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단위 교섭 한계···유통 산별로 뭉쳐 한계 극복해야”
“기업단위 교섭 한계···유통 산별로 뭉쳐 한계 극복해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1.05 13:50
  • 수정 2024.01.05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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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소속 8개 노조 대표자 모여 산별노조 공감대 형성
이동호 위원장 “2024년부터 유통노동자 권익 향상 위한 활동 계획”
지난해 11월 2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유통산업노동조합 총회가 열렸다. ⓒ 서비스연
지난해 11월 2일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유통산업노동조합 총회가 열렸다. ⓒ 서비스연맹

지난해 11월 2일 유통산업노동조합(이하 유통노조)이 출범했다. 유통노동자의 주말 휴식 미보장, 온라인 유통 확대 등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 등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소산별노조보다 큰 단위의 산별노조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소속 농협유통노동조합, 동원F&B노동조합, 마트산업노동조합, 신세계면세점노동조합, 엘코잉크노동조합, 엘카코리아노동조합, 이랜드노동조합,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 등 8개 노조의 대표자들이 먼저 개인 자격으로 산별노조에 모였다. 유통노조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면서 2년 내 각 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할 계획이다.

협상에 한계 느낀 노조들
공동 대응 필요성에 공감

서비스연맹은 유통노동자 권익 향상을 위해 이들 전체를 포괄하는 산별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혀왔지만 관련 논의는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2일 유통노조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동호 농협유통노조 위원장은 각 노조들이 산별노조로 전환됐을 때의 장단점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연초에 유통분과 의장을 맡게 되면서 유통노조 관련해 각 조직 위원장들의 공감대 형성이 먼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난해 7월쯤 최대한 많은 (유통분과 소속) 위원장들이 1박 2일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산별노조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했다”며 “그때 토론하면서 (산별노조를) 만드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동호 위원장은 기업별노조, 소산별노조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산별로 뭉쳐야 한다는 데 각 노조 위원장들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마트별로 따로 협상했을 때와 마트에 있는 전체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이 정도의 (노동조건을) 보장받아야 하겠다고 협상했을 때 사측이 받아들이는 것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유통노조가 추후 산별교섭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통노조 사무처장인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유통분과는 협의체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우철 위원장은 “노조는 유통노동 현안 관련해 그만의 투쟁 흐름을 가지고 끝까지 쭉 밀고 갈 수 있다. 반면 유통분과는 단기적인 과제 해결이나 특정 시기마다 어떤 일이 터졌을 때만 대응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별교섭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산별 교섭은 어렵다. 산별노조가 생긴다고 사용자단체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면하면 그만일 수 있다. 결국 노동자들의 힘으로 산별교섭을 열어야 한다”며 “대규모 유통노동자들의 요구가 확인되면 기업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산별교섭을) 이루는 건 순전히 우리의 준비 정도와 힘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동호 유통노조 겸 농협유통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이동호 유통노조 겸 농협유통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유통노동자의 공통 의제,
‘휴식권 보장’

유통노조에 모인 노조 위원장들은 투쟁 의제 가운데 유통노동자 휴식권 보장을 강조했다. 최근 마트노조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일부 지자체 결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강우철 위원장은 “토요일, 일요일이 더 바쁘니까 사용자들은 주말만큼은 장사를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게 자본의 논리에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남들 다 쉴 때 쉴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주말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면 건강에 악영향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노동자 전체가 같이 쉬어야 제대로 된 휴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 로더 계열 화장품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모인 엘코잉크노조의 최상미 위원장은 면세점의 일방적인 영업시간 연장으로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및 휴일이 일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유행 때 영업 부진에 따라 감원한 인원을 충원하지 않아 노동강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상미 위원장은 “인원이 부족해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려운 상태다. 점심 먹을 시간도 확보되지 않아 옆 브랜드 매장에 부탁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는 (코로나19) 이전 매출 기준으로 영업 목표는 높게 부여하면서 인원은 충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휴일에 그리고 늦게까지 일하는 상태가 유지되면 지원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노동자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호 농협유통노조 위원장은 농협 하나로마트 경우 매출 규모에 따라 의무휴업일 적용을 받는 곳과 받지 않는 곳으로 나뉘어 있다고 밝혔다. 이동호 위원장은 “작은 점포들은 설, 추석 명절 하루 쉬고 기본적으로 365일 돌아간다. 특정 휴일이 없어 휴일근로수당을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형마트처럼) 일요일을 무조건 주휴일로 설정하고 이날 근무 시 추가 수당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이와 같은 유통노동자의 권익 향상 관련 현안을 유통노조 차원에서 의제화하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세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호 위원장은 “내년도부터 대외활동을 통해 투쟁 현안 관련 성과를 얻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더 많은 조합원들이 산별노조 필요성에 공감하며 합류하도록 조직 확대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