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범죄...“젠더 폭력에 일터 안전 짓밟혀”
신당역 스토킹 범죄...“젠더 폭력에 일터 안전 짓밟혀”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2.09.16 19:41
  • 수정 2022.09.16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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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조 ‘2인 1조 근무’ 등 안전 대책 마련 주문
오세훈 시장, ‘역무원·지하철 보안관 사법권’ 검토...‘2인 1조 근무’는 썼다 지워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16일 한 시민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16일 한 시민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쓰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신당역에서 홀로 야간 순찰을 하던 여성 역무원이 남성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한 가운데,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14일 저녁 9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을 순찰하던 여성 역무원 A 씨가 수년간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 B 씨에게 살해당했다. B 씨는 고인의 입사 동기로 스토킹과 불법 촬영 등으로 직위해제를 당했다. 이후 관련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날 범행을 저질렀다. 앞서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후 사법당국의 적정한 보호조치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살인 혐의로 B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 3개 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내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은 “고인은 사내 성폭력 피해자였다”며 “이번 사건은 개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다. 여성을 향한 젠더 폭력이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침탈당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터의 안전이 무참히 짓밟혔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오늘 나의 노동은 안전한지 겁에 질렸다”고 했다.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은 “사건의 책임은 공사에 있다”며 “역무 직원이 근무 중 불시의 위험에 처하더라도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최소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인 1조의 지하철 순회 업무, 2인 1조의 장애 조치, 2인 1조의 이례 상황 복구가 최선이고 최소”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놓인 꽃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놓인 꽃 ⓒ 참여와혁신 이윤호 기자 yhlee@laborplus.co.kr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직접적인 감독기관”이라며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에 위해가 될 주문을 공사에 강요하며, 겉으로는 안전을 얘기하면서 은근히 공사 뒤로 숨지 말라.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사고 진단, 재발 방지, 대처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 당국에는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했던 피해자가 형사 소추된 피의자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법·제도를 이제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은 공사에 “2인 단독근무에 대한 대책을 즉각 수립하라”며 “이른 새벽과 늦은 시간에 취약 개소 점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민원을 이유로 불시에 사무실을 드나드는 민원인들에 대한 대책”을 강조했다. 올바른노동조합은 “마지막 순간까지 역 직원의 책임을 다했던 고인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직원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정섭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사고 수습 노동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우려된다. 심리적 충격이 큰 해당 역 노동자의 근무 재배치, 심리 상담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해갈 생각이며 자극적인 보도가 있다면 언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업무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고, 어쨌든 그 중심에는 인력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인 SNS에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 사건은 공공시설인 지하철역에서 근무자가 살해된 사건인 동시에,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위해를 당하는 걸 막지 못한 사건”이라며 “10년 이상 논의만 이어져 온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에게 사법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초 “현행 지하철 근무자 매뉴얼에 역내 순찰의 경우 2인 1조 근무 규정이 없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라고 썼던 문장은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