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민원, 욕설·폭언↑ “악성 민원 처벌 강화해야”
불가능한 민원, 욕설·폭언↑ “악성 민원 처벌 강화해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06 16:50
  • 수정 2023.11.0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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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노총, 공무원 악성 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열어
기관 책임 강화·민원인의 의무 규정·민원 종결 처리 절차 명확화 요구
공노총이 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 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노총

공무원 응답자의 42.3%가 한 달에 평균 1~3회 악성 민원을 받았고,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 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 7,061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4%(5,933명)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8급이 90.1%(1,462명), 9급이 83%(866명)로 하위직 공무원 대다수가 악성 민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을 받은 횟수는 월 평균 1~3회가 42.3%(2,509명)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1회 미만이 30%(1,781명), 월평균 6회 이상이 15.6%(924명), 월평균 4~5회가 12.1%(719명)로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악성 민원으로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무리하게 요구(67%, 3,977명) △적절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66.6%, 3,952명) △욕설 및 폭언 등 언어폭력(53.1%, 1,913명) △업무상 불합리한 민원을 요구(41.4%, 2,457명) 등이 있었다.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들은 다양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악성 민원으로 ‘퇴근 후에도 민원인을 응대할 때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68.1%(4,038명)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48.2%(2,891명)는 악성 민원 스트레스로 신체적 건강이 악화됐다고 답했고, 10%(599명)는 병원 입원이나 휴직,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했다. 새로운 민원인을 상대하기 두려운 감정을 느낀 응답자도 53%(3,146)였다. 경험한 악성 민원의 종류나 후유증 등을 묻는 질문엔 복수응답이 가능했다.

악성 민원에 대한 공직사회의 대응엔 불만족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소속기관의 조치가 적절했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다’가 76.3%(4,528명), ‘보통이다’가 19.6% (1,164명), ‘그렇다’가 4.1%(241명) 등으로 기관의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악성민원에 상사 또는 동료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가 43.5%(2,578명), ‘보통이다’가 34.8%(2,062명), ‘그렇다’가 21.8%(1,293명)였다.

악성 민원과 관련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론 ‘악성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75.8%(5,350명)로 높았고, 기관이 악성 민원인을 고발 조치해야 한다는 응답도 74.6%(5,269명)였다.

이에 공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악성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을 보호하려면 △악성 민원에 대한 기관 차원의 고소·고발 의무화 등 기관 책임 강화 △민원인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 △민원 종결 처리 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 반복 민원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악성 민원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악성 민원이 이직의 주요 사유가 되는 만큼 악성 민원이 공직사회 전반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번 설문조사에서 증명됐다”며 “상대적 을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인 만큼 악성 민원으로부터 공무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형태 시군구연맹 청년위원장도 “공무원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하라는 주변의 시선에 고통과 아픔을 내색하지 못하고 신음하다 결국엔 공직사회를 떠나는 선배‧동료‧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공무원은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생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악의적인 마음을 품고 민원을 가장해 공무원 노동자를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공노총 소속 청년 조합원들은 ‘폭언, 폭행, 반복 민원, 성희롱, 협박’ 등이 적힌 피켓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또 공노총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김교흥·김철민·이형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