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 통해 정보 수집한 플랫폼, 배차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
배달노동자 통해 정보 수집한 플랫폼, 배차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
  • 김온새봄 기자,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13 07:34
  • 수정 2023.12.13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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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시간·배달노동자 위치 정보 등 수집해 배차 알고리즘에 반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당사자는 알기 어려운 구조 지적돼
1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열린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배달서비스 배차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열람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는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위원장 구교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아름다운재단이 후원했다.

배달노동자가 정보 생산하나
정보 통제권은 플랫폼에만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이 노동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 운영을 위한 여러 핵심 정보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날짜·기상·시간·지역·배달료·거리 등 여러 변수에 따른 업무 수락율과 취소율, 배달 수행 시간, 고객 평가 등이다. 구교현 위원장은 이 정보가 “업무를 할당하거나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하는 데 쓰이는 재료”라고도 봤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생산·제공하는 ‘정보주체’는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처리자’에게 정보의 정정, 삭제, 처리 정지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열람권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정보주체가 확보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장여경 상임이사는 설명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배달노동자가 개인정보열람권을 행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김병욱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는 “어떤 정보를 수집할지, 또 이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통제권은 실질적으로 배달 플랫폼에 있으며, 배달노동자가 구체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병욱 변호사와 배달노동자들은 배민커넥트, 요기요라이더, 쿠팡이츠파트너, 바로고라이더 등 4곳의 플랫폼에 ‘개인정보열람요구’ 메일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메일을 통해 위치와 시간, 운행에 관한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달노동자가 받은 등급이나 평점 내역은 어떤지 플랫폼에 물었다.

김병욱 변호사는 그 결과 배달노동자의 위치 정보와 운행 정보, 배달 기록과 관련된 개인정보 수집 내역을 일부 열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병욱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각 플랫폼은 위도·경도를 포함해 배달노동자의 상세한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플랫폼 앱 이용시간이나 배달 거리, 배차 수락 여부, ‘가게 도착, 픽업, 배달 완료’ 버튼 클릭 시간 등도 수집 대상이었다.

정보들은 배달수수료를 산정하거나, 배달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감독하는 데 다양하게 활용됐지만, 이것이 배차 기준 또는 알고리즘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와 무관하거나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게 김병욱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병욱 변호사는 “플랫폼은 배달노동자들의 업무 수행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통제·관리하지만, 정보주체인 배달노동자들에게는 정보에 대한 통제권이 차단돼 있다”고 짚었다.

12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열린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에서 구교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이 토론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온새봄 기자 osbkim@laborplus.co.kr

개인정보 활용 중 법 위반해도
당사자는 알기 힘든 구조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의심된단 문제도 제기됐다. 김병욱 변호사는 “배민커넥트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과 배달 주문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공동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주문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커넥트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두 기업은 별개의 기업이다. 김병욱 변호사는 “배달노동자가 배민커넥트에 가입하면 우아한형제들과 우아한청년들에 각각 정보를 제공하게 되지만 정보제공 동의 여부는 구분 없이 한꺼번에 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제공’에 대한 동의를 따로 받거나, 개인정보 처리를 따로 위탁해야 한다. 김병욱 변호사는 “두 회사 간 관계가 매우 밀접하고, 개인정보의 관리 방식 역시 ‘제3자 제공’과 ‘위탁’ 방식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정보 수집이나 이를 활용한 배차 등은 알고리즘으로 자동화돼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일어나도 정보주체가 이를 알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오민규 연구실장은 “유럽에선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관련 정보를 노조 차원에서 적극 요구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에서도 디지털 감수성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해,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생산하는 정보를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아한청년들에 우아한형제들과 개인정보를 공동으로 보유·관리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 측과도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 당장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