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인력 충원 약속해 달라” 울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한 명이라도 인력 충원 약속해 달라” 울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08 20:42
  • 수정 2023.11.08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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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째 파업 중인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
국회 찾아 정부와 울산대병원에 파업 사태 해결 촉구
의료연대본부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8일 오후 1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울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바쁜 업무로 불친절하기를 택할 수밖에 없는 위태위태한 현장을 바꾸고 싶어 파업 현장으로 밀려나왔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수준 낮은 간호를 제공하는 것으로 타협하지 않고 진정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싶습니다.”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김난진 울산대병원 간호사는 국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바라는 건 소박하다”며 인력 충원을 강조했다. “간호사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환자 안전을 만든다”고 두 번 이야기한 그는 “단 한명이라도 약속된 인력 충원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대병원분회(분회장 박창원)의 파업이 15일간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울산대병원에 파업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준비했다. 

울산대병원 노사는 지난달 22일까지 1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인력 충원과 기본급 인상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동조합은 파업이 길어지자 최초 요구안인 기본급 11.4% 인상에서 4.42% 인상 등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병원은 기존 유급휴일은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에 정상근무하면 대체 휴일과 5만 원 축하금을 상품권에서 현금으로 지급하겠단 내용 외엔 입장변화가 없다”는 게 노동조합의 설명이다. 또 울산대병원분회는 “노동조합이 병원에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 교섭은 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울산대병원분회는 “(노조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 63%는 배가 고파도 밥을 제대로 못 먹는다고 하고, 80%는 화장실을 제대로 못 간다고 한다. 20%는 업무 스트레스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15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울산시의 유일한 종합병원이자 대학병원인 울산대병원이 구성원인 노동자들이 환자를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절박한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고 장기파업만 유도한다면 전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원 울산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지난 6일 오후 6시부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향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이 파업이 15일까지 갈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미 병원이 인력 부족을 너무나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분회장님이 곡기를 끊을 정도의 절박한 요구에 울산대병원은 무응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신뢰하고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파업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오죽하면 업무 스트레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겠나. 이런 문제부터 보건복지부가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병원은 코로나19 기간 개원 이래 최대 흑자를 냈는데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부터 살펴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울산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힘을 실었다. 변혜진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은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나서지 않으면 시민사회는 울산대병원이 지역필수의료 대상 병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밝힐 것”이라며 “정부는 수백 억 원을 지원한 이 병원이 향후 울산 시민들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을지 들여다보길 경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