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환경단체, ‘사회정책 요구안’ 통해 동맹 가능할까?
노조-환경단체, ‘사회정책 요구안’ 통해 동맹 가능할까?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9.27 17:50
  • 수정 2023.09.27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기후위기와 노조 대응’ 주제로 세 번째 포럼 열어
이승윤 중앙대 교수 “녹색 일자리 개념화 등 정책 요구에 앞서 다양한 논의 필요”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현황과 개선방향 제3차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현황과 개선방향 제3차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조합과 환경단체가 동맹을 맺을 방법으로 정부나 자본에 요구할 공동 사회정책안 마련을 제안하는 의견이 나왔다.

27일 오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서울 마포구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노동 친화적 탄소중립 사업전환에 필요한 사회정책과 노동운동의 개입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총 4차례로 기획한 포럼 ‘기후위기와 노조 대응’의 세 번째 포럼이 이날 진행됐다.

이승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불안정 노동 확대, 환경 착취 등이 발생해왔다”며 “노동과 환경 중 어느 하나를 희생하기보다 양쪽을 같이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와 환경단체가 ‘함께’라는 추상적인 언어를 넘어 구체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사회정책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사회정책안은 녹색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말한다. 녹색 일자리는 탄소 배출이 적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등 환경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거나 복원하는 데 기여하는 일자리다. 미국 노동부의 직업 정보 네트워크는 △수요가 높은 녹색 일자리(대중교통 운전자, 동물학자 등) △기술 변화 일자리(항공우주 엔지니어, 환경공학 기술자 등) △새로운 녹색 일자리(바이오 연료 처리 기술자, 탄소거래 분석가 등) 등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이승윤 교수는 “수요가 높은 녹색 일자리에는 탄소 유발 계수가 낮고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돌봄노동도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일자리가 저평가되고 있진 않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녹색 일자리를 어떻게 개념화하고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정책 요구에 앞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는 대표적으로 직업훈련 등 인적자원개발 정책과 구직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노동시장 친화 정책이 있다. 이승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친화 정책이 강하고 특히 직접고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 비중이 크다고 밝혔다.

이승윤 교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양질의 녹색 일자리를 정부가 직접 창출하거나 고용주 보조금 정책을 통해 시장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 설계 시에는 두 가지 방법과 더불어 녹색 일자리 수행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적합한 교육훈련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논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소위 녹색 일자리로 사람들을 이동시키려면 직무의 유사성, 지리적 접근성, 정체성의 유사성 등 세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교수는 “예를 들면 석탄발전소 노동자를 탄소 배출이 안 되지만 현재 늘어나고 있는 일자리인 돌봄 분야로 갑자기 이동시킬 수 없다”며 “일자리의 정체성도 전환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현황과 개선방향 제3차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 현황과 개선방향 제3차 워크숍’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법의 제목을 보면 산업이 바뀌는 데 따라서 고용안정을 지원한다는 게 포인트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를 보장한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등의 개념은 목적이나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법안 전체에서 정의로운 전환, 공정한 전환이라는 단어가 한 글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1년 시행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정의하고 있는데 후속법에서는 이 용어가 빠졌다”며 “정의로운 전환은 파리 기후협정에도 포함된 용어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이를 급진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 아니냐고 국회에서 논의가 많이 나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기후 대응은 착하고 좋은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고 지금까지 있었던 시스템을 갈아엎고 기존 시설을 뜯어내야 하는 일이다.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을 줄이고자 다양한 형태의 논의와 고민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산업계, 노동계의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이들이 반드시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