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민주당에 “국가 재정 5%, R&D 예산으로 법제화하자”
과학기술계, 민주당에 “국가 재정 5%, R&D 예산으로 법제화하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12 14:01
  • 수정 2023.12.12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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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위·과학기술계 연대회의,
바람직한 R&D 발전방향 토론회 열고 총선 정책 논의
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와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진행한 ‘바람직한 R&D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강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오른쪽)이 발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내년도 국가 R&D 예산이 올해 대비 16.6% 삭감돼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더불어민주당에 “국가 재정 5%를 R&D 예산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제안했다.

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와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이하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바람직한 R&D 발전방향 토론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R&D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내놔야 하는지 토론했다.

이 논의는 정부가 약 30년 만에 국가 R&D 예산을 삭감하며 촉발됐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가 R&D 예산안은 25조 9,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5조 2,000억 원 줄었다. 예산안이 나오자 과학기술계는 예산 원상 복구를 촉구하는 활동에 돌입했고, 야당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예산 복구를 위한 노력 중이다. 지난 11일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앞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예산 삭감으로 우려되는 점을 이야기하며 정부와 무관하게 R&D 예산은 지켜져야 한다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제동국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예산엔 인건비, 직접비, 간접비가 있는데, 예산이 삭감되면 직접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직접비 안에 들어가 있는 게 간접인력과 임시인력이다. 젊은 과학자들 고용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그 다음엔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 걱정이다. 취업할 곳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젊은 친구들의 우려가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결국 의대, 치대로 젊은 친구들이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 시대에 이공계 기피 현상이 확산된다면 산업 자체에 타격이 갈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정윤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 측면에서 전 세계는 기술 전쟁 중이다. 신시장인 수소차, 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AI 중 우리가 기술,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에 있는 게 많지는 않다”며 “이런 상황에 R&D 예산을 늘리진 못할망정 줄인다면 시장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R&D 예산을 지킬 방안으론 국가 재정 일부를 R&D 예산으로 고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발제를 맡은 강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과학기술평가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예산 삭감은 현장 연구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역할 차이가 있겠지만, 국가 재정의 5%를 R&D 예산으로 법제화하도록 입법해주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어떤 정부가 오더라도 우리 연구에 변동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상우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총무국장도 “5% 반영하는 건 반드시 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총선이든 꼭 (공약으로)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총선 공약이 나온다면 원칙과 철학이 담기면 좋겠다. 과학기술계는 정부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고 주권을 연구자에게 주자는 것이다. 연구, 기획, 수행, 예산까지 단체들이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며 “현장 연구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총선 공약으로 넣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 복구와 연구자들의 의견을 담은 총선 공약 마련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 의장 “국회 예산 심의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원상 복구 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각국이 첨단 핵심 기술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고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는 정부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승래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장에서 R&D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의견을 준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정리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민주당 정책위와 협의하면서 진행하겠단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