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노동자들이 말하는 식품산업과 노동조합
식품노동자들이 말하는 식품산업과 노동조합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01 13:36
  • 수정 2023.11.01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노련 체육대회에서 들어 본 식품노동자의 고충
매출 하락·노동조합 활동 저조 등의 문제점 토로
식품노련 산하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0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23년 전국식품산업노련 체육대회’에서 함께 몸을 풀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지난 10월 30~31일 한국노총 중앙교육원 대운동장에서 열린 ‘2023년 전국식품산업노련 체육대회’에는 한국노총 식품노련 산하 노동조합 조합원 370여 명이 참석했다. 체육대회에 모인 식품노동자들에게 식품 사업장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겪는 어려움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어봤다.

익명을 요구한 A 식품노동자는 식품산업에 대해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산업이라 매출의 등락 폭이 큰 산업은 아니다. 하지만 떼돈을 버는 사업장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품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불경기로 업황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육가공 업체에서 일하는 최승열 사조오양평택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평상시에 비해 판매량은 소폭 줄었고, 원재료인 고깃값은 올랐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육가공 업체에서 일하는 신이천 SPC삼립노동조합 서천지부 지부장도 “고깃값이 올랐다고 소시지, 햄 가격을 우리 마음대로 올릴 순 없지 않나.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고 했다.

김경민 파리크라상노동조합 대의원도 원재료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경민 대의원은 “밀가루, 설탕, 우유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 제빵 쪽도 상황이 좋진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이트진로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바뀐 음주문화로 인해 매출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채상수 하이트진로노동조합 보건복지실장은 “기성세대들은 소주를 많이 마셨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은 하이볼(위스키가 들어간 칵테일), 포도주 등을 즐겨 마신다. 또 최근 이전보다는 술을 적게 마시는 문화가 만들어지다 보니 매출이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채상수 보건복지실장은 “하이트진로노동조합에는 반·조장(관리직)을 맡는 조합원들도 있다. 그분들은 일반 조합원들과 업무가 다르다 보니 종종 일반 조합원들과 마찰이 생긴다. 노동조합에서 간부를 맡으면 두 부문의 노동자를 융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그래서 노동조합 간부를 맡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업장에서도 노동자들의 직무가 전에 비해 다양해지면서 간부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B 식품노동자는 “일하며 MZ세대들이 공정을 중시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예전에는 선배들 눈치를 보면서 ‘선배보다 열심히 하자’ 이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 사원들은 선후배 상관없이 무조건 공정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고방식이 다르다 보니 노동조합 내에서 세대 간 마찰이 종종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신이천 지부장은 “젊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으면 좋겠는데, 활동에 소극적인 조합원들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신광선 동원시스템즈제관노동조합 사무국장도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노동자대회 등이 있을 때도 가기 싫어하는 조합원들이 전보다 늘었다. 전체적으로 조합원들이 조합활동에 소극적이라 간부를 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광선 사무국장은 “그래도 1년에 1번이지만 이렇게 체육대회를 통해서 다른 노동조합들과 사업장 상황·노동조합 내 세대 갈등·교섭 현황 등을 공유하다 보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힌트를 얻고 가기도 한다”며 “이번 체육대회에서도 생산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