중복 선택)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업무 중복이 발생했기 때문’(669명)이 가장 많았고, ‘조당 인원이 2인 이하라서’(472명)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혼자 해도 충분해서’라는 응답은 57명이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2인 1조 근무를 위해 채용한 기간제(취약시간·혼잡도 안전 도우미 등) 인력의 효과는 미비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차지했다. 도움 된다는 의견은 13.93%인데 반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였다. 그 이유로는 ‘운영상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업무 전문성 부족 등)’, ‘근무 시간 중 일부 시간에만 배치되기 때문’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한 조당 인원수에 관계없이 72.13%가 ‘업무 중 안전을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복수 선택으로 ‘소란자·취객 등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80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공사의 과도한 고객서비스 응대 요구’(505명)와 ‘비상상황 등에 혼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362명)이 뒤따랐다. 일부 답변자는 ‘내부 직원으로부터의 성희롱·성폭력 및 직장내 괴롭힘’(8명)을 꼽았다.

신당역 사건 재발방지 대책(복수 2개)으로는 ‘단독근무 방지하는 인력충원’이 864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스토킹처벌법 등 사법제도 제·개정’(240명),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신고 창구 및 처리 매뉴얼’(238명)이 다음으로 많은 답변을 차지했다. 역직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대책 역시 인력충원(855명)이 가장 많았으나, 민원 갈등 유발하는 불필요한 업무 개선(536명)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신당역 참사 이후 공사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시행한 안전보호장비, 호신술 등 자기보호교육, 비상 호출벨 추가 설치 등은 현장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사는 2인 1조 순찰 지침을 내리고 기간제 직원 채용 등으로 2인 1조 근무가 확행되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2인 1조 근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안전을 보호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시청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은 “역 직원들은 회사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없는 대책을 지시와 매뉴얼로 내 놓았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신당역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회사가 주장하듯 인력 감축을 할 것이 아니라,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