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2024 예산안 시정연설 “23조 원 지출 구조조정”
尹 대통령, 2024 예산안 시정연설 “23조 원 지출 구조조정”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0.31 14:26
  • 수정 2023.10.31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총 지출 2.8% 증가···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시정연설서 연금·노동·교육개혁, 민간 투자, 약자 보호 다시 강조
31일 오전 10시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재정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 23조 원의 지출을 줄였다고 국회에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의 기조도 건전재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출 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법치·교육·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라며 국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반면 야당이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안에는 조금의 양해도 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오전 10시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선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시정연설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총 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전했다.

“고금리·고물가, 글로벌 안보 리스크로
민생 어려움 가중···물가·민생 안전 최우선”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먼저 강조한 건 물가와 민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류세와 관세의 인하, 공공요금 관리 등으로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국민 여러분께서 체감하시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장기간 지속돼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 계층의 주거·교통·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시장 중심으로의 경제 체질 개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복지 정책의 최우선을 약자 보호에 두고, 어려운 분들에게 국가의 손길이 빠짐없이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강조돼왔던 방향이기도 하다.

이 기조는 내년 예산안에 기업 지원과 선별적 복지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활동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개발원조 ODA 예산 규모를 6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원전·방산·플랜트 분야의 수주 지원을 위해 수출 금융기관의 자본을 보강해 수출 금융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왔던 ‘약자 복지’는 △생계급여 지급액을 4인 가구 기준 162만 원에서 183만 4,000원으로 인상 △자립 준비 청년 수당을 매월 10만 원씩 25% 인상 △기초와 차상위 가구 모든 청년들에게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12만 명의 소상공인에게 저리 융자 제공과 고효율 냉난방기 구입 비용을 보조하는 것 등으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다.

대폭 삭감으로 논란이 됐던 국가 R&D 예산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예산안에는 첨단 AI 디지털·바이오·양자·우주·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된 3조 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고 부연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에 예산 배정의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 “반도체·AI·우주와 같은 첨단 분야의 전략 동맹은 우리 기업과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할 것” 정도가 언급됐다.

윤석열 정부 연금·노동·교육개혁
다시 강조 “공정과 상식 기반 노동시장”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3대 개혁과제인 연금·노동·교육개혁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도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와 미래 세대를 위한 3대 개혁에도 힘껏 매진해 왔으며, 특히 연금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며 “마련된 방대한 데이터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포함해 연금제도 구조개혁을 위한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고,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에는 공정과 상식을 다시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근로자 전체의 권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며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히 보장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노와 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이러한 결정이 도출되는 데 수고한 많은 분들께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회계 공시를 계기로 투명하고 신뢰받는 노동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 노사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년의 미래를 위한 노동개혁에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국회에는 요청하는 관련 자료와 설명을 성실하게 제공하고 예산 심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보조금관리법·산업은행법·우주항공청법 등 민생 경제 법안에 대해서도 의원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야당 “국민 삶·미래 포기한 예산안,
양해 할 수 없다”, 줄다리기 막 올라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예산안 심사에선 내년 정부 예산안을 둔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예정이다. 당장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자 연이어 브리핑을 내고 정부의 예산안에 찬성할 수 없단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맹탕연설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앞세운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지역을 살리는 예산, R&D 등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 등 필수 예산 삭감은 공약 파기 수준의 묻지마 삭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아무런 비전도 보이지 않는 마구잡이 삭감으로 점철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민국의 미래, 국민의 내일은 없었다”며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안에는 조금의 양해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정의당은 “여전히 재정 건전성을 말하며, 파국적 긴축 예산과 부자 감세를 유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며 “계속 지적돼 온 R&D사업 예산 삭감 문제, 민생 경제 지원 대책의 부재 지적도 무시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국적 내년도 예산안을 정상화하고, 국정 운영을 쇄신하는 것은 이제 대통령과 정부에 기대할 수 없고, 다시 국민과 국회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시정연설 중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었다. 진보당은 “국민의 경고에도 민생 파괴 민주주의 파괴 굴욕 외교로 일관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에게 남은 것은 심판밖에 없다”는 설명을 더했다.

한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예산안 심사를 위해 다음달 1일 공청회, 3일~6일 경제 부처 예산심사, 7~8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 9~10일 종합정책질의를 차례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가 진행하는 증감액 심사, 예결의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확정된다. 이 기간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이어간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이번에도 시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난해 예산안이 통과된 날짜는 법정시한을 22일 넘긴 12월 24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