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유통산업, 산별교섭으로 대응”
“변화하는 유통산업, 산별교섭으로 대응”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2.23 17:35
  • 수정 2022.12.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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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비스연맹, ‘유통산별 교섭 의제 연구결과 토론회’ 개최
유통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표준임금체계 마련, 정책 협의 주체 역할 수행 등 제언 나와
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통산별 교섭 의제 연구결과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통산별 교섭 의제 연구결과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산하에는 마트산업노동조합, 백화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등 유통 관련 소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가 있다. 이들은 변화하는 유통시장에서 사업장 단위별로 노사쟁점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산별교섭 형태를 고민해왔다. 

또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온라인배송 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판매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일방적 부서 전환배치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서비스연맹은 유통노동자 전체를 포괄하는 산별노조를 조직해 교섭력을 강화하고 산업 전반의 노동조건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유통산별노조 설립 시 어떤 교섭 의제를 다루면 좋을지를 논의했다. 토론회에서는 유통산별 교섭을 이미 진행 중인 독일 사례가 소개됐다. 서비스연맹은 유통산별 교섭을 위한 노력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소산별노조 아직 기업단위 교섭 주로 진행
노동자 건강권 보호 투쟁은 산별노조로 대응

마트노조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장의 마트노동자가 가입돼 있고 교섭권이 없는 지부·지회가 있다. 백화점·면세점에서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백화점면세점노조 경우 모든 지부에 교섭권이 있고 기업지부별 활동이 강한 편이다.

이들 노조는 주로 개별 사업장 단위로 임단협 교섭 및 체결을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 반대, 감정노동 의제화 등 유통노동자들의 휴식권·건강권 보호를 위한 투쟁은 산별노조로서 수행해왔다.

산별교섭이 성립하려면 산별노조의 교섭 상대방으로 사용자단체가 필요하다. 사용자단체로는 한국체인스토업협회, 온라인유통협회, 백화점연합회, 면세점연합회 등이 있다. 현재 노조는 일부 사용자단체와 유통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사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서비스연맹은 향후 이들을 산별교섭의 대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독일 유통산별노조. 교섭 통해
‘초기업단위 임금체계 표준안’ 마련

발제를 맡은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유통산별 교섭 의제 중 표준임금체계 마련에 주목했다. 표준임금체계란 유통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최소한의 임금 기준을 정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임금 하위계층 노동자를 포괄하는 효과가 있다. 또 개별 단위로는 표준을 상회하는 임금 협약 체결 가능성도 열어 둘 수 있어 기업별 교섭 중심인 국내 노사관계에 맞는 모델 구축이 요구된다고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유통산업의 고용 형태와 규모가 광범위한 점을 고려해 독일 유통산별 노사는 직종별, 지역별 편차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마련했다. 세부적으로는 직업교육 이수 여부, 숙련 정도에 따라 임금 수준 차이를 두고 있고 노동자는 일정 요건 충족에 따른 직급상승과 임금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사례를 참고해 한국의 서비스업 노사관계도 표준임금체계를 초기업적으로 적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직무 구분 등은 노조 스스로 구성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통산별 교섭 의제 연구결과 토론회'를 열었다. ⓒ 서비스연맹
서비스연맹은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통산별 교섭 의제 연구결과 토론회'를 열었다. ⓒ 서비스연맹

서비스연맹, ‘적정임금, 의무휴업확대,
장시간 노동 개선’ 등 교섭 의제로 고민

서비스연맹도 유통노동자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산별교섭을 주요 의제로 꼽았다. 국내 유통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판매 수당 등 추가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기본급 및 각종 수당 인상, 경력 인정 등이 산별교섭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이유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향후 설립될 유통산별노조 내에는 관리노동자, 판매노동자, 배송노동자 등 다양한 직종이 존재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임금을 어떤 기준으로 요구할 것인지는 독일 사례를 장기적으로 고찰하면서 고민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 외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확대 △휴일근로수당 지급 △장시간노동·야간노동·감정노동 환경 개선 △여성노동자 저임금 구조 개선 △국가 정책 영향을 받는 면세점 등 사업 관련 논의에 노조 참여 보장 등도 주요 교섭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이희종 정책실장은 전했다.

“유통산별노조, 좋은 일자리 기준 만들고
노사정 협의 등 정책 결정 주체로 나아가야”

토론회에서는 유통산별노조가 유통산업 내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노동시간, 노동안전, 사회안전망, 교육훈련, 일과 삶의 균형, 성평등한 고용 등 업종 내 파편화된 노동환경에 공동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는 일이 산별교섭 전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종진 이사장은 교섭 대상을 기업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 지방 정부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등은 지방자치단체에게 권한이 있는 사안”이라며 “거시적 노사관계에서 정부·국회와 협의하는 위원회 구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유통산업 특성을 고려해 고용·직무 배치 등의 성차별 해소도 산별노조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희 교수는 “노조가 보편적 이익이 아닌 일부 노동자들만 대변하는 집단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반감이 존재한다”며 “성평등 문제 등 보편적인 이슈를 노사 논의를 통해 개선하는 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산별교섭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먼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경우 약 10년간 산별교섭을 요구해왔지만 아직 주요 대기업들은 기업별 교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김성혁 원장은 유통산별노조의 대표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산업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핵심 유통 사업장 등 조직화를 수행함으로써 사용자를 교섭장으로 끌어올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 성과를 이야기하며 “서비스연맹도 유통산별 교섭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산별교섭을 통해 슬리핑 오프(유급수면휴가) 부여 등을 타결했다. 5번 야간 근무 시 하루 휴무를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면서 “지난해 코로나를 거치며 노정교섭도 이행한 바 있다. 저희 사례를 바탕으로 유통산별 교섭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