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틈새·저녁 돌봄’ 늘봄학교, 지속 운영될 수 있나?
‘아침·틈새·저녁 돌봄’ 늘봄학교, 지속 운영될 수 있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1.23 09:41
  • 수정 2023.11.2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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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늘봄학교 도입·시행되는 과정에서 종사자 업무 부담 늘어나
종사자 처우 개선 등 위해 가칭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 필요하다는 제언 나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 초 정부는 돌봄 및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의 하나로 늘봄학교 정책을 시행했다. 학부모의 양육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공공이 돌봄서비스,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학교 정규수업 시간 전후로 아침·틈새(오후)·저녁 돌봄 시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돌봄을 책임지는 돌봄전담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학교 구성원 등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선 담당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문제가 지적돼왔다. 이에 늘봄학교가 향후 지속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실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윤석열 정부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9월부터 부산‧충북‧충남 등 총 8개 지역 459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 도입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내년부터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늘봄학교 운영 필요성에 공감했다. 하지만 늘봄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전문성 있는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가 양질의 교육 및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환경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교육부의 미래교육돌봄연구회 좌장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올해 초 늘봄학교가 급하게 시범사업으로 도입되면서 운영체계 구축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교수는 “기존의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를 헤쳐모여 한 것이 늘봄학교”라며 “돌봄, 방과후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면 늘봄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 선생님들의 민원 전화 응대 등 업무 부담은 늘봄학교(지원)특별법 등 법적 토대를 통해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출생률이 높은 복지국가 사례를 보면 사회적 돌봄체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한 아이 보호가 교육과 돌봄이 융합된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복지국가가 아닌 나라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 늘봄학교에서는 돌봄전담사만이 돌봄을 맡고 단계적으로 처우 개선 등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다. 

강은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은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원장은 “현재 아침·틈새 돌봄 경우 자원봉사자, 단시간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이 빠지면 대체인력을 구하기 힘든 문제도 나오고 있다. 이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하고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할지 의문”이라며 “전일제 돌봄전담인력 채용이 확대돼야 한다. 또 학교 내 돌봄 공간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는 거점돌봄기관을 확충하고 공적 돌봄 취지에 맞게 교육청이 해당 기관을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성회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늘봄학교 중앙지원센터 센터장은 “학교의 늘봄학교 관련 행정부담은 이미 사업이 시행된 이상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지원청에서 행정업무를 가져가더라도 학교에서 강사 성범죄 조회, 수요조사 공모 등 반드시 협조하고 수행해야 할 업무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규모 학교 경우 방과후강사가 오지 않아 학부모 등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돌봄과 지역사회 돌봄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성회 센터장은 “아침·저녁 돌봄이 학교에 모두 전가돼 있다. 학교 돌봄을 지역사회와 분담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 행정 체제상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지자체가 아닌 교육청이 (늘봄학교) 운영 주체가 되는 내용의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늘봄학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협력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회 센터장은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교사, 학부모, 교육청 등을 총괄하는 학교 내 부장급의 교사가 필요하다. 행정 라인을 하나로 통일해야 교육 프로그램이 중복되는 문제 등도 개선할 것”이라며 “팀 체제로 협력하기 위해선 서로 뭐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일단 (구성원들이) 자주 만나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교육부는 하반기에 가칭 늘봄학교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전담인력 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미래교육돌봄연구회도 늘봄학교 도입 및 확대를 지원하는 관련 법 제정을 권고했다. 내년 늘봄학교 전면 확대 시행을 앞두고 특별법 발의·제정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