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노동자·상인 상생 ‘역주행’”
대구시, 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 “노동자·상인 상생 ‘역주행’”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2.23 21:44
  • 수정 2022.12.23 2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시, 의무휴업일 공휴일→평일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소상공인 배제
마트노조 등 “의무휴업 취지 노동자 건강권, 소상공인·전통시장 보호 있어... 이들의 의견 반영해야”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시 의무휴업 무력화 규탄 및 유통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지역경제살리기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시 의무휴업 무력화 규탄 및 유통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지역경제살리기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 마트노조

마트노동자, 소상공인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확대해 일요일 휴무 횟수를 늘리고 백화점·대형 쇼핑몰 등으로 제도 적용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겠다고 하자, 노동자·상인과 대형 유통업체 간 상생의 폭을 더 좁히는 ‘역주행’ 정책이라며 대구시를 규탄했다.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시 의무휴업 무력화 규탄 및 유통법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소상공인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중소상공인단체중앙회, 한국지역경제살리기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지난 19일 대구시는 8개 구·군, 대·중소 유통업계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할 것을 추진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유통환경 변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과도한 영업규제라는 목소리가 있다”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해 시민들에 쇼핑 편익을 제공하고, 대·중소 유통업계 간 상생협력과 지역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마트노동자, 소상공인 등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은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대형유통업체와 경쟁에서 밀리는 소상공인·전통시장 등 보호의 목적이 있다. 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은 공휴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를 대구시가 지키지 않았다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주장했다.

지난 19일 마트노동자들은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협약식이 열리는 대구시청사 대강당을 찾아갔다. 그러나 당일 협약식 장소는 대회의실로 변경됐고, 대강당에 있던 마트노동자 22명은 오후 4시경 경찰로 연행된 후 오후 10시 정도에 최종 풀려났다. 대구시는 현장에 있던 노동자 47명을 전원 고발했다.

박주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대구시는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과정에서 노동자, 지역 자영업자들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대화를 시도했던 마트노동자들을 경찰력을 통해 연행했다”며 “대구시는 노동자에 대한 강압적 행위를 중단하고 철저히 노동자, 지역상인과 대화를 통해 제도 변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마트노동자의 일요일 노동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고, 사회도 회사도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주말에도) 일할 것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정민정 위원장과 서울시 서대문구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 19일 협약식이 열린 당일 마트노동자 2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어떤 경위로 연행됐나?

그간 대구시에 의무휴업 평일 전환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협약식에 가면 대구시장, 각 구청장 등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대화를 하려고 협약식 장소를 찾아갔다.

협약식이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는데, 우린 2시쯤 대강당에 도착했다. 그래서 ‘여기서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오면 대화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장소가 변경됐고 협약 체결이 이미 진행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구시에서 퇴거 요청이 왔고 우리도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강당 입구로 경찰들이 투입돼 우리의 신원을 확인해야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대강당에 한 시간 정도 붙잡혀 있다 경찰로 연행됐다. 이미 협약 체결도 끝나서 그때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 붙잡아두고 연행을 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 대구시의 의무휴업 평일 전환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마트노동자는 일요일에 근무해도 휴일근무수당을 거의 못 받는다. 일요일이든 월요일이든 같은 임금을 받고 일하면 굳이 일요일에 일하지 않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일요일 근무는 대체로 주말 근무자만 따로 채용을 하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렇게 의무휴업마저 평일로 전환되면 주말에 쉬는 노동자는 더 줄어들 거라고 본다.

- 대구시는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 47명을 전원 고발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이다. 당시 연행 전에 누구도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민주노총 법률원을 통해 준비할 계획이다.

- 이 외에 마트노조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의무휴업 평일 전환은 각 지자체 조례로 결정하는 것이라서 대구시가 구·군에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 그래서 구나 군에 앞으로 대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전통시장 상인 등을 찾아다니며 제도 이해당사자로서 의견도 취합할 예정이다. 또 대구시민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면서 관련 서명운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가 의무휴업 폐지 시도를 할 때쯤 이에 반대하는 (노동·시민사회·진보정당) 공동대책위가 구성된 바 있다. 대책위에서는 의무휴업 폐지 반대라는 수세적인 방어를 할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제도 확대를 외치자고 했는데, 이제 그분들과 함께 더 싸워나가야 할 것 같다. 현장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