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난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를 다시 보다
1년 지난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를 다시 보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3.09.15 14:25
  • 수정 2023.09.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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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하는 의사결정의 효과
국가 경제 주요 역할하는 금융공공기관 투명성도 담보

지난해 1월 11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방정부별로 태동해 운영되고 있던 노동이사제가 공운법 개정으로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될 출발점에 선 것이다. 출발점에 서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어느새 시행 1년을 지나고 있다.

2022년 1월 '노동이사제 입법 이후,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방정부부터 시작된 노동이사제
20대 대선을 계기로 전국 차원으로 확대

노동이사제는 주로 유럽 국가에서 활용되는 제도다. 2022년 기준 유럽 19개 나라에서 도입했고, 대표적으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방정부가 노동이사제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운용해 왔다. 2016년 9월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근로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등에 노동이사를 뒀다. 이후 서울시를 사례로 광주광역시, 인천광역시, 경상남도, 경기도, 울산광역시 등으로 노동이사제가 퍼졌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는 논의와 시도는 계속적으로 진행돼왔다. 19대 국회에서 1번의 법안심사소위, 20대 국회에서 3번의 법안 소위를 통해 논의가 이뤄졌으나,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해당 발의안들은 폐기됐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를 다시 촉발시켰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 모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이후 2022년 1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내용을 담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입법부 차원의 움직임과 함께 정부 차원의 노동이사제 고민도 있었다. 2017년 7월 19일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산하기관에 도입된 노동이사제를 참고해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도 해당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00대 국정과제 중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도입,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공기관의 공공성 제고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우려보단 기대효과 큰 노동이사제
노동이사 전문성 강화는 필요

지방정부로부터의 노동이사제 실험과 입법을 통한 중앙정부 차원으로의 확대까지, 노동이사제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러한 시도들이 있었던 것일까.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경영참가제도의 일종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대표가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면서 결정 과정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는데 의미가 있다.

물론 노동이사제 도입에 반대 의견도 많았다. 주로 경영계를 중심으로 관련 입장들이 나왔는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을 저해하고 공공기관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높다는 우려였다. 또한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이사회에 포함시킬 경우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이 아닌 해당 노동조합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공기관의 운영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외에도 이사라는 직무에 맞는 전문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미흡하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를 통해 내부 직원들의 의견이 이사회 내에 적극적으로 개진되면 기관 내 의사소통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경영활동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현장 의견이 반영됨으로써 기관의 경영활동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도 강조됐다. 이사회와 현장의 괴리를 줄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도 기관의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관의 운영을 바라볼 수 있는 거시적 관점이 생기는 것은 물론, 경영진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소모적인 대립을 줄일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다만, 노동이사의 전문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노동이사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도 주요하게 보는 지점이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특히나 중요하다. 따라서 노동이사제 선도적 도입으로 의사결정 구조에 다양성을 높이고, 적절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역할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참고 문헌
- 사회적대화 2020 가을호 통권 15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 이슈와 논점 2022 제1944호, 국회입법조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