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자산매각 14조 5,000억?··· “과다계상”
공공 자산매각 14조 5,000억?··· “과다계상”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9.14 14:13
  • 수정 2023.09.1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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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정리해 공개
국회 예산정책처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발간 설명회’에서 최병권 예산분석실장이 발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통해 14조 5,000억 원 규모의 공공기관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64.3%(9조 3,000억 원)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조사가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발간 설명회’를 진행하고 공공기관과 관련해 화두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공유했다. 이슈는 공공기관 지정 변경, 공공요금, 혁신계획, 재무건전성, 출자사업의 손실, 장애인고용부담금 등으로 나눠 소개됐다.

공공기관 분류 기준 상향 부적절
14조 5,000억 자산매각은 과다계상

먼저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공기업·준정부기관 분류 기준이 상향돼 수입과 자산이 많은 공기업들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된 점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올해 1월 정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되는 기준을 기존 정원 50명에서 300명, 수입액은 30억 원에서 200억 원, 자산은 1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공공기관은 기타공공기관이 됐는데,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항만공사 등 4개의 항만공사가 포함됐다.

발제를 맡은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4개 항만공사들은 항만에 대한 관리나 운영이 독점적인 면이 있어 중요도 측면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경영평가를 외부 전문가들과 엄격하게 하고,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기관장 해임조치까지 할 수 있는 반면 기타공공기관은 주무부처가 자율적으로 경영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 결과도 공시하지 않고, 온정적으로 평가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정원·수입액·자산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되는데 정원이 300명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수입액과 자산이 큰 경우엔 규모에 맞는 적절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슬림화를 방향성으로 하는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14조 5,000억 원 규모의 자산매각은 “과다계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질적인 수입으로 볼 수 없는 금액을 수입 계획으로 계상했거나 △혁신계획 이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행되지 못한 자산 등을 혁신계획에 포함했거나 △계획 시기 내 매각이 불가능한 자산을 혁신계획에 포함한 경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렇게 과다계상된 금액이 9조 3,00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 추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경기지역본부 청사, 한국관광공사의 오시아노 관광단지 부지, 한국마사회의 서초부지,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의 용인본사 매각 등이 주요 예시로 꼽혔다. 모두 혁신계획이 구상되기 전부터 매각을 시도했던 자산들이다. 또 한국철도동사의 용산역세권 부지(6조 3,146억 원 규모)의 경우 서울시·주민 등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으로 개발 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

최병권 예산분석실장은 “용산 부지가 혁신계획처럼 24년까지 매각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매각이 불가능한 자산을 계획으로 잡는 건 부적절하다”며 “(공공기관 직원들의) 숙소를 사택 용도로 변경해 임차보증금을 자산효율화 수입으로 계상하기도 했는데, 현금 흐름이 없는데도 수익으로 잡는 건 혁신계획(의 자산 매각 규모가) 부풀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복리후생 지침 위반 많아
장애인 고용 미준수도 이슈

2021년 복리후생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이 많은 것도 이번 정기국회·국정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의 주택융자금·생활안정자금 등 대출 이자율을 한국은행 가계자금대출금리를 하한으로 설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출 한도는 한 사람당 7,000만 원을 상한으로, 85㎡를 초과하는 주택 구입은 융자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대출 이자율 하한을 준수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한전KPS·LH 등 20개 기관이었다. 7,000만 원이라는 한도를 넘는 대출을 허용하는 공공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산업은행·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4개 기관이다. 한국석유공사·LH·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은 85㎡를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해도 융자금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또 한국석유공사에서 333명, 한국농어촌공사에서 516명, LH에서 727명, 한국수자원공사에서 646명 등이 생활안정자금 정부 지침 한도(한 사람당 2,000만 원)보다 많은 대출금을 받았다. 대출 이자율 지침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도 여럿이었다. 최병권 예산분석실장은 “제일 심한 게 한전KPS인데 현원의 40% 정도가 생활안정자금의 수혜를 받고 있다”며 “당연히 이자율이 낮으니까 그렇다.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아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한 공공기관들도 이슈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서울대병원(28억 3,000만 원), LH(11억 1,000만 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10억 800만 원), 한국원자력의학원(8억 8,200만 원), 경북대학교병원(7억 8,900만 원), 전남대학교병원(7억 5,600만 원), 한국산업은행(7억 2,0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최병권 예산분석실장은 “LH의 경우는 특별히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 장애인 고용을 하기 위해 장애인 인턴을 6개월씩 채용하고 있다. 인턴을 채용하면 고용 인원이 대폭 뛰고 6개월이 지나면 떨어진다”며 “장애인 고용을 인턴으로 하는 건 장애인 직업안정이라는 제도의 취지와 부합되지 않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원가 산정, 한국전력공사의 출자회사 계약금액 적정성, 한국도로공사가 많은 자회사를 보유해 도로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등이 정기국회·국정감사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를 발간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앞으론 매년 자료를 발간할 계획이다. 조의섭 국회예산정책처장은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처 사업 중심으로 정보가 집중돼 재무나 사업에 대한 정부가 부족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기관별·공시 항목별로 정보가 산재돼 있어 공공기관별 최근 주요 이슈나 변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보도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