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확대 정책에 교사·지방공무원·교육공무직 반발
늘봄학교 확대 정책에 교사·지방공무원·교육공무직 반발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1.27 00:19
  • 수정 2024.01.27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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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올해 2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정책 확대 계획
교사 업무 경감 위해 학교마다 전담 조직 설치·운영 방침
교육부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 중 발췌 ⓒ 교육부
교육부의 2024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 중 발췌 ⓒ 교육부

교육부가 학교 정규수업 시간 전후로 돌봄·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이를 전담 운영할 늘봄지원실을 학교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교사,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직들은 반발했다. 늘봄학교는 정부가 학부모의 양육 부담과 사교육비 경감을 통해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정책이다.

지난 24일 교육부는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1학기부터 2,000개 이상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2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로 확산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늘봄학교 운영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학교마다 설치하고 조직원으로 △늘봄지원실장 △늘봄실무직원 △늘봄전담사(돌봄전담사) △늘봄프로그램강사(방과후강사) 등을 두기로 했다.

늘봄지원실장 경우 올해는 교감 또는 교육지원청 소속 공무원 등이 맡고 내년부터 큰 학교 중심으로 지방공무원이 전임으로 맡을 예정이다. 늘봄실무직원 경우 올해 1학기부터 기간제 교원 2,250명을 채용해 늘봄 실무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2학기에는 모든 학교에 늘봄실무직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원, 교육공무직 등을 늘봄실무직원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개 지역 459개 학교에서 늘봄학교 정책을 시범 운영한 결과 교사, 교육공무직 등의 늘봄학교 행정업무 부담 문제가 지적돼왔다. 교육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내 늘봄학교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 설치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여전히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청 공무원들 “지침 하나로 조직 신설···졸속”

한국노총 교육청노동조합연맹은 “늘봄학교 정책이 교육의 공간인 학교에 들어오는 순간 교육일 수밖에 없다”며 “교원을 늘봄학교 운영에서 배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말장난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늘봄지원실이라는 부서를 지침 하나로 신설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늘봄지원실에 지방공무원을 부서장으로 맡기고자 한다면 학교 경영자인 교장의 자격도 지방공무원이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학교 내 행정 조직인 행정실, 교무실을 포함해 늘봄지원실을 법제화하고 부서장, 실무자 모두 정규 공무원으로 충원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는 지방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청본부는 “학교 현장은 교육부 정책으로 인해 교원뿐만 아니라 지방공무원도 업무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늘봄학교 계획은 교육현장의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졸속적인 탁상행정이며 인기 영합적인 정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학교 행정실의 지방공무원들도 부족한 인력으로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는 늘봄학교가 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늘봄센터와 같은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등 학교 행정실 지방공무원 업무가 가중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교사들 “교육과 돌봄 공간 분리 필요” 

교사들은 늘봄학교 업무 경감 요구는 일부 수용됐지만 정규 수업을 하는 교실과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을 분리한다는 계획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정규교육과정 수업을 훼손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늘봄학교의 돌봄 업무가 교육 공간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 업무와 돌봄 공간을 학교 밖에 확보해야 하며, 여건상 학교 안에서 해야 한다면 공간을 확실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정상적인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정규교육과 돌봄의 겸용 교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기간제 교원을 늘봄실무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들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등 고려 부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기간제 교원을 채용한다는 정책에 대해 “언제까지 기간제와 봉사자 등 불안정 임시 인력을 덕지덕지 붙여 (늘봄학교 운영을) 때울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또 “늘봄학교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교원단체의 목소리는 적극 반영하면서 정작 늘봄학교를 끌고 갈 돌봄전담사와 방과후강사 등 비정규직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며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출퇴근을 뒤로 늦춰 불이익을 강제한다면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도 “늘봄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은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있다”며 “기간제 교원을 통해 올해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또 기간제 교원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