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걸고 ‘선 넘는’ 공무원노조가 온다
신분 걸고 ‘선 넘는’ 공무원노조가 온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4.01.04 13:17
  • 수정 2024.01.04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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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
공공부문임금위원회·주 4일제로 조합원 처우개선
정치기본권 쟁취 내건 선 넘는 투쟁, 신분까지 감수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을 지난 12월 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나온 20년은 희생과 치유의 역사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노동조합이 법의 테두리에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공무원이 거리로 나와 해직자가 됐다. 조직의 역량도 해직자 지원에 집중됐다. 제12기 임원선거에서 위원장으로 당선된 이해준 당선인도 2007년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임된 적이 있다.

그런 이해준 당선인이 꺼낸 공약이 정치기본권 쟁취를 내건 ‘선 넘는 투쟁’이다. 노동조합이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금 다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무원노조라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노동조합이면 힘을 받을 수” 없지만 노동·정치기본권이 없는 공무원들의 투쟁은 위력적이지 않다.

임금을 노동조합과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고 주 4일제란 의제를 띄우는 등 공직사회를 지속가능한 일터로 바꾸려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조합원 처우개선을 위해선 더 큰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얻으려면 선을 넘어야 한다는 게 이해준 당선인의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 노조 탄압·반노동 정책
위기지만 투쟁할 명분 생겨 기회

- 공무원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떤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보나?

저임금에, 밤샘 근무를 해도 예산이 없어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다. 그러면서 지역 토호 세력들의 악성 민원을 받는다. 5년 미만 공무원이 1만 3,000명* 그만뒀다고 하지 않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었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을 하는 우리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조합, 나아가선 민주노총을 집어서 다양하게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 조합원들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위기지만 또 우리가 투쟁할 명분이 있어 기회이기도 하다. 이럴 때 노동조합이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어야 조합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조직과 함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직이 하나의 원팀이 돼야 한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발적으로 퇴사한 근무 경력 5년 미만 공무원은 1만 3,032명이다.

- 지난 집행부도 윤석열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며 정부 정책 평가 조합원 총투표, 임금 인상 쟁취 2만 총궐기대회 등 굵직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활동을 평가한다면?

11기 집행부는 공무원노조가 임금 투쟁을 할 수 있고 임금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걸 명확하게 사회에 알렸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9급 공무원이 각종 갑질과 악성 민원에 시달려서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구조다. 경기가 어려우면 임금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들은 사회적으로 비판받을까 못 했는데 그것을 깬 집행부다.

다만 공무원보수위원회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기재부가 공무원보수위원회 결정사항을 몇 차례에 걸쳐 뒤집었고 조합원들의 실망이 있었다. 공무원보수위원회 끝나고 우리 투쟁이 기재부로 향했어야 했는데 그게 좀 부족했지 않았나 싶다. 역량을 집중해서 타격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많은 공공 조직 포함한
임금위원회 만들자 설득할 것

- 임금 정액 인상, 공무원보수위원회 공공부문임금위원회로 위상 강화 등 당선인의 임금 관련 공약도 하위직 공무원의 저임금 구조를 풀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임금 정액 인상은 지난 집행부가 추진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이행 계획을 공유해 달라.

공무원들의 임금 갭이 심한 걸 정부도 의식하고 고민한다. 공무원 임금 체계를 쉽게 바꾸긴 어렵겠지만 9급 공무원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는 정액 인상을 정부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액 인상의 원동력은 공무원노조가 만들어갈 거고 2030 세대 당사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투쟁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사혁신처나 행안부는 (공무원 임금 격차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액 인상을 100%, 200% 반대하진 못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임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기재부다. 우리 임금 투쟁이 보통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종료되는) 8월에 끝나는데 10월, 11월까지 기재부를 겨냥한 투쟁을 계속 해야 한다.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진행되는 동안 공무원 노동조합들은 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7월 8일엔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에 조직된 조합원 2만 명이 서울 일대에 모여 보수 인상을 압박하기도 했다.&nbsp;ⓒ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br>
지난해 7월 8일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노총에 조직된 조합원 2만 명이 서울 일대에 모여 보수 인상을 촉구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공공부문임금위원회를 만들기 위해선 누구와 연대할 것인가?

지금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우리랑 공노총이 주축이 돼서 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임금위원회는 공무원노조 단체들을 다 포함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노총도 위원회를 만드는 것에 동의가 되면 참여하는 거다. 이 위원회는 임금 외에 다른 것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임금 인상 투쟁에 동의하면 어디든 같이 해야 한다. 우리 조직 내에서도 반대하는 동지들이 있겠지만 충분히 설득이 가능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

한국노총, 공노총,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조합들에 제안해서 동의가 되면 논의를 통해 체계를 잡아보려 한다. 그렇게 크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정부랑 이야기를 해도 훨씬 힘을 받을 거고 나중엔 (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구속력을 가지도록) 법제화가 주 목표가 될 것 같다.

- ‘공공부문’이면 공공 비정규직, 공공기관 노동자들과도 연대하는 건가?

공공 비정규직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왜냐면 우리의 임금이 올라가야 공공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라갈 계기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데 아직까지 이 부분은 우리 지부장들이나 현장 간부들까지 동의가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당장 위원회를 같이 구성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지만 대정부 투쟁은 같이 할 수 있다고 본다.

-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도입 공약도 눈에 띈다. 어디서 요구할 것인가?

주 5일제가 된지 20년 됐을까. 그 때는 6일 근무하다 5일 근무하게 되면 나라 망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도 4.5일제, 4일제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시간을 고민하기 때문에 주 4일제 현실화는 필연적이다. 당장 주 4일제를 주장해서 내년에 시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공무원노조가 주장을 해서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드는 게 내년의 핵심 사업이지 않겠나 싶다. 우리가 (행정 업무를 하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것을 먼저 주장하는 것이 사회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본다.

공무원노조만 또 주장할 거냐, 그것이 아니고 공무원 단체들,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이렇게 해서 공무원노조가 먼저 주장하고 주4일제에 대한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해서 크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같이 주 4일제를 외쳐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정부도 우리가 굳이 막 요구하지 않아도 고민하게 될 거다.

‘선 넘는 투쟁’은 정치기본권 위한 것
공노총과 통합은 조심스럽게 다시 제안

- 선을 넘는 투쟁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의제를 가지고 선을 넘을 것이며, 당선인이 생각하는 선은 어디까지인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임금이든 뭐든 정치권에서 결정한다. 법을 바꾸고 예산을 심의하니까. 중요한 사업이 있으면 국회랑 한 달 전에 약속해서 10분 시간 내서 만나고 그러는데,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나 정치기본권이 있는 일반 노동조합은 정치인들이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근데 우리한테는 안 온다. 15만 조직임에도 정치적인 힘을 펴보지 못했던 거다.

정치기본권을 쟁취하려면 선을 넘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본다. 최종적으로는 신분까지도 감수하는 투쟁이 되지 않을까. 법적 검토도 해봐야 하겠지만 공무원노조가 예를 들어 당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어느 선까지 할 수 있는 건지, 법에서 이것이 위법이다 아니다 논쟁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보려 한다. 정부에서도 ‘저거 징계 줘야 하는데?’ 하면서도 법적으로 약간 왔다 갔다 할 만한 투쟁을 해 보려 한다.

정치기본권이 공무원노조에게 오기 시작하면 그 힘은 무궁무진할 거다. 우리가 100만, 120만 가족인데 그 힘을 정치인들이 모를 수 없다. 우리 임금, 어느 선 이하는 양보 못 한다. 안 그러면 총선 때 진짜 심판할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지금 우리는 총선 때 심판하겠다고 구호로만 말하지 않나.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당선인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2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단 공약은 ‘공무원노조 대통합 30만 조합원 시대’란 11기 집행부 공약과 다르다.

공노총과 대통합을 추진했었다. 우리 조직은 대대까지 통과를 시켰는데 공노총에서 막혔고 30만 대통합이란 말도 없어졌다. 이건 내 생각이고 공약에도 없는 건데 나는 아직 (공노총과의 통합을) 중단하고 싶지 않다. 다시 제안을 조심스럽게 해 보고 싶다.

용산에서 집회를 100번 하는 것보다 (통합이) 훨씬 더 큰 힘이다. 반노동 정책을 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진정으로 임금 올려야 한다, 연금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하다면 이념이고 뭐고 무슨 필요란 말인가? 단일 조직으로 30만 만들어야 한다. 20만 조직은 소방하고 경찰, 아직 미조직된 사업장을 조직하겠다는 거다.

기재부에 당하지만은 않을 것
한 번이라도 제대로 투쟁 하겠다

- 지금까지 언급된 공약 외에 꼭 실현하고 싶은 공약을 소개해 달라.

공무원들은 대학생 자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내고 있다. 학자금 지원을 전면에 내세워서 하고 싶다. 그 다음에 조합원들 밥값 8,000원 받는다. 점심 식대, 각종 수당도 최대한 빨리 투쟁을 해서 좀 바꾸고 싶다. 또 소방공무원노조가 이제 4년 차(2024년 기준)인데 아직도 노동 조건이 너무 안 좋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힘을 실어주고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해서 많이 바꿔야 한다.

- 조직 체계에도 변화가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이야기는 안 됐지만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전담하는 곳을 만들고 싶다. 지침이나 법이 바뀌어서 신분에 변화가 생기는 것들을 이제는 조합원들이 먼저 안다. 간부들은 워낙 할 일이 많으니까 거기에 빠져서 법이 바뀌는 걸 까맣게 모르고 부랴부랴 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사실 (고충들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오는데, 전담하는 창구가 있어야 피드백이 빨리 돼서 해결을 한다. 지금 생각하는 건 사안이 생기면 관심 있는 지부장들을 묶어서 TF팀을 꾸리는 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직자 복직과 설립 신고가 공무원노조 20년을 끌어왔다. 무기였고 힘이었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노동조합이면 힘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임금 투쟁 정말 잘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거다. 임금 투쟁을 해보니까 기재부한테 우리가 당하면 안 되겠더라. 조합원들이 정말 바라는 투쟁을 시작해서 끝을 보고 싶다. 한 번 하더라도 제대로 된 투쟁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